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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l 25. 2024

하루 기록_724

2024.07.24(수)


피아노를 뺐다. 그 자리에는 책장이 들어갈 것이다. 불쌍한 피아노. 끝내 여름을 모두 연주하지 못하고 떠나는구나. 피아노는 버려지거나 아동센터로 기부될 예정이다. 악기로 태어났다면 자고로 마음껏 소리를 내지르다가 이내 소리가 다 쉬어버린 채 떠나는 게 가장 영광스러운 마지막일진대, 게으른 주인을 만나 선율 몇 번 자랑하지도 못하고 떠난다. 저렴한 전자피아노지만 수십 개의 악기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양성만큼은 훌륭한 친구였다. 피아노를 거실로 빼고 책장을 주문했다. 빈 공간이 넓어 보였다.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의 독후감을 썼다. 브런치북을 쓰느라 정작 책과 독서기록장에는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스피커가 도착해 레코드플레이어에 연결하고 레코드판을 돌렸다. 묵직하고 몽환적인 밴드의 노래와 보컬의 목소리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드디어 나도 레코드판을 맘껏 돌리며 음악을 들을 수 있구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운동을 이틀 동안 하지 않아서일까,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활동과 영양분의 결핍 때문인지 이유 없는 잔병인지는 불명이다. 다만 어쨌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조금씩 굳어가는 느낌은 든다. 체력도 다시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것 같다. 인간은 어째서 이런 몸인가. 아니면 내가 본래 허약한 육체인 탓인가. 건강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은 힘겨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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