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육아 코칭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오은영 교수님의 솔루션 중 ‘성인애착 유형’이라는 테스트가 있어 진행해보았다. 해당 테스트는 4가지 유형이 있었는데, 불안형, 회피형, 안전형, 혼란형이 있다. 이 검사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따라 개인의 대인관계의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 부분에 연애의 방식도 포함된다고 한다. 내가 어떤 애착 유형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어떤 태도로 상대를 바라보는지를 알게 되면 근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목적을 가진 검사이다.
검사 결과 혼란형, 자신 부정-타인 부정의 형태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남들이랑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대상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검사를 하고 결과를 봤을 때 누군가가 머리에 총을 쏜 것 같았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
어릴 때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친해지고 싶다고 느꼈을 때 항상 ‘얘가 날 싫어하면 어쩌지?’ ‘너무 부담스럽나?’라고 생각하거나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때 도 ‘진심이 아닌 것 아닐까?’ ‘왜 나를 좋아하지?’라고 수없이 상대방과 나의 감정에 대하여 의심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사랑’이라는 것이 진정 존재하는 건가?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내가 느끼는 게 ‘사랑’일까? 아니면 ‘착각’일까?라고 생각하며 이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물음표 상태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물을 키울 때나 내가 애정을 주어야 하는 무언가를 볼 때면, 내가 과연 이것을 계속 애정을 줄 수 있을까, 난 아마 책임감이 없어서 못 키울 거야 하고 피하기도 했다 (이건 책임감 없는 것도 맞지..)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고민들을 겪으며 왜 그럴까? 생각한 것들이 모두 내 무의식 속 애착에 대한 불안이나 자기 불안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애착 유형 테스트의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관계의 유형 혹은 부모의 애착 유형이 나에게 연결이 된다고 하는데, 이를 알게 된 후 어릴 때의 기억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무의식 속 트라우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어린 시절 엄마가 감정적으로 대해주지 않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절망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께 학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폭언을 하고 반항하는 몸을 끌고 가 창고에 가둬진 적이 있었다. 이 일은 학교에서 6학년 언니와 싸워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난 뒤 집에 가서 자기 전 엄마에게 학교에서 싸워서 선생님께 혼났다라고 말을 했는데 “네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 하면서 사탕을 주고 화해해라”라고 하셨다. 그때의 엄마는 학우 관계가 좋지 않고 말썽을 피우는 것에 지쳐있었고, 그날도 너무 힘들어서 그냥 그렇게 말하신 것 같다. 그날 이후로 엄마에게 힘든 일을 말하지 않게 되었고, 감정적 교류가 없는 관계, 즉 사랑받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중학생 때 사촌과 함께 여행을 간 날, 이유는 모르겠으나 사촌들이 있는 곳에서 ‘엄마는 오빠만 좋아하고 나는 안 좋아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근거로 몇 가지를 말했으나 가장 기억에 나는 건 늦게 학원에서 마쳐 집에 들어오면 누워서 티비를 보시다가 ‘우리 딸 왔어?’라고 하시고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여 오빠가 들어올 때 ‘우리 아들 왔어? 배 안 고파? 뭐 해줄까?’ 하며 몸을 일으키시는 모습을 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바탕 엄마가 오빠만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 난 뒤 사촌들은 ‘너 지금 입은 재킷 누가 사줬어?’라고 물었고, 엄마가 사줬다는 대답에 대하여 ‘사랑받고 있네!~’라고 말하며 웃으셨다. 그때 ‘재킷을 사주면 사랑하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잠에 들었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일을 겪으며 무의식 중 머릿속에 사랑(감정)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경험했던 것 같다. 이 일들을 겪으며 왜 사랑이나 애정관계, 감정의 공감에 대하여 예민하고 상대를 의심했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감정의 전달과 공감에 대하여는 여러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하며 많이 극복해 가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상대의 감정에 대하여 의심을 하고 대상이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이야기 후 이유모를 우울감이 나타났을 때 과거처럼 ‘뭐야 왜 기분 나쁘지?, 쟤 내 욕하면서 앞에서만 친한척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상대방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것과 달리 ‘내 무의식 중 상대의 감정이나 사랑에 의심을 하고 가까워지면 불편하게 느끼는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이를 친구에게 솔직하게 전달하여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하여 오해를 풀었다.
이처럼 아직은 상대와의 감정 공유에 대하여 불편함과 의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에 대하여 이해하고, 이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하여 대상과의 오해를 풀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자신이 왜 이러한 감정과 기분을 느끼는지 근거를 찾고 감정을 받아들이자, 심리적으로 느끼기에 훨씬 안정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가지고 있었던 고민을 극복하려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이제는 극복했지만 나의 무의식을 발견하고 이제 이해가 가는 것이 아빠의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지침에 일상화되어있어 어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선생님이나 어른이 개인적으로 혹은 앞에서 나를 보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가 어떤 것이든 긴장하고 두렵고 눈물이 났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들을 좋아하면서도 무섭고 싫어했었고, 전학을 간 이유도 선생님들과의 그런 트러블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미술 선생님만은 나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방과 후에도 선생님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내가 예민했을 때도 이해해주셨다. 끝으로 내가 전학을 가게 된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같이 카페도 가주셨다. 그런 경험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서 특히 미술 선생님들과 친하게 진냈고, 조금씩 크면서 어른 앞에서도 이야기를 잘하고 심지어 중학교 중반 이후로는 학원 선생님과 정말 친하게 지내서 친구가 너는 선생님과 정말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부럽다고 듣기까지 했다.
그땐 내가 어떤 이유로 어른을 무서워하는지 몰랐기에 그냥 눈물이 나오지 않으려 참고 화를 내고 내 감정을 부정하며 고통스러워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러한 무의식으로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욱 빨리 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를 모르고 견디고 버텨 상처를 받으면서도 결국 이 문제를 더 좋은 어른들과 선생님을 만나 극복한 것처럼 나의 무의식으로 만들어진 나의 트라우마들을 인식하고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려 노력한다면 더욱 명확한 해결책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한다. (이제 이유도 알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 이러한 고민들을 좀 더 능숙하게 해결하게 될 거라 믿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후부터 나는 좀 더 나에 대하여 생각하고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무의식에 가까워질수록 친구들과 놀고 왔을 때 공허한 마음이 드는 이유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랑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먼저 내 주위의 것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내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그 노력 중 하나가 디자인에 나의 이야기를 푸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에 대하여 죄책감이나 이상하다 느끼는 것이 아닌, 나는 이런 사람이라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나에 대해 부정했던 것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2021년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조금 더 평안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고 한번 테스트를 해봤는데 왼쪽은 2021년 6월 11일 그리고 오른쪽은 1월 3일 오늘 한 테스트 결과이다. 진짜 조금 차이지만 테스트 결과가 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을 보고 전보다 나를 이해하고 살게 되었다고 스스로 발전한 것 같아서 뿌듯해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결과를 보고 한동안 ‘부모님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자란 거야! 엄마 아빠 때문이야! 생각하며 한동안 부모님을 원망하며 사랑을 주지 못하는 건 받지도 못해서야!라고 합리화를 하던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며 생각보다 내 주위에 회피 유형이 많았고, 심지어 나보다 더 사랑받았다고 생각했던 오빠가 나보다 더 심한 회피 성향을 가지고, 연애를 항상 잘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오은영 박사님의 ‘부모님으로 받은 애정 유형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노력하고 이걸 극복하려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며 이 테스트를 하는 이유라고 말하셨다. 또한 다른 금쪽이 편들을 보니 내가 어릴 때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부모님도 날 키우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러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본다. 이유모를 개인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우울함을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기억들을 되찾아보며 자신에 대하여 이해한다. 그 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길수록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성장시키는 서비스를 제작하여 사람들을 돕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