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했던 놀이치료사 선생님을 보내며...

또 인연이 닿기를

by 메이


18개월부터 아동발달센터를 다닌 우리 맑음이를 스쳐간 수많은 치료사 선생님 중 오랜만에 “와, 이 사람 괜찮다!”라고 느꼈던 놀이치료사 선생님이 있었다. 첫 만남에서 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맑음이에게 '지금 이 아이는 사회성을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라고 말씀 하셨던 그 분.


그 한 문장은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며칠 밤을 뒤척였다. 내가 뭔가를 잘못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괜히 앞서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치료에 그렇게 매진했던 나에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됐다. 그 말은 차가움이 아니라 정확함이었다는 것을. 선생님은 맑음이를 아주 또렷하게 읽어냈다. 아이의 현재 위치, 강점, 한계를 군더더기 없이 짚어주셨다. 교육심리학을 공부할 때 외웠던 개념들이 선생님의 설명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론이 아니라, 지금 내 아이에게 적용되는 언어로.


오늘 종결 수업 때 선생님은 맑음이에 대해 이렇게 정리해주셨다.
맑음이는 엄마와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점.
엄마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된다는 것.
유능감을 심어주면 빠르게 흡수하는 아이라는 것.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지식이든 놀이든 확장해 가면 좋겠다는 것.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정리됐다. 부족한 것만 보던 시선이, 가능성으로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아쉽게도 선생님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만두셨고,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종결을 맞았다. 작별 선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이만큼 정확하게 아이를 봐주는 선생님이 또 계실까, 그런 생각에 아쉬웠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 요즘 국기와 나라 수도에 푹 빠진 맑음이를 위해 국기 메모리카드를 선물로 주셨다. 아이를 잘 보고 있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맑음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확장해가 보아야겠다.


이전 29화나에게는 너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