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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릴리 Apr 12. 2021

머무는 여행, 스테이케이션

우리가 장소에 머무는 이유



머무르다를 뜻하는 스테이(Stay)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또는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숙소에서 머물며 여유를 즐기거나 조용하게 휴가를 보내는 여가 방식을 말한다.


휴식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스테이케이션은 MZ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인기 많은 식당과 카페를 가는 관광이 아닌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숙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방식의 여행은 부담되는 비용 지출, 일정  계획에 대한 조사, 장거리 이동과 인파에 치여 피로감이 동반되는데 반면 스테이케이션은 활동이 아닌 쉼에 초점을 맞춘 방식의 여행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호텔에 머무는 호캉스, 카페에서 보내는 카캉스, 집에서 보내는 홈캉스, 쇼핑몰을 도는 몰캉스, 백화점 안에서 있는 백캉스 등의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기존의 여행과는 다르게 특정 한 장소에 스테이를 하는 개념이다 보니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대화 하기 위해 공간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일상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은 여가뿐만 아니라 휴양의 의미로도 확대가 되어 여행의 일부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전통적인 지역의 여행지로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줄었고, 기업들은 휴가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공간과 상품들을 개발하며 마련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에서 가장 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호캉스는 코로나 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여행으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최신식 인프라를 빠르게 적용하여 디지털화된 호텔에서 머무는 일상을 선보이고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호텔 룸 안에서 캠핑을 즐기는 상품을 출시하고, 책을 제공해서 호텔에 머무는 동안은 디지털 디톡스를 추천하는 등 투숙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호텔의 맞춤형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장점과 편리함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장기 투숙으로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호텔을 단순한 단기 체험이 아닌 장기 체류를 권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워크 케이션(Work+Vacation)이라는 말 또한 스테이케이션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볼 수 있는데 호텔 안에서 재(在)텔근무를 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개별적으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호텔 객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어 호텔은 이제 객실이 아닌 오피스로도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서울의 직장인 밀집지인 도심에서도 직장인들의 워크케이션이 가능한 패키지 상품들을 이용할 수 있는데 기존의 업무시간 동안 객실을 이용하고, 점심 박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는 삶도 여행의 풍경도 모두 바꾸어 놓았다. 팜스테이, 북스테이, 한옥스테이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에서 다채로운 스테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행을 계획을 하지 않고 별도의 사전 준비 없이 평소에 머물러 보고 싶었던 장소에서 해보고 싶었던 활동을 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자 한다. 집을 떠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관광지 대신 스테이를 한다. 우리보다 여행문화와 인식이 앞선 유럽과 미국에서는 스테이케이션이 여행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그들은 우리가 이제야 깨닫는 공식인 ‘여행은 관광’이라는 개념을 대신 ‘여가’로 생각하고 휴가 동안 여가를 어떻게 잘 보내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더 가졌을 것이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서 ‘여행을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지 않아도 좋다고 말한 사람이 53퍼센트 절반에 달한다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전 인류가 여행을 멈춘 시대, 우리는 어디서 스테이를 하며 휴식을 취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가 준 선물 중 하나는 떠나야 할 이유와 목적보다 머무는 이유와 가치를 생각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스테이를 하며 내면과의 여행을 해야 다음 포스트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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