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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r 14. 2021

교회를 싫어했던 한 소녀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다




교회?

나는 엄청 부조리한 집단이라고 생각해.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것을 봐봐.





종교?

그건 나약한 사람들이 의지하려고 만든 거잖아.
나는 종교 따위 필요없어.
뭐든 내 의지로 이겨낼거야.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10대 시절의 나는, 교회도 종교도 무척 싫어했다. 구태여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했다. 교회는 부조리하고, 종교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라고. 자기가 만든 것을 자기가 믿다니, 그것만큼 이상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티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내 생각을 알고 있었나 보다. 당시 크리스천이었던 한 친구가 (내가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아무도 너를 전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 종교가 아니라 - 배움과 지식, 그리고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펜과 신랄한 혀 - 토론과 비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나는 런 방식으로 노력해서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 그래서일까? 당시의 나는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존경했고, 진보 성향에 가까웠다. 어느 선생님은 그런 내게 '너는 대학 가서 데모할 것 같아. 근데 안 했으면 좋겠어. 선생님도 해 봤는데,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 주실 정도였다. (심지어 이 말은 중3 때 들은 충고였다.)


그렇게 원래도 확고하던 생각을 더욱 강하게 굳혀가며, 어느덧 나는 고3이 되었다. 당시의 내 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밤새 토론하며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는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꿈을 주변에 늘 얘기하면서,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성적이 안정권은 아니라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수능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잘하던 과목이 터무니없이 쉽게 출제되었고, 어이없는 실수도 한 덕에 점수는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대학에 쓰기 어렵게 된 상황. 그러자 나는 반쯤은 자포자기를 하고 선생님이 추천하는 대학의 추천하는 학과 - 다 좋은 곳들이었다 - 를 쓰면서도, 반쯤은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대학, 나에게 딱 맞는 나만의 대학'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성적에 맞춰서, 서열화된 대학을 순서대로 지원하는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다가 당시 이슈가 되던 지방대학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 신생 기독대학인 한동대학교가 있었다. (재밌는 부분은, 당시 내가 관심을 두었던 학교 중에는 불교 대학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동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학교 슬로건이 내 맘에 쏙 들어왔다.



WHY NOT CHANGE THE WORLD?
배워서 남주자



이 두 슬로건은 (종교적 배경만 제외하면) 당시 내가 대학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내 삶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연고도 없던 포항의 한 지방대학에 지원서를 넣기로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난생처음) 포항으로 내려갔다. (그 와중에 '가군'으로 넣었던 H대학은 차석으로 합격통지를 받은 상황이었다. 논술도 안 봐도 되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던 상황.)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은 이 지점에서 일어났다. 당시 학교는 설립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초대 총장님 사모님께서 쓰신 '갈대상자'라는 간증 책이 있었다. 학교가 왜 세워졌는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그리고 세워진 후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면접을 보러 온 학생들과 같이 오신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한 권씩 주었다. 그래서 면접을 보고 나온 내게, 엄마가 이 책을 내밀었다. 한 권씩 공짜로 주더라는 말과 함께. (참고로 부모님도 크리스천이 아니셨다. 사실 지금도.)


그리고 나는 건네받은 책을 올라오는 차 안에서 별 감흥 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책을 덮지 못하고, 네다섯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집에서도 계속 읽어나갔다. 나는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책을 다 읽을 수 있었고,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려움 가운데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으로 고난을 헤쳐나가는 '진짜 크리스천'들의 이야기가, 나를 울렸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다.





그렇게 충격과 감동 가운데 눈물을 흘리면서, 결국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나님은 사람이 만든 신이 아니라,
홀로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들의 삶은 부조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나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그러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나 역시도 살아계신 하나님을 따라서, 그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이 어둠 가운데 있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 어느 쪽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인지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저 앞으로 가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어둠 가운데서 빙빙 돌던 것이 내 삶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어두운 내 삶 가운데, 저 멀리서 조그마한 빛이 비추이는 것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빛이 비추이는 그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밤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첫 기도를 드렸고, 한동대를 가기로 결심하였다.



아무도 전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게,

하나님께서 친히 찾아오셨던 그 밤.


 날, 나는 우연처럼 운명처럼, 크리스천이 되었다.




어두운데서 빛이 비취리라 하시던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을
우리 마음에 비취셨느니라.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 고린도후서 4장 6절-7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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