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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r 24. 2022

프로젝트명 : 아빠는 파트라슈

이른둥이 초유 먹이기 프로젝트


금요일에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4일간의 입원기간을 거쳐, 나는 지난 화요일에 퇴원했다. 니큐에 있는 은혜와 혹시라도 함께 퇴원할 수 있을까 싶어 매일매일 은혜의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아쉽게도 함께 퇴원할 수 없었다. (감사하게도 호흡, 심장, 뇌 등 주요한 부분에 문제는 없었지만)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은혜가 아직 우유를 먹는 양도 아직 부족하고,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부족하여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 갈 수 있으려면 입으로 충분한 양의 우유를 먹을 수 있어야 하고, 혈당이 낮아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단다.


엄마라는 존재가 원래 그러한 것인지, 하루 종일 은혜 생각만 가득했다. 다들 '곧 잘 먹고 쑥쑥 자랄 거야.'라고 위로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뱃속에서 양수 없이 버티느라고 위장을 충분히 단련하지 못했나 싶고, 탯줄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할 시기에 세상에 나와서 먹고 소화시키려니 그 작은 아가가 얼마나 버거울까 싶어서... 매일 받아보는 사진 속 은혜는 늘 입이나 코에 (우유를 직접 넣어주기 위한) 튜브를 꽂고 있었다. 그걸 볼 때마다 (잘 치료받고 있고, 괜찮아질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착하고 대견한 우리 아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다 보니, (우리 은혜처럼 다소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들에게는 특히 엄마의 몸에서 나온 모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식적으로야 모유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른둥이들은 면역력이 부족할 수 있기에 그 부족한 면역력을 채우기 위해 엄마의 몸에서 나오는 모유, 그중에서도 특히 '초유'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조산을 한 경우, 일반적인 모유에 비해 이른둥이의 뇌신경 발달과 망막 발달 등에 필요한 단백질, 지방산,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게 나온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어찌나 신기하게 우리 몸을 만드셨는지...)


사실 나는 출산 후 조리 기간에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생각이 그다지 없었다. 내 몸도 힘든데, 그냥 분유를 먹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은혜가 이렇게 작고 약하게 태어나고, 은혜에게 모유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내 몸에서도 모유가 나올까?'
'너무 일찍 출산을 해서 혹시라도 모유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왜 아직 아무 느낌이 없지? 제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출산 후 이틀이 되었는데도 아무 느낌이 없자, 나는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부위에 몸살이 나기 시작했다. 몰라보게 커지고 단단해지고... 원래라면 걱정을 해야 하는데 나는 괜히 기뻤다. '드디어 모유가 나오려나 봐!'


그런데 기쁘고 설레는 마음과는 달리, 나는 모유수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했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단단하고 아파지는 가슴만을 부여잡고 끙끙대었다. 다행히도 지인 중에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 자격을 갖고 계신 간호사 선생님이 계셨고, 그분께 급하게나마 상담을 했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고, 멀리서 통화만으로 주실 수 있는 도움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래는 (아기가 지금은 어차피 많이 먹지 못하는 상황이니)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하루를 더 버텨서 퇴원을 하고 나서 마사지를 받고 유축을 시작하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실시간으로 아파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급하게 병원에서 유축을 시작했다. 처음이라서 세기 조절을 잘못한 덕에 상처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샛노란 초유가 (정말) 조금 나왔다. 나는 신랑에게 어서 은혜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 양이 적기는 해도 은혜에게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며, 부디 잘 먹어주기를 바라며...


그래도 조금씩 양이 늘고 있다


이후 우리 부부는 은혜를 두고 퇴원을 했다. 퇴원 전까지는 병실에서 열심히 유축을 해서 (적지만 샛노란, 아주 소중한 초유를)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보내다가 지금은 집에서 유축을 해서 모유 저장팩에 담아서 얼려서 보내고 있다. 신랑은 "은혜야, 아빠 파트라슈가 갈게~"하면서 집을 나서서, 지금도 병원에 가고 있다. 모유를 배달한다고 '플랜더스의 개'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파트라슈가 자기란다. 그럼 나는 뭐를 해야 하나...?



사랑하는 우리 딸, 부디 엄마가 보내는 사랑의 초유 잘 먹고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줘~! 우리 곧 만나자!



* 며칠 되지 않았는데 초유가 처음에 비해 노란색이 많이 옅어졌다... 부디 조금 더 길게, 오래, 많이 나와주기를...

* 초유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다 보니, 초유 관련된 일들에 좀 많이 예민해졌다. 자꾸 예민해져서는 짜증을 내는 나 때문에 힘들어할 신랑에게 미안...

* 가끔 병에 남은 초유를 한 방울씩 맛보는데, 음... 생각보다 맛있다. 우리 은혜가 맛있게 잘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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