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러한 감정 뒤로 동시에 서늘한 소름이 돋기도 하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삶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하며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소중함을 느낄 때 두려움도 함께 태동한다.
이런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은 나와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나는 귀엽고 순둥순둥한 막내 동생이 태어났을 때였다.
더없이 소중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느낌. 잃어버릴까 봐,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나의 무지로 위험에 빠뜨릴까 봐, 나로 인해 아프거나 상처받고 다치게 할까 봐 등등.. 너무나 귀하기에 겁이 나고 걱정하고 작은 잘못에도자책하며 곱씹어보게 된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는 가족이라는 나와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세월이 흘러 나이 든다는 게 무서웠다. 언젠가 올 이별의 순간이 최대한 늦게 오길, 오늘 하루도 무사하길 매일 기도하게 됐다.
소중한 존재들은 가족들 뿐만 아니라 타인 중에도 있다.
내가 우울에 허덕이며 관계에 서툴렀던 순간에도 쭉 옆에 있어준 친구는 전학 온 지역에서 새로 사귄 베프다. 성격이 좋아 주변에 친구들이 많을 텐데도 내가 초라했던 모든 순간에 이해와 참을성을 놓지 않아 준 좋은 사람이다. 올해로 벌써 11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어 그 인연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언젠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모습에 감정이 상하거나,인내심이 동이 나서 떠나가버리진 않을까 이따금씩 두렵기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만나는 순간 그런 걱정들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즐거움으로 마음이 가득 찬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학원에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지금은 같은 계열로 진학하여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만나면 심신에 안정감을 준다. 대학에서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 만난 일부 좋은 친구들도 존재하지만 함부로 말을 옮기며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날 가능성, 본의와 다르게 곡해할 여지가 있다는 게 관계의 진척을 어렵게 한다)
내가 몸담았던 학교에서 내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선생님들, 교수님들도 해당된다. 그래서 원래도 대할 때마다긴장되고 어려웠지만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워서 맨날 뚝딱거리게 된다.
행복의 순간에도 언젠가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소중한 게 생기면 나는 두려웠고 현재도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밤에 찾아온 어둠에 몸서리치며 겁을 먹듯,내게 소중함이란 불확실성에서 오는 감사하면서도 마음을 시리게 하는 존재다.
매 순간 확인하고 싶은, 다음날에도 무사한지 알고 싶은 존재.
소중함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다.
둘은 쌍둥이다.
두려움이 있기에 소중함이 배가되고 소중한 게 있기에 두렵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속성과 유한함이 순간에 가치를 부여한다.가끔은 겁이 나서 숨통이 조여오더라도 계속해서 놓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간직할 수 있는 무형의 영원함을 꼭 끌어안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도 행복과 감사함을 고스란히 느껴도 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중한 존재에 더 다가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껴보자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