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다. 그 유명한 지동설을 처음 주장했던 학자, 코페르니쿠스. 그는 폴란드 토룬 출신이다.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내가, 한 달에 한 번은 다른 도시에 가보기로 결심한 후, 우쯔 다음으로 처음 가본 도시가 바로 토룬이다. 토룬은 바르샤바에서 기차로 2시간 조금 넘게 가면 있는 작은 도시로, 코페르니쿠스와 진저쿠키로 유명하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만큼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토룬, 오늘은 그 곳에서의 짧은 여행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폴란드의 겨울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3월, 남편과 나는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에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싸간 프로슈토 샌드위치를 먹으며 한참을 수다를 떨다보니, 벌써 눈 앞에 토룬 기차역이 보였다. 기차역에서 나오니,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마중나왔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 하지만 쨍한 햇빛이 토룬의 위로 내리쬈다.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갔을까, 토룬의 구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빨간 벽돌들, 울퉁불퉁한 돌길, 그리고 우뚝 서있는 중세시대의 건물들. 비스와강을 따라 옛 모습을 간직한 토룬의 건물들이 쭉 늘어서있고, 폴란드 사람들은 강 앞에 간이 의자를 펴고 앉아 햇빛을 맞으며 여유롭게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나의 폴란드 친구가 추천해준 브런치 카페였다. 플랫화이트와 녹차라떼, 베이글과 사과케이크를 시키고 우리는 오늘 하루를 계획했다. 그런데 사과케이크엔 알싸한 생강향이 돌았다. 밀가루보다 많은 사과조각들, 그리고 생강이 강하게 들어있는 디저트는 앞으로 토룬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수많은 진저브레드의 향연의 시작이었다.
토룬의 건물은 대부분 중세시대의 건축양식을 간직한 느낌이라,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바르샤바와는 아주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였다. 구시가지의 중심엔 지구본을 든 코페르니쿠스의 동상이 서있고,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녔다. 한 블럭 건널 때마다 만날 수 있는 기념품 샵에는 진저쿠키 모양의 마그넷과 인형들이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어릴 적 슈렉에서 봤던 진저쿠키가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사실 생강맛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진저쿠키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진저브레드 700년 역사의 토룬에 왔으니, 하나쯤은 사갈 생각을 하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남편은 진저쿠키를 좋아해서, 우리는 세 가지맛을 묶어서 파는 쿠키를 샀다. 사실 진저쿠키 가게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 사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 만들어진 곳은 비슷한 것 같아서 할인하는 아이로 사왔다. 요새 일주일에 한 번씩 남편에게 계란과 함께 싸주곤 한다.
사실 우리가 토룬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진저쿠키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토룬에서 제일 유명한 진저쿠키 박물관에서는 오후 2시에만 영어로 설명하는 만들기 체험을 제공한다.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하니, 거의 50명은 되어보이는 외국인들(폴란드 사람들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수업에 들어갔다. 쿠키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는 직원들은 중세시대 복장을 입고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진저쿠키에는 생강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향신료들도 들어간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빵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나와 남편은 직원을 따라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고, 밀대로 밀고, 기름을 바르고, 원하는 틀에 넣어 쿠키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오븐에 구워낸 진저쿠키는 정말 귀엽고 모양이 제대로였다. 아까운 점은 체험할 때 만드는 쿠키는 식용이 아니라는 점. 그렇기에 아직도 우리집에서 기념품처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편은 처음부터 만들고 싶어했던 슈렉에서 나왔던 진저쿠키 모양을 사수했고, 나는 토룬 문양이 그려진 전통적인 느낌의 쿠키를 구워냈다.
체험이 끝나고도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진저쿠키를 구경했는데, 하도 많이 봐서 몸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코페르니쿠스 박물관에도 빠르게 들어가서 그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토룬의 기울어진 사탑에 기대어 중심 잡기도 해본 후, 우리는 다시 바르샤바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토룬은 왠지 그 이름 자체가 도시와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투박하면서도, 자신만의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 폴란드는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유럽 못지 않게 구경할 만한 도시들이 많다. 앞으로 바르샤바, 브로츠와프, 크라쿠프 등, 유명한 도시들 외에도 토룬같은 폴란드의 멋을 간직한 도시들을 하나씩 걸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