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를 포함한 7명이 북적북적하던 30평짜리 사무실에 혼자 멍하게 앉아있었다. 코 파운더라던 이사 놈은 새벽에 몰래 와서 자기 짐과 회사 비품 몇 가지를 더해 챙겨서 도망을 갔고, 나는 혼자 남아 이 짐을 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먹먹함만 가득 머금은 채로 앉아있었다.
3억 원 빚이 생긴 건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 내 앞에 있는 책상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가 더 고민이었다.
2014년 6월, 투자자, 은행, 관계자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끌려다니며 어떻게든 만들어낸 이 작은 회사가 2016년 10월, 어떻게 별로 날아가게 되었는지 설명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그 시기, 대한민국에서 청년이 얼마나 창업하기 어려웠는가, 특히 사회적기업은 왜 그렇게 어려웠는가를 설명하자면 그 없는 끝에 더더더 덧붙일 수 있다.
2018년 4월이 된 지금, 이 회사를 별로 보내고 불구덩이 같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파란만장한 방랑을 거치다가 이제 좀 정착할 수 있을까 하고 있는 요즘, 한 번 언젠가 풀어보고 싶었던 이 창업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볼까 한다. 아직도 빚 갚는 중이라 등골이 휠 것 같아서 시기 상조인가 싶은 생각도 문득 들지만 이 이야기들이 창업을 꿈꾸는 모든 청년들에게 현실을 한 줌이라도 알려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반, 하소연 반 담아 시작한다. 어쩌면 잘 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작은 내가 꿈꿔왔던 광고 회사, T에서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