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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an 30. 2018

[싱가포르 취업] 일본계 화장품 회사 면접 후기

이렇게 준비 안 하고 가도 되나요

 기분이 상당히 나쁜 상태로 월요일 아침을 맞았다. 주말에 뭐했지? 늦잠자서 봉사활동도 가지를 못 했다. 이제 싱가포르가 여행지 같지 않고 집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계속 여행을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앗, 아니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별로 기분이 안 좋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본계 화장품-웰니스 굿즈를 수입하는 싱가포르 소기업 면접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쪽에서 NRIC(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주민 번호)를 가지고 오란다. 엥? 이거 딱 영주권자 아니면 시민권자만 원한다는 말 아니냐? 불길했다.


 우선 이메일로 이틀간 인텐시브하게 뽑아 낸 포트폴리오와 내 대학교 졸업 증명서 카피본을 보내며 동시에 난 NRIC가 없고 투어리스트 비자 홀더다. 미리 알아 두셨으면 좋겠다, 라고 선수를 쳤다. 면접 보러 오지 말라고 하면 정말 쿨하게 알았다고 하고 잠이나 더 잘 생각이었다. 사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하면 바로 면접도 보러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냥 상황을 귀찮게 하지 않고 미리 모든 걸 확실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시민권자 아니니까 면접보러 오지 말라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가야겠다. 미리미리 주말에 이러한 상황을 똑바로 교통정리하지 않은 게으른 나를 원망했다. 머리를 감고 그랩을 불렀다. 내 사랑 그랩. 


 사무실은 웃겼다. 아니. 웃기기 보다는 너무 특이했다. 2층이라니. 사무실이 어떻게 복층이야? 가정집이라기에는 너무 프로페셔널해보이고, 사무실이라기에는 내가 예전에 급박한 상황에서 잠시 거주했던 월세 60..만원짜리 강남 복층집같았다. 반신반의하며 우선 2층으로 올라가자 싱가포르 모델같이 생긴(싱가포르 모델은 어떻게 생겼는지 사실 모른다. 본 적이 없다. 그냥 추측만 할 뿐.) 어시스턴트 마케팅 매니저라는 일레인이 맞아주었다. 말이 어시스턴트 매니저지 사실 알고보니 이 분 혼자 총괄한단다. 그렇군. 스타트업 같군.


앉자마자 면접이 시작되었다. 귀여운 핑크색 노트북이 이상하게도 뇌리를 떠나질 않는다. 하얗고 너무 말라서 근육이 다 보이는 팔과, 웃을 때 드러나던 사랑스러운 교정기, 미녀는 아닌데 미녀 같은 미인.


다음은 면접 일문일답. 해외취업을 할 때 면접 질문과 취업 후기 등을 남기는 곳이 죄다 싱가포르 취업을 알선해주는 에이전시 등등이라 짜증이 났었다. 브런치에서 낱낱이 공개하리라.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까지 다!


E(일레인): 보내주신 포트폴리오는 잘 봤는데, 동영상을 첨부한 것에서 에러가 났는지 재생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쉽지만 못 봤어요. 혹시 저번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먼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G(나): 저번 회사는 제조와 판매 사업을 동시에 하는 회사였습니다. 저는 온라인 세일즈를 담당해서 마케팅을 총괄했고, 키워드 광고에 쓰일 키워드를 생각해내서 리스팅하고, 가격을 조정하고(비딩), 페이스북 광고를 진행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리드하기도 했으며 대체적인 광고와 캠페인 결과를 측정하고 트래킹했어요. 

E: 팀에는 몇명 정도 있었나요? 

G: 저, 마케팅 및 오퍼레이션 총괄 매니저, 디자이너 분이 계셨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나중에는 온라인 광고 에이전시를 불러서 함께 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E: 온라인 마케팅을 전부 담당했던 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온라인 에이전시가 맡았던 부분은 그럼 어떤 일인데요?

G: 처음에는 제가 모두 담당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일손이 모자라졌기 때문에 광고 에이전시와 함께 일을 했고, 키워드를 산출해냈던 것을 저였지만 에이전시에서 컨펌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광고 키워드에 쓰일 가격과 돈, 입찰 등은 에이전시에서 맡아서 해주셨고요. 저는 컨텐츠 디벨롭과 인플루언서 마케팅, 페이스북 광고를 주로 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블로그, 페이스북에 쓰일 컨텐츠 말입니다.

E: 기본적인 포토샵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정말 저희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에요. 딱히 디자이너가 없고 사실 디자인 부분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포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제가 전담했거든요. 이미지 작업들은 본인이 다 했나요?

G: 기본적인 부분은 제가 다 할 수 있었지만, 사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이미지 작업은 디자이너 분께서 도와주셨습니다. 복잡한 툴이 필요하거나 정교한 이미지를 생성해야 할 때는 당연히 디자이너 분의 손길이 필요했고요.

E: 저희 회사의 SNS를 보셨나요? 무슨 생각/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G: 두 개의 어카운트(프로덕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두 개의 톤앤매너,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마케팅 담당자가 많이 고생하셨겠다 싶었어요. ㅋㅋㅋ 데일리로, 못해도 위클리로 하나 씩 포스팅을 업로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그리고 각자 어떤 일관적인 메시지와  브랜딩을 갖고 있어서 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 호날두가 모델이던데 비싸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요.

E: 모델이라기보다는 저희 파트너입니다. 아마 함께 일하게 된다면 SNS 계정을 관리하고, SEM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실 거에요. 그리고 가끔 이벤트라거나 아니면 런칭행사 등이 생길 때 바빠질 수도 있고요. 중국어 하세요? 한국에서 온 거로 알고 있지만, 중국어하실 줄 아나 해서요.

G: 솔직히 못합니다. 일본어는 기초적인 것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영어, 한국어만 가능합니다.

E: 아마 배우셔야 하실 거에요. 일본어를 조금 하실 수 있는 건 좋네요 ......... 저희 어차피 모 회사가 일본 나고야에 있고, 여기서 일하시는 분도 일본 분이 계시니까요...... 하지만 저희 클라이언트나 혹은 고객들의 문의가 중국어로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셔야 할 거에요.

G: (헐;) 네.

E: 싱가폴에서 지내시는 거에요? 사시는 거에요? 일하고 계신건가요?

G: 싱가포르에서 일단 지내고 있습니다. 일은 하지 않고 있어요 .저번 회사는 그만두고 왔습니다.

E: 인턴이긴 했지만 여기 소셜커머스에서 배웠을 때 디지털 마케팅에 관해 어떤 걸 배웠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G:(갑자기 생각 안 남) 음........우선 머천트와 인터뷰를 하거나 할 때 제가 동석했고, 위클리 및 먼슬리 레포트를 팀 전체 및 디렉터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부분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컨텐츠를 계획해서 개발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마켓 리서치, 이벤트 보조 등도 맡아서 했습니다. 

E: 저번 회사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담당하셨다고 했었는데,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가치들이 무엇이 있었나요?

G: 첫 번째로는 인플루언서와 내가 담당하는 마켓과의 연관성입니다. 만약 뷰티,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하고자 하지만, 내가 담당하는 마켓은 사실 여행이라거나 중공업 부분이라면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의미가 없겠죠.

두 번째로는 그들이 원하는 니즈입니다. 더 쉽게 말해서, 회사의 예산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정도의 돈을 줄 수 있는가입니다. 돈을 원하지 않는 인플루언서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그들의 다른 니즈가 있다면 그 것을 보상해주는 것이 합당한 계약이겠죠. 저번 회사에서는 매 달 신제품을 런칭할 때마다 인플루언서에게 배송비 포함,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계약을 성공시켰습니다. 예산을 초과할 정도로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인플루언서라면 사실 ROI를 따져봤을 때 의미가 없겠죠. 

세 번째로는 그들이 운영하는 플랫폼과 채널의 속성입니다. 만약 내가 구글 - 블로거를 통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데 만약 인플루언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만 유명하다면 그 또한 미스매치이겠죠. 플랫폼 어디에서 유명한 지도 꼭 생각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들을 추종하는 팔로워들의 나이입니다. 회사가 프로모팅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30대라고 가정해 볼게요. 인플루언서의 나이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그들을 추종하는 팔로워들도 비슷한 나이대가 많습니다. 감성이나 정보, 컨텐츠 스타일이 동년배에게 더 잘 먹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렇다면 내 서비스나 제품의 타겟 오디언스에게는 유의미하지 않은 광고 집행으로 끝나고 말겠죠.

E: 저희 회사 월급 레인지는 보고 오신 거죠?

G: 꿻뗇육뀨뿌뿌

E: 아...... 직전 회사 월급은 어떻게 되시죠?

G: 환산하자면 SGD 0000입니다.

E: 비자 문제 등등으로 인해 저희는 그 것만큼 맞춰드리는 어려울 것 같아요. 혹시 Expected Salary가 있으신가요?

G: 뿌뿌(말렸다)

E: 지금 일을 하고 계시지 않는다면 따로 노티스 기간을 주지 않고 바로 팀에 합류 가능한 거죠?

G: 네.

E: 좋습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 있으신가요?

G: 1. 회사는 얼만큼 성장하고 있나요? / 2.제가 팀에 들어가게 되면 3개월/6개월/1년 동안 맡게 될 직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3.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어시스턴트 마케팅 매니저 님은 되게 어려보이시는데 디지털 마케팅 관련 백그라운드가 있으신가요?

E: (설명 마치고) 알겠습니다. 사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몇몇 분들도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서요. 최대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대신 설날 전에는 연락 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다음 인터뷰는 저희 디렉터가 보실 예정이에요.


 면접은 늘 새롭고도 어렵다. 꼭 나올 것 같은 질문을 하는 회사도 있는가 하면, 내 자기소개서 기반 및 회사의 직무 관련하여 예리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 사람 좋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는 보스가 있는가 하면, 있었던 의욕도 떨어지게 만들만큼 매력없는 면접관이 있다. 회사에 대해 공부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를 묻는 날카로운 질문 하나의 내용을 이해 못하고 딴 소리 한 것도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2번째 면접은 볼 수 있으려나? 사실 엄청나게 큰 다국적 기업의 커스터머 서비스를 하면서 몇 백씩 돈 버는 것 보단 차라리 소기업에서 내가 원하는 마케팅 직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막 엄청, 영혼이라도 팔아서 갈게요- 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떨어지면 마는 거고 붙으면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그 정도의 회사였다. 간이고 심장이고 쓸개고 내어 줄 수 있을 정도로, 파우스트처럼 악마와의 거래까지 할 수 있을 만큼 미치게 가고 싶은 회사는 따로 있다. 아직 브런치에 글은 안 써서 그렇지. 왜 연락이 안 올까- 준다면서- ㅠㅠ


 아무튼 싱가포르 취업은 물론이고 해외 취업을 위해서 본인만의 잘 빠진 포트폴리오는 정말 큰 무기가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포트폴리오를 내서 반응이 안 좋았던 회사가 없다. (포트폴리오 완성한 지 며칠 안 되서 2개의 회사밖에 반응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개발자, 마케터 등도 포트폴리오는 점차 필수가 되는 시대인 듯 하다. 아, 이놈의 구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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