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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Mar 17. 2018

[해외취업] 해외취업하면 야근이 없을까?

탈조선을 외치는 이유가 워라밸이신지요?

탈조선, 헬조선, 지옥불반도, 흙수저 등등.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저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은 댓망진창인 네이버 기사들을 보기도 싫어서 네이버 어플을 지운 지 오래지만. 네이버나 네이트 뉴스기사의 댓글들에도 으레 저런 단어들이 주렁주렁 달리기 일쑤였다. 이제는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쓰는 저런 신조어들은 생활 속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수 많은 부서진 마음들과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들로부터 생긴 우울한 언어. 저 말들의 유래를 잘 알기 때문에, 소중한 내 사람들이 저 단어들을 외치며 괴로워할 때마다 마음 한켠이 다시금 어둑해진다.


그런데, '탈조선'하고 싶은 이유가 워라밸 때문이라면? '탈조선'하고 싶은 이유가 꼰대 문화 및 낮은 연봉 때문이라면?  이러한 질문에는 일목요연하게 대답해주고 싶다. 영어도 잘 못하고 돈이고 학벌이고 외모고 뭐고 가진 건 없지만, 친구 만들기 하나는 끝내주기 때문에 여러 케이스들을 접했다. 


Q. 우리나라에서 더는 일하고 싶지 않아. 야근, 주말출근에 진짜 지옥같아. 정말 지쳤어. 해외에서 일한다면 그런 게 없다지? 

A. 안타깝게도 그건 너의 직무에 따라 달라........ 서유럽이나 북유럽처럼 강제적으로 야근을 금지하고, 사회 분위기 자체가 야근을 하지 않는게 당연한 곳이 아니라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너의 워라밸이 지켜질거라고는 100% 장담할 수 없어.(95% 정도는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예를 들어볼게.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홍콩, 미국 등 금융권 종사자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대부분 없어. 한국보다 조금 덜하거나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 수준이야. 디자이너거나, 개발자는 조금 나을 수 있어. 한국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내가 알기로는 정말 격무에 시달리고 야근을 밥먹듯 하는 직무지만, 타국에서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야. 네가 광고회사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면, 싱가포르에서도 넌 야근을 해야할거야. 누가 시키거나 눈치주는 건 아니지만 워낙 업무가 많고, 고객을 상대해야 하며 동시에 매초 매분 매시 결과값을 측정하고 트래킹해야 하는 업무기 때문에 너의 워라밸은 여기서도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커. 네가 헤드헌터거나, 앞장 서서 세일즈를 해야하는 직무라거나 한다면 주말에도 고객의 업무상 요청 및 여러 요구들을 확인하고 신경써야 해. 해외취업을 꼭 해야하는 이유가 '워라밸' 때문이라면, 본인 직무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 '싱가포르에서도' 빅 4 회계 법인에서 일하는 사람은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해. 7시에 출근해서 새벽 3시에 퇴근해. 12시간 이상 오버타임인 거지. 대신 월급은 상상 그 이상이고. 그러나 일반적인 사무직 및 전문직의 경우에는 대부분 워라밸을 지킬 수 있어. 상사의 잔소리 및 눈치주는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야. 

= 현지에서 일하는 로컬, 한인 지인들의 직종인 '트레이더', '스타트업 CEO', '개발자','다국적 기업 광고회사 AE','다국적 기업 헤드헌터','프랑스 기업 세일즈 이그제큐티브','빅 4 회계법인 매니저','한국계 대기업 마케터','회계법인 인턴'에게 들은 실제 이야기입니다.


Q. 꼰대 문화가 너무 극혐이야. 9 TO 6라고 했으면서 먼저 정시 출근은 커녕 30분 일찍 안오면 뭐라고 하고, 칼퇴근 하면 일이 없냐면서 일을 더 주려고 하고. 장난쳐? 그러면서 포괄 임금제니까 야근 수당 같은 건 없는데 수직적인 문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고. 성희롱하는 분위기에 강제 회식 같은 것도 너무 힘들어. 그런 것 때문에 한국을 벗어나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싶어.

A. 장담하는 데, 싱가포르에서 취업한다면 꼰대 문화는 거의 없어. 특히 네가 일하는 곳이 다국적 기업이라거나 로컬 기업이라면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해. 그러나 주의할 점은, '한국계 기업'의 현지 채용이라거나 '주재원'이라면 그냥 리틀 코리아라고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미국에서도 현지 채용자들의 고충은 유명한데, 싱가포르에서도 한국계 대기업의 현지 채용자들의 고통은 끝나질 않지. (영원히 고통 받는 현채인......)

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들이 삼성, 현대차 등등 대기업에 들어가서 근속 연수가 낮은 이유는 '현지인에 비해 다소 낮은 연봉', '반면 현지인에 비해 엄청난 업무량' ,'지정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수성(영어를 잘 못하는 주재원을 위한 통역 및 번역,회식 참석 등)' 등등. 2년 정도 한국기업에서 버티고 미국 내 다른 곳으로 이직하려는 사람의 수가 많은 건 괜한 게 아니야.

야근 수당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회사 분위기 및 사내문화 때문에 잘 하지 않는 편이고, 회식은 한국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술 값이 워낙 비싸야지.......) 로컬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종종 하는 편이야. 성희롱, 젠더 폭력 같은 경우는 이 곳이 덜하지만, 꼰대 심은 곳에 꼰대 문화가 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이치지. 그래서 웬만하면 한인 기업 및 한국계 기업은 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기업이 주는 베네핏이 많다면(개인의 성장 기회, 연봉, 복지 등) 몇 년 눈 질끈 감은 후 이직의 디딤돌로 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거고.

=한국계 대기업의 해외 법인에서 일하는 세 명 및 싱가포르 내 한인 기업에서 두 번 일했던 한 명, 로컬 기업 내 꼰대 매니저와 불화를 겪었던 지인 한 명의 경험담입니다.


Q. 죽도록 일해도 연봉이 쑥쑥 오르질 않아. 초봉도 너무 적고. 대기업이야 초봉도 많이 주고 연봉 상승폭도 높다지만, 한국에서 대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은데...... 해외에서 일하면 그냥 돈 많이 준다는데, 돈 때문이라도 꼭 가서 일하고 싶어.

A. 해외에서 일한다고 돈을 다 많이 주는 건 아니야. 말레이시아의 경우 외국인들에게 월 180을 준다고 하면, 현지인들이 놀랄 수준이거든. 말레이시아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은 100만원에 못 미쳐. 태국의 경우에는 일반 회사원들의 월급이 50만원도 안 되거든. 베트남은 더 낮고. 싱가포르의 경우, 초봉은 한국보다 못하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아. 여기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 TOP3 졸업자들의 초봉이 $2500 -$3000이라는 말이 있는데, $2500이라면 한화로 환산할 시, 월 200이 조금 넘거든. 그러나 이 것만은 확실히 말해줄 수 있어. 이직을 하게 된다면 연봉의 상승 폭이 한국보다는 더 커.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몇년 씩 일하면서 버는 돈보다, 싱가포르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일한 후 큰 회사로 이직을 해서 버는 돈의 차이는 놀라울 정도야.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의 경우 '콜센터'에서 몇 년 일한 뒤 다국적 기업의 세일즈 파트로 이직했는데 연봉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했어. 한국에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 1,2년 일하고 다국적 기업의 세일즈 파트로 이직이 가능할까? 난 불가능하다고 봐.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싱가포르에서는 종종 일어나. 미국의 경우를 들어볼까? 내 남자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의 평범한 백인 중산층이야.(안타깝지만 미국은 아직도 인종별 평균 소득의 차이가 나는 걸 감안해 줘.) 주립대학교를 졸업한 후 작은 회사에서 4년 간 일했는데, 세금 납부 전 기준으로 500만원을 벌더라. 물론 미국은 주에 따라 세금이 다르니까, 진짜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500만원보다 훨씬 적겠지? 그래서 총 연봉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안 되고, 해외에서 일할 때 - 동시에 정부에서 떼가는 세금이 얼마인지, 진짜 내 주머니로 꽂히는 돈이 얼마인지-를 고려해서 비교해야 해. 미국 말고? 다른 예로는 북유럽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경우가 있어. 복지 천국인 북유럽. 그 말인 즉슨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가져간다는 의미야. 600만원을 번다고 해도, 세금을 다 제하면 300만원 남짓하게 남는 셈이지. 그 나라의 세율이 어느정도 되는 지, 복지나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것을 체크한 뒤에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연봉 관련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싱가포르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갈때 좋은 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이유는 싱가포르에서만 가능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회사에 따라 다르며, 직무에 따라 다르지만 워라밸은 대부분 한국보다 잘 지켜지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계 기업이라면 꼰대가 있을 경우, 그대로 군대식 문화와 수직적 의사결정의 잔재가 남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싱가포르의 초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이직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연봉 및 복지의 상승 폭이 '본인이 잘만 딜을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해외취업을 하면 야근은 절대 없고 월급은 무지 높고 불합리한 회사 정치 따위는 전혀 없고 등등....... 세상에 '절대' 는 없다. 저스틴 비버였나가 그러지 않았나, Never say Never라고.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단지 한국보다 더러운 꼴을 볼 확률이 극도로 낮은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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