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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Jan 15. 2018

[싱가포르 취업] 당신의 멘탈이 강해야 하는 이유

이런 거절.... 처음이야 ......

 눈 떠보니 벌써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두달 밖에 남질 않았다. 2개월 안에 취업을 확정 짓고 여기서 과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자신감이 많았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불안감의 농도가 제대로다. 이런!


 에이전시를 끼고 맘 편히, 그러나 돈 없이 싱가포르에 취업을 한다면 모를까. (딱히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력으로 싱가포르에 와서 취업을 할거라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두부멘탈, 개복치 멘탈일 경우 초전박살이 나버릴 것이 분명하다.


 싱가포르 취업에 도전하기 전이었다. 무조건 회사 100 군데는 지원하리라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백 군데 지원해서 떨어지면 이 곳은 내가 살 나라가 아니라고, 잠정적으로 단정지었다. 1/100이면 사실 좋은 확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거니까.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백 곳 지원? 생각을 해보자. 하루에 한 두개 씩, 커버레터와 레쥬메를 정성스레 작성하여 보낸다. 링크드인으로 지원하거나 로컬 구인구직 사이트로 지원을 한다. 혹시나 잘 못 쓴 부분은 없는지 체크를 한다. 회사에 대한 관심을 한 두줄 끼워넣거나, 몇개 없는 내 스킬을 강조를 하거나, 사진을 빼라는 곳은 당장 사진을 빼버리거나, 뭐 그런 식. 나름의 커스터마이즈. 나는 굉장히 순진하게 이력서 100 중 1이라도 합격하면, 그럼 되는 거 아니겠어~ 히히 ^^ 라고만 생각을 했다. 사실 나머지 99의 실패에 대해서도 미리 각오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한달 간 대략 20개의 회사에 지원했다. 첫 주에는 핸드폰을 개통하고 집을 보러다니고 호스텔에 짐을 옮기고 사람을 만나는 등등 전혀 구직 활동을 하지 못했다. 둘째 주에는 사람 만나 네트워킹 한답시고 뽈뽈뽈 쏘다녔다. 셋째 주부터 바짝 정신을 차리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락 온 곳은 총 네 곳. 헐, 뭔가 잘 못 되었다.


(0)좋은 회사만 있겠어?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야근 없고 칼퇴근 문화, 수평적인 문화, 회식/꼰대/주말출근/등산 없는 문화는 맞지만. 다 똑같은 인간들이 지지고 볶고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간혹 이상한 회사가 있다. 비자를 주지 않고 인턴십을 시킨다거나, 관광비자 신분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일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업종을 바꿔서 공고를 낸다거나 등등. 한번 취업하면 쉽게 발을 뺄 수 없으니 급하다고 막 지원서부터 들이밀지 말고 수상한 회사는 깨끗이 걸러야 한다. (실제로 다 주변에서 들은 일)

(1) 초미의 관심사, 비자 문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에게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구글링해서 찾아보면 알겠지만 모든 비자의 조건과 비자를 내주기 위해 필요한 월급 금액 등이 상향되었다. 그 말인 즉슨, 예전에는 월급 SGD2300라면 특정 비자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의 기준에 충족되었지만. 지금은 SGD2400, 2500 이어도 특정 비자 발급 요청이 거부되기 일쑤라는 사실이다. 더 큰 (짜증나는) 문제는 내 비자가 왜 거절 되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 싱가포르 노동청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비자발급을 거절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비자 발급을 회사에서 재신청한다 해도 거절될 수 있다. 그럼 이제 면접까지 다~합격했는데도 비자 때문에 짐싸들고 돌아가야하는 신세.

(2) 쿼터 문제

외국인 한 명을 고용하려면 싱가포리언 몇 명을 고용해야하는 등의 쿼터 제한이 있다. 이 것도 이슈인게, 회사에서 날 너무 마음에 들어하고 비자까지 내어주고 싶지만 이미 외국인 쿼터가 차버리면..... 내겐 기회가 없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이 때문에 링크드인이나 몇몇 공고에는 미리 '우리에겐 외국인을 위한 쿼터가 없어요. 그러니 싱가포리언만 지원하세요.'라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쓰여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지원해봤자 내 컴퓨터와 전기 낭비다. 하지 말자.

(3) 이에 따른 영주권자 (PR), 시민권자 선호 현상

당연한 말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같은 값과 같은 능력치라면 기업은 당연히 손이 덜 가는 지원자를 채용할 수 밖에 없다. 나를 우울 뭉텅이로 집어 넣어버린 메일 두 개의 내용을 공개한다. (후......)


:: 안녕, 가영! 네 이력서 잘 읽었어. 이력서와 커버레터에 있는 네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제 시간이 되니?

:: 안녕, 가영! 우리 금요일 세시에 면접 볼 거야. 회사 주소는 이러이러해. 어때? 괜찮니? 컨펌 메일 부탁할게. 얘기 좀 나누자!

=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아무 때나 가능해요. 회사가 편한 시간에 맞추도록 할게요.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 그런데 우리는 지금 싱가포르에 있는 사람을 구하고 있거든? 너 PR이니? 아님 여기 현지인?

= 아, 아닙니다. 저는 일단 지금은 여기서 장기로 지내고는 있고요. PR(영주권자)도 아니고 여기 로컬(시민권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면접은 볼 수 있어요, 여기서 지내고 있으니까요.


:: 음..... 그러니까 너를 뽑으려면 비자를 내줘야 한다는 거지? 너 그냥 외국인이야? 그럼 힘들어.

:: 이런 말해서 유감인데. 인터뷰 취소할게. 금요일에 올 필요도 없어. 우리는 최소한 영주권자를 뽑고 있어. 앞으로의 행운을 빌게!


=?????

 톤은 달랐지만 비슷한 내용. 회사는 달랐지만 똑같은 거절. 메일이 도착한 시간은 달랐지만 충격의 무게는 같았다. 심지어 모두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저 신나게 싱가포르 핀테크 기업과 컨설팅 기업 면접을 준비하려고 기업 링크드인과 웹사이를 들락날락거리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 , 그래. 나 여기 외국인이지. 맞다. 그게 잘못이지 뭐. 할 수 없이 거절에 대한 감사 메일이나 예의 상 보내고 우울하게 축 처져버렸다.


 심지어 많은 회사의 HR 매니저, 혹은 헤드헌터들은 내가 보낸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 

수신확인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보낸메일함을 보면서 몇 번이고 뭔가 잘 못 된게 아닐까, 라고 곱씹어보길 여러번.

 새로운 메일이 오지 않는 수신 메일함을 탭하거나 클릭하거나 하는 게 습관이 되가고.

이곳에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게 난 이러이러한 포지션을 찾고 있어~ 하하 ^^ 라고 말하는 게 점차 민망해지고. 


빛나는 1개의 성공을 위해선 사실 99개의 자존심 상하고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실패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실패를 많이 안 해본 내게는 (지금껏 자잘하게 작은 성공들을 많이 거뒀음) 이런 거절메일이나 무시, 서류 탈락, 거부 등이 생소했다. 따라서 누군가 내 존재를 거부하는 것 같은 이 상황이 몸서리치게 선명해서 머리마저 하얘졌다. 실패도 어렸을 때 많이 해봐야 한다. 그래야 빨리 극복하고 잊어버리고 훌훌 털어낼텐데. 어렸을 때는 많이 넘어져도 크게 다치질 않는다. 아가들은 넘어지는 만큼 걸음마를 연습한다. 그런데 나이들면 요령이 생겨서 잘 넘어지지 않지만, 한번 넘어지면 무섭게 다친다. 난 지금 제대로 가속도를 타고 동산에서 빙그르르 굴렁쇠쇼를 벌이는 느낌이다. 심지어 돈도 모래처럼 사라진다. 싱가포르 물가를 만만히 보면 큰일난다. 남자친구는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고, 도움도 안된다. 그냥 뭐. 사무치는 감정만. 쳇.


 그래서. 일단 전략을 바꿨다. 하루에 10개...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3개, 4개 정도는 지원하기로. 그럼 뭐, 300개 중에 3개만 되어도 언젠가는 297개의 실패에 대해 의연해지겠지.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의 깊이도 한층 깊어지겠지. 그럼 난 싱가포르 이직에 실패하고 한국에 돌아간다해도, 다시는 이 나라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굳은 믿음이 생겼다. 일은 그냥 일일 뿐이지만, 직업은 그냥 직업이고 뭐 그런거지만, 나라는 사람의 성장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이렇게 위안을 삼으며 저는 멘탈강화 +1이 되어갑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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