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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성 Dec 02. 2018

미혼모 펀딩 인터뷰1화

한 부모 엄마 이지연 씨


    

지연 씨에게는 태어난 지 4개월 된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인 그녀를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 어디서도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육아에 정성을 다하는 건강한 엄마의 모습뿐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우리의 경직된 시선에는 지연 씨의 주눅 들지 않는 태도와 밝은 미소가 낯설게 보입니다. 그녀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었고 아이와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감사의 말과 함께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지연 씨는 출산과 동시에 미혼모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혼 관계로 같이 살고 있었고, 양가 부모님들도 모두 알고 계셨어요. 2년 가까이 그렇게 지내다가 둘 사이의 문제로 헤어지게 됐는데, 그러고 나서 임신한 걸 알았어요. 그래서 임신했다고 알리고, 노력하기로 해서 다시 만났는데 계속 싸우게 되고 그러다 출산하고 나서 갑자기 연락이 뚝 끊긴 거예요.”     


- 재결합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이한테는 핏줄이고 가족이니까 잃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병원에 가는 날에도 시부모님들한테 연락을 드렸어요. 아이아빠하고는 연락이 계속 안 되다가 나중에 만났는데 네가 알아서 해라, 네가 나 버리지 않았느냐 그러기에 그럼 양육비라도 지원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못 하겠다는 거죠.”     


- 결국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고, 출산하기까지 미혼 임신부로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데 동료들에게 사실대로 알리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병원에 다녀와서 바로 사람들한테 말했어요. 회사에서도 결혼할 사람 있던 거 다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냥 말했어요. 저 임신했어요, 하고.     


- 동료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다들 그러죠. 빨리 지우라고, 혼자 어떻게 키우느냐고. 제가 충격을 받은 게 다들 남의 입장에서 너무 쉽게 말하니까. 그래서 난 아기 낳을 거고 내가 키울 거니까 인정해달라고, 회사에도 임산부 대우해달라고 했어요.”     

       


- 우리 사회에서 미혼 여성이 임신을 하면 많이 위축되기 마련인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 다들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하고 묻기에, 왜 그런 말씀하시냐고 잘 키울 거라고, 괜찮다고 했어요. 죄 지은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사람들이 저 미혼모에요, 하면 사고 쳤네, 너 어떡하니, 하는 말이 먼저 나오는데 남자가 미혼부에요, 하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해요. 저는 그런 시선, 여자기 때문에 더 안쓰러워하는 눈길보다는 차라리 응원 받고 싶어서 더 당당하게 굴었던 것 같아요.”       


- 특히 상처가 되었던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이 있었나요?            

          

“여자들 사이에서 쟤는 헤어졌는데 애기를 낳겠대, 쟤는 사고 쳤어,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특히 저랑 너무 친했던 언니가 뒤에서 편을 가르고 그런 얘길 하는 걸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는 안 되는데, 절 걱정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려고 해요.”       

             

-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경제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애기를 낳으면서부터 바로 미혼모가 돼버렸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당장은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이렇게 해야지(아기아빠와의 재결합을 비롯한) 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그게 무산되고, 지금은 회사를 휴직하고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 미혼모를 지원하는 제도나 단체들이 있지 않은가요?       


“일단 동네 주민센터에 ‘한부모 지원제도’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런 것들만 알아봤는데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거예요. 소득을 따지기 때문에 제 경우는 실업급여가 있어서 해당이 안 됐고, 한부모로 등록도 할 수 없었어요. 혹시나 하고 미혼모 관련된 여러 단체에 전화를 했지만 도움 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 그때 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알게 된 거죠?  

           

"그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제가 처음 겪는 상황이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같이 고민해주고 법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 조언해주시고. 아기용품들도 지원해주시고. 덕분에 월세 두 달 치를 지원받게 돼서 당장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죠.”                  

엄마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아기는 미혼모지원네트워크 직원들의 품에서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잘 안겨 있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해서 잠시 아이가 엄마 품으로 왔고, 엄마가 새 기저귀로 갈아주자 아기는 기분이 좋은 듯 입술을 삐죽 하며 웃었습니다.         

                

- 아이가 정말 순하고 귀엽네요.    

           

“아기가 웃을 때 정말 예뻐요.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빤히 보다가 이렇게 방긋 웃어요.”          

      

- 아이 낳기 전에 여러 고민을 하셨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아찔하죠.”(웃음)     

                  


- 출산하기 전에 상상한 미혼모의 삶과 지금 경험하고 있는 생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아기아빠가 없다는 것 외에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고 힘든 점이에요. 저를 보는 시선이 아이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까, 이런 게 아니고 아기아빠도 없이 너 혼자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보는 게 참 안타까워요.”               


- 일상에서 그런 시선을 자주 느끼세요?         

      

“미혼모라고 하면 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너 괜찮니?’ ‘아이는 어떡하려 그래?’ 다들 그런 말부터 하니까. 나도 똑같은 엄마인데, 다른 거라면 엄마 행복이랑 아빠 행복이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아요. 그래서 헤어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니까 아이가 불쌍하다는 식으로 치부해버리는 게 너무 속상하죠.”         


- 미혼 여성이 임신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낙태나 입양 등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게 되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중 미혼모 분들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임신 사실을 부모님한테 바로 알렸어요. 제가 헤어진 걸 알고 계셨지만 어쨌든 부모님은 자식에 대해 모든 걸 아셔야 하잖아요. 임신 5주차라고 말하니까 저희 부모님도 처음엔 극단적인 방법을 말씀하셨어요. 가족도 그렇게 말했을 정도니까. 그날 찾아가서 두 분 설득했어요. 물론 지금은 손주로 인정하셔서 경제적으로 지원도 해주시고 아기를 너무 예뻐하세요.”               

 

- 생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먼저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고려를 해보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인 것 같은데 우리 사회는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일단 시선 자체가 너무 부정적이고요.        

         

“네. 그 시선 때문에 미혼모들이 더 위축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싫어서 먼저 얘기를 했던 거고, 인정을 받아야 내가 더 당당해질 것 같아서 부모님을 설득한 거예요. 병원에 가기 전에는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 하나, 내가 혼자 짊어질 수 없는 상황인데, 정말로 낙태를 한다면 병원은 어떻게 알아보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정말 큰일 났구나 생각했었어요. 또 임신 사실을 숨기거나 복대로 가리고 다니고 그런 선택은 아이한테도 좋지 않고 나도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기왕 낳을 거라면 내가 주변 시선을 바꾸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야 내가 숨 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그런 행동에 대해서 용기 있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배는 계속 불러오는데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회사나 일상생활에서 받게 되는 시선과 압박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크게 와 닿아요. 그것만 없어도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달라져야지만 경제적으로도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것 같아요. 요즘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데 면접하러 가서 아이가 있다고 말하면 곧바로 아, 결혼 했군요? 하고 말해요. 결혼 안 했다고 하면 거기서부터 시선이 바뀌어요. 야근이나 그런 거 핑계 대면서 저희랑은 안 맞네요, 하고 거절하는 거죠. 그럴 때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이렇게 깊이 박혀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 면접에서 그런 부당한 일을 여러 번 겪으셨나요?               

 

“왜 미혼모에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사정이 있어서 파혼했다고 하면 웬만하면 같이 살지 그랬냐고, 여자가 좀 참아야지, 하시는데 정말로 그 회사에선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부분이 그런 식이어서 직장을 구하기 너무 어려워요.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는데 지금 같은 상태로는 아무 것도 바뀔 수가 없죠.”            

     

- 문득 드는 생각인데, 아이에게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우리가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생물학적 아버지와 가정을 꾸리고 지켜낼 수 있는 가장은 다른 차원인데 말이죠. 지연 씨의 이야기가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여성들에게 도움일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폭력적인 가장이나 아예 가족을 방치하는 아빠와 살아가는 아이는 바르게 자랄 수 없을 거예요. 노력을 해도 고쳐지지 않으면 혼자서 키우는 선택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짐을 아이한테 지어주면 안 돼요. 그래서 더욱 숨지 않았으면 해요. 미혼모들 중에 부모님한테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숨어서 몰래, 부모와 연을 끊어가면서 아기를 키우더라고요.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없앨 수는 없어요. 결국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은 가족이고 사랑해줄 수 있는 것도 가족이에요. 욕을 먹든, 몇 대 맞든 가족을 설득해서 가정 안에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은 잠깐이에요. 가족을 외면하지 않고, 맞섰으면 해요.”         

            

- 미혼모에 대한 시선과 관련해서 주위 사람들,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미혼모가 아니고 재하의 엄마에요. 저를 바라볼 때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보기 전에 아이 엄마구나, 그냥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려면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 능력을 사회에서 단절을 시켜버리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고, 기초생활지원 같은 제도들도 일단 수입이 있으면 해택을 못 받게 돼 있어요. 이건 사실상 경력 단절을 유도하는 제도에요. 사회에서 먼저 나서서 미혼모든 저소득층이든 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첫 번째가 제가 말한 사회적 시선이에요. 제일 먼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엄마로만 봐주셔도 미혼모들이 훨씬 힘이 날 거예요.”                


-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념도 사라져야 할 우리 안의 적폐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목소리를 내주시는 게 편견으로 힘들어 하는 다른 미혼모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되게 안타까운 엄마들이 많아요. 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엄마들이 SNS로 연락해 올 때도 있어요. 저는 그 사람들 정말 도와주고 싶어요.”             

   

- 관련해서 지금 준비 중인 활동 같은 것이 있나요?               


“아기용품을 만들어서 미혼모나 저소득층에 저렴하게 빌려주는 일을 하려고 해요. 아기용품은 2, 3개월 밖에 사용을 못하잖아요. 근데 가격은 엄청 비싸요. 경제활동 못하는 미혼모한테 10만원 20만원은 큰돈이에요. 천으로 된 제품은 제가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나 좀 도와달라고, 지원해달라고 협박해서(웃음) 얼마 전 재봉틀을 구입했어요. 아기 때문에 학원은 못 다니고 집에서 조금씩 해보고 있는데 나중에는 팔기도 하고 미혼모나 저소득층에는 대여해주는 일을 하려고 해요. 지금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 마지막으로 지금 힘겨운 선택 앞에 선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절대 남 얘기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이 선택해서 결정한 거라면 그게 어떤 결정이든 옳다, 남 얘기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고요. 그리고 미혼모가 돼도 주눅 들지 말라고, 잘 살 수 있고, 아무도 날 얕보지 않고, 얕보는 사람은 내가 안 보면 된다고, 용기 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녀는 인터뷰 내내 밝고 차분했습니다. 잠시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붉어진 순간이 있었지만 이내 평정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챙길 때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천생 엄마였습니다. 여느 아이엄마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하지만 그런 모습 뒤에 홀로 감내하고 있을 좌절과 고민,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그렇게 당찬 모습으로 세상의 편견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힘껏 용기 내는 그녀에게 우리가 보내야 할 것은 응원이지 비난이 아닐 것입니다. 지연 씨의 얘기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은 미혼모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 한 사람의 여성, 한 아이의 엄마로 대하는 그 간단한 일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전화: 02) 734-5007

이메일: kumsn@kums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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