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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정 Jun 09. 2023

4. 까망베르 드 블루벨벳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VS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4)


고양이에게도 성격이 있다. 친화력이 좋거나 덜하거나, 호기심이 유난하거나 아니거나, 예민하거나 둔하거나, 겁이 많거나 무덤덤하거나... 등등...

샤샤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줄 때도 절대 한 번에 달려드는 법이 없이 신중한 타입이었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겨도 어서 꺼내보라 재촉하거나 건드리기보다 탐색이 먼저였다. 반면 까망이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늘 뭔가 찾으러 다니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었다. 안쓰러웠던 아기 고양이를 벗어나 건강하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지만 대체 어디 숨었나 싶어 보이지 않을 때면 어찌 찾았나 싶은 집안의 어느 구석이던가 책장 위 높은 곳에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낙싯대 장난감을 흔들어 줄 때도 샤샤는 몇차례 장난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 타입이라면 까망이는 장난감을 들자마자 제 머리로 장난감을 들이받는 타입이었다.




매일 아침 내 폰의 알람이 울리고 내가 스누즈 기능으로 5분만, 하고 있을 때 까망이는 내 배 위로 올라온다. 내가 눈을 떴는지 살피고 잠시 기다리다 다시 5분 후 알람이 울리는데도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솜뭉치 냥냥펀치로 내 얼굴을 때리며 나를 깨운다. 최대한 둥굴려 꺽인 손마디가 제법 다부지지만 펀치에는 힘이 실리지 않은 채 볼과 턱을 살짝 공격한다. 물론 아침 간식을 내놓으라는 신호일 수도 있지만 까망이의 모닝콜은 나에게 행복한 아침을 선사했다.




집사와 살아주고 있습니다(4)


내 이름은 '까망베르 드 블루벨벳'이다. 이 오글거리는 이름이라니 태국 황실의 마스코트였던 우리 샴냥이가 고양이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으로 본다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내가 믹스종인 것을 생각할 때 뭔 말이냐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난 샴고양이의 특징인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에 털이 짧고 가늘 뿐더러  계란형, 아니 삼각형 머리에 귀 모양과 꼬리도 영락없는 샴냥이의 특징이 있다. 종의 차이나 나불거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는 내가 샴냥이라 영리하고 사랑스럽다니 나에겐 중요하다.

샤샤는 나보다 이집에 먼저 발을 들였고 나이도 많은 것을 내세워 상왕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만 난 여기서 영역다툼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는 이보다 중요한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묘생의 간격으로 보자면 샤샤는 한참 연장자이니 상왕 대접은 아니라도 누이 대우까지는 해줄 수는 있다.


고양이가 그렇듯 야행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집사와 살다보니 어느정도 라이프 스타일을 맞춰주고 있다. 자고 싶지는 않지만 밤이 되면 집사의 침대 아랫쪽에 자리를 잡는다던가 아침에 인기척이 들리면 나도 기지개를 켠다거나 하는 것이다.

동이 터오는 새벽, 빛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나의 아침은 이미 시작이지만 나는 잠자코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엄마는 알람이 울리는데도 한참을 못일어나니 내가 나설 수 밖에. 일단은 엄마의 배 위에 올라 일어나기를 기다려 본다. 하지만 역시나 안 일어난다. 다시 벨이 울리면 이제야 말로 내가 나설 때다. 간식도 먹어야 하는데 이렇게 안 일어나면 곤란하다. 일단 냥냥 펀치로 건드려 본 후 안되겠다 싶으면 훅으로 올려친다. 이래도? 비장의 무기 점핑을 시도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나를 보며 웃는다. 풋...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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