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城主)도 되어보고
星愿公园(Wishing Star Park)
星愿公园(Wishing Star Park)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11호선 迪士尼(Disney Resort) 역 2번 출구(10:00-18:00)
(지하철 외 교통수단 절대 비추천)
인파에 몸을 섞어 11호선에 탑승한다. 종점역에 가까워지지만 인파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캐릭터 모자에 드레스와 장신구로 한껏 기분을 내본다. 상기된 얼굴들로 가득한 여기는 상하이 지하철 11호선, 우리의 목적지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다.
애니메이션에서 갓 튀어나온 캐릭터들, 특히 엘사공주와 백설공주는 불변의 단골손님이다. 최근에는 귀여운 여우 리나벨의 분장도 꽤 많이 눈에 띈다. 짝퉁 머리띠와 열쇠고리를 팔던 노점상은 심한 단속에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온데간데 안 보인다. 하차한 승객들은 역사에서 흘러나오는 렛잇고*를 후렴구만 자랑스럽게 외치고 그다음은 입 속으로 부른다. 그들이 하나같이 향하는 1번 출구(디즈니랜드)는 특유의 매력과 마력으로 그 많은 인파를 천천히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빨려가는지도 모른 채 빨려 들어가는 수많은 엘사와 리나벨이 자신의 의지로 걷는 것처럼 걸음걸이가 세상 도도하다.
디즈니랜드의 신비한 마력은 사람들을 오직 하나의 목표 지점만을 향하게 하여 다른 쪽으로의 시선을 일절 차단시킨다. 모두가 1번 출구로 향할 때, 미소를 지으며 2번 출구로 향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다. 나는 이 순간을 매우 사랑한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나만 알아챘다는 우월감, 한 공간을 나 혼자 차지했다는 만족감, 앞으로 펼쳐질 숨 막히는 풍경에 대한 기대감에 걸음이 느긋하면서도 날래다. 그렇게 인적 드문 2번 출구로 나가면, 비슷하게 인적이 드문 공원의 게이트를 만난다. 인파 속에 휩쓸려 답답하던 가슴이 게이트를 들어서면서 널찍하게 펼쳐지는 빛나는 호수 앞에서 뱃속 깊은 묵은 공기를 분출하듯 쏟아낸다.
나는 이 곳에 올 때마다 참 죄송하고 송구하다. 여기에는 이용객보다 일하시는 분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표백한 듯 하얀 면재질의 작업복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하얳다. 칼주름으로 빳빳하게 다림질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분들이 지나간 자리에 손잡이며, 바닥이며, 벤치며, 먼지 한 톨, 휴지 한 장 감히 날아다닐 수 없다. 반짝반짝 닦인 광나는 휴지통에 쓰레기 한 조각 집어넣기 민망하다.
멀리 디즈니 캐슬이 눈에 보인다. 이 순간, 저 성은 내 성이 되고, 나는 이 성의 성주가 된다. 성에 딸린 자그마한(?) 정원을 홀로 산책하는 기분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황홀하다. 물 위를 박차고 걸어가다 하늘 위로 유유히 비상하는 오리 떼들을 보며 잠시 오리의 자유를 상상한다. 지난 계절 보았던 철새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갔는지 그간 야생 오리들이 터를 잡았다. 그들 무리 안에 빨간 부리의 검고 작은 새의 유영이 귀엽다. 자연은 다들 각자의 삶을 철 따라 잘 살아가고 있었다.
가을 색이 짙어지는 호수변을 따라 고즈넉이 걷다 보면 한 시간 조금 못 미쳐 출구에 도착한다. 출구는 디즈니 타운과 연결되어 있는데, 디즈니 샵과 쇼핑거리와 식당들이 즐빗이 서 있다.
공원 한 바퀴를 걷고 디즈니 타운에서 식사를 하면 반나절의 훌륭한 산책 코스가 된다. 디즈니랜드에 입장하지 않아도 디즈니타운을 둘러보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흥얼거리다 보면 흥이 적잖이 채워진다. 디즈니랜드에 다녀 온 것과 진배없다.
개문과 폐문 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지니 미리 도착하거나 늦게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삼나무 빽빽한 북유럽스러운 분위기와 고요한 호수가 인적을 그리워하고 있다. 일행은 디즈니랜드에 가고, 나는 관심 없다면 바로 옆으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을 목적지로 정하고 들르는 것이 실은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어쩌다가 들르기엔 좀 죄송하고 송구한 곳이다.
*렛잇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유명한 주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