傅记光普招牌红烧牛肉面 (부기광보초패홍소우육면) 주소: 919 Beiai Road, Pudong, Shanghai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13호선 Xianan Road 역 4번 출구에서 도보 790미터
아파트가 즐비한 로컬 주거 지역.
오토바이, 전동차, 자동차, 버스가 한데 뒤엉켜도 제갈길을 잘 찾아가는 일상의 박자감이 다이내믹한 곳.
우육면집 몇 집이 나란히 서 있는 이 길에 이 집만 고집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파리가 낙상할 만큼 내부가 깨끗하다는 인상은 위생과 정성의 관점에서 다른 식당을 고려할 필요를 없게 만들기도 했다.
傅记光普招牌红烧牛肉面(부기광보초패홍소우육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캐셔 자리에 앉아있는 주인장이 매일 보듯 낯익다. 그도 내가 낯익을 테지만 모든 손님과 사적인 대화를 철저히 거부하듯 눈인사도 인사말도 없다.
오늘도 홍소우육당면에 데친 청경채 추가, 맞지?
그래도 인사 대신 해주는 게 있으니,
내가 늘 먹는 것을 기억해 주고 재차 확인을 해주는 츤데레 서비스다.
주인장의 답정너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탕면 22위안 + 청경채 2위안 = 24위안 (한화 4500원)
값도 친근하다.
김밥천국만큼 많은 면 메뉴
빨간 바탕 메뉴판이 중국스럽고 정신 사납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시그니처 메뉴인 우육면을 중심으로 러프하게 둘러보면 대강 이렇다.
면: 100% 수타면 (얇은 면, 넓은 면, 칼국수 면 선택 가능)
당면: 면 대체 가능
내용물: 양(소의 위), 스지(힘줄), 살코기 선택 가능
고기: 편으로 썬 수육, 간장에 조린 덩어리 고기(한국의 소갈비와 비슷)
토핑 : 쇠고기 부속, 콩고기, 계란 장조림, 계란 후라이, 데친 청경채, 야채 절임
<주의사항>
1. 고수나 풋마늘을 원치 않을 경우 미리 말할 것 (不要香菜 부야오샹차이 / 不要蒜苗 부야오수안먀오)
2. 면은 기본으로 얇은 수타면으로 제공. 칼국수나 넓적면은 미리 말할 것
3. 비빔면과 함께 떠먹을 탕 추가 시 1원(한화 200원) 추가
4. 면의 선택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름
红烧牛肉粉丝汤 + 烫青菜(홍소우육당면 + 데친 청경채)
데친 청경채를 한 줌 추가한 홍소우육당면이 나왔다. 뜨끈하게 덥혀서 나온 사기그릇의 온도에 손바닥이 흡족하다. (멜라민 그릇에 뜨거운 탕을 부어주는 곳에서 먹느니 난 집에서 차라리 스테인리스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겠다. 플라스틱 그릇의 내구성과 편리함에 손님의 건강 따위 마음 쓰지 않는 곳엔 나도 마음 쓰지 않겠다. )
묵직한 사기그릇에 담겨 나온 묵직한 한 그릇에 식전부터 든든하다. 한국 당면보다 더 찰지고 끈기가 있어 입에 들어감과 동시에 식도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맛이 한 번 먹으면 자꾸 생각난다.
카운터 옆에 약소하게 차려둔 샐러드 바(?)에는 야채 절임과 생마늘, 그리고 다진 풋마늘이 있다. 대파 대용으로 잘게 썬 풋마늘 한 종지 덜어다 국물에 담그니 한국인 입맛에 한 층 가까워진다. 통마늘의 마른 껍질을 손톱으로 까서 야금야금 베어 먹으면 맛있다. 마늘의 식감이 아삭하고 익숙하다. 푹 조려진 고기 한 조각에 마늘 한 입의 만들어 내는 조화가 아는 맛이어서 더욱 반갑다.
다양한 사람들이 24시간 동안 들어오고 나간다. 근처 건설현장의 인부들부터 자취생, 주부, 노인 할 것 없이 우육면은 중국에서 매우 대중적인 메뉴이다. 20위안(한화 4000원) 안팎의 가격대에 부담 없이 배를 채울 수 있는 효자템인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쇠고기가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기력 없는 어르신을 모시고 온 효자들도 종종 눈에 띈다. 식사 시간에 맞춰가면 줄을 서기도 하지만 영업시간이 온종일이기 때문에 인파를 피해서 가면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 여기에선 상대의 동의 없이 합석이 가능하다. 같은 테이블이라도 남는 의자가 있으면 차지하고 앉아서 먹는다. 오일장 장터에 짜장과 우동을 팔던 이동식 식당의 긴 의자가 떠오른다. 다 그렇게 앉아서 어울려 먹었다. 분위기는 대강 비슷하다.
그 시절의 소울이 나를 자주 이곳으로 불렀다. 배가 너무 고플 때를 제외하고는 젓가락보다 눈이 바쁘다. 특별한 룰이랄 게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메뉴도 제각각, 조합도 제각각이다. 탕면과 비빔면, 넓적 면과 얇은 면, 수육과 간장에 조린 고기, 그리고 갖가지 토핑을 입고 나오는 그릇의 비주얼이 제각각이다. 잘 모를 때는 남들 먹는 거 보면서 주문하는 게 제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비주얼 하나는 있기 마련일 테니.
밀가루의 거룩한 여정을 한눈에 담는 재미가 있다. 주방장 손에서 가루와 물과 비법이 버무려져 숱한 펀치로 탄생한 반죽 덩어리는 마른 가루가 입혀진 작업대 위에 힘 있게 툭하고 던져진다. 수타면의 손맛은 지금부터다. 양손으로 길게 잡아당기고 털고, 손가락을 넣고 털기를 반복하며 마른 가루가 쉼 없이 가닥가닥 사이를 분칠 한다. 끈적한 반죽 덩어리가 보송보송한 면발이 되면 손 마사지는 끝나고 댄스 타임이다. 끓는 물속에서 기포의 움직임에 따라 한바탕 춤을 춘다. 샤워를 마친 면발은 마른 채로 혹은 탕에 빠져 손님 상에 올라간다. 굵기가 제각각인 면 줄기가 제각각의 인생으로 빨려 들어간다. 면의 일생이 사람의 인생으로 통합되는 순간이다. 면은 머무르지 않고 승화되어 그 기운을 남기고, 기운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우육면 한 그릇에 반나절 힘을 충전한 사람들은 다시 일터로, 각자의 목적지로 돌아간다.
빨강, 노랑, 초록 중 초록은 최우수 위생 등급을 뜻한다.
우육면은 대중 먹거리로 자리 잡은 이상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부득이하게 옆 가게 눈치 보느라 더 그렇다. 가격 동결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족쇄가 되어버렸다. 수년째 같은 가격에도 넉넉한 고기 인심을 유지하는 사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대인배다.
입은 정직하다. 최선을 다한 정갈한 밥상은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 비록 그것이 자신에겐 생계일지라도 남에게 밥을 먹이는 행동은 숭고하다. 밥은 사람을 먹이고, 삶을 먹이고, 분명 그 이상을 먹인다.
밥을 먹기 위해 밥을 업으로 삼은 사장님의 밥도 풍성하기를 기원한다. 계산대 옆에 자신 있게 걸려있는 공중위생 우수 업소 표지가 초록 얼굴을 빛내며 웃고 있다. 그럴만 하니까 초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