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록 한 장

동박새, 요금을 내세요

무임승차라니요

by 뾰족달


버스에 타고 가던 중에

사람들이 내린다고 뒷문이 열렸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갑자기 뭔가 날아 들어왔다.

작은 새 한 마리가 글쎄 요금도 내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빈자리가 많았지만 승객들 머리 위를 빙빙 돌다가

어설프게 손잡이에 앉았다.


푸른빛이 나는 어린 동박새였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을까?

버스를 타고 어딜 가려는 걸까?

동백나무 찾으러 가는 걸까?

이 어린 새는 두꺼운 손잡이에 겨우 매달려 간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또는 그런가 보다 하며 간다.


그때 내 다리는 왜 대책 없이 벌떡 일어섰을까.

내 손은 왜 창문을 활짝 열고 있을까.

버스는 다음 정거장을 향해 달리고

나는 당황한 어린 새를 날려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새는 내 손이 다가와도 가만히 있었다.

당황하던 끝에 정신이 없었을 수도.

조심스레 손을 모아 새를 소중히 안아 들었을 때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찍.

나의 체급으로 가장 번개 같은 속도로

창밖으로 멀리 날려 보냈다.

아기 동박새가 파드득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웃 좌석의 학생이 물티슈를 건네주었고

우리는 눈웃음을 나누었다.

그도 나도 같은 마음이겠지.

이 도심 속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가족들을 만났을까?

두 손 안으로 여린 깃털이 느껴졌다.

마음속이 뭔가 몽글몽글, 사랑스러움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동백나무가 어디에 있을까?

부디 네가 좋아하는 나무를 꼭 찾길 바란다.

귀여운 동박새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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