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3) - 4차 기일
늦어서 죄송합니다
금요일 오늘은 4차 기일이다, 재산 명시 명령에 재산 목록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나서 두 달만의 재판이다, 잘하면 오늘 끝날 것으로 예상하던 우리 변호사님 말도 있고 병원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잠을 설치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다
집에 들러서 씻고 옷도 갈아입고 가기 위해 병원에서 입었던 아이의 속옷이나 내 옷과 수건들도 챙긴다 집에 가서 빨아서 다시 가져와야 한다 취침등을 켜놓고 집에서 해야 할 일들과 챙겨야 할 것들을 메모지에 적어 가방에 넣었다 재판 시간이 10시 30분이라 돌봄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문자로 아이 상태와 식사 그리고 어제 간호사 분들이 해주신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작성하여 전송해 둔다
잠들어 있는 아이 이마에 뽀뽀를 한번 해주고 병원을 나선다
운전대를 잡고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와중에 많은 생각이 든다, 진짜 이번에 끝나긴 할까? 법원에 또 엄마랑 같이 나올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마지막까지 미안하단 말 한 번 안 하는 아내를 나는 왜 계속 생각하는 걸까? 아내 입장에선 내가 나쁜 놈이어서 이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뒷 차의 빵 소리에 정신이 번쩍 돌아와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이런 중요한 날 나는 안경을 쓰지 않는다, 나만의 징크스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넓적한 안경뒤에 순둥해 보이는 인상이 상대방이 나를 쉽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단단히 중무장을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집안에선 늘어난 티셔츠와, 운동복만 입고 아이옷은 옷장이 꽉 차도록 사준 것도 어쩌면 아빠라서 아이를 잘 못케어 한다는 생각을 할까 봐였지만 이날만큼은 날카롭고 무표정으로 자리에 서게 된다
법원 앞에서 변호사님을 만난다, 앞으로 일정과 상대방의 서면 등을 주제로 대화를 한다 이번 일정에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시지만 한편으론 좀 걱정이다, 뭔가 구체적으로 분할과 양육에 대한 이야기가 없이 매번 서면으로 서로의 입장과 답변만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재판 시간이 다가오자 저쪽에서 아내가 장모와 같이 걸어온다 그 뒤로 상대 변호사가 따라 들어온다 서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입장해 출석을 확인하고, 판사님의 말만 기다린다,
"원고 재산 분할을 해달라고 했으면 본인 것도 제출을 하셔야지 피고만 제출되어있고 본인은 왜 제출을 안 하십니까?"
아내는 대답이 없다, 상대 변호사의 작성 후 제출 하겠다는 말만 들린다, 우리 쪽에서 재산 조회 신청을 했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기도 했고 두 달이라는 시간을 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안 한 것에 대한 질타 일 것이다,
"재산 분할에 관한 것은 다음 기일에 제출 한 다음에 다시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 양육에 관한 가사 조사를 할 수도 있어요."
아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했어서 가사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의외의 말이 들어온다 할 수도 있다는 말은 안 하겠다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변호사님은 보통 가사 조사의 경우는 내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토요일에 지정이 가능하다고 하시니 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별다른 큰 변동 없이 재판은 끝났다, 끝날 줄 알았던 것이 한 달이 더 연장이 돼버린다, 4회부터는 변호사님의 출장비를 지급해야 해서 다음 재판까지 가면 100여만 원의 출장비가 든다 이 비용도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돼 가고 있다 돈 없으면 이혼도 못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더 할 말은 없는지 궁금했지만 아내는 재판이 끝나자 자기 엄마 손을 잡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 모습에 할 말을 또 잃어버린다
변호사님을 배웅하고 회사로 출근을 한다 답답한 한 달이 추가가 되었다, 심지어 이제는 아이 양육권에도 문제가 생기거나 일정이 늘어날 수도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사서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최악의 상황부터 대비하고 걱정했던 나다 호미로 막을걸 가래로 막게 되는 경우를 항상 걱정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성격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내 할 일은 다 끝난거 같은데.. 언제쯤 마무리가 될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