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36)
막걸리에 파전 아니 김치전
오랜만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퇴근길 차 안에서 흐르는 노랫소리에 같이 흥얼거리며 문득 파전이 당긴다 어제 누군가가 감자전을 먹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비도 오지 않는 날 전이라니 그래도 나도 먹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늘이 어찌 알았는지 비를 내려준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떠올려 본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양파들이 다 물러서 먹을 수가 없다, 파는? 파는 냉동실에 얼려놓은 게 있긴 한데 그거로 해 먹어도 되나? 왠지 얼었다가 녹은 파전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김치전으로 생각을 돌린다,
어머니가 주신 익은 김치를 물에 살짝 행군 후에 잘게 썰어서 계란푼 밀가루 반죽에 넣고 잘 섞어서 커다란 프라이팬을 잘 달군 후에 기름을 듬뿍 두르고 한 두세장 붙여 안 매운 부분은 공주랑 나눠 먹기로 한다
사실 요즘 공주는 돌봄 센터에서 저녁밥도 먹고 온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도 많아서 항상 데리러 가보면 깔깔 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 나올 정도이다 덕분에 아빠는 집에서 저녁 메뉴 고민 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그리고 간식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할 시간도 늘어나니 일석 이조 아니겠는가?
"공주님~ 얼른 집에 갑시다~"
"아빠~."
공주가 품에 안기고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 씻어보겠다고 끙끙대며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 동안 나는 열심히 김치전을 준비한다 편의점에 사 온 막걸리를 거실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전 붙이느라 나는 기름냄새에 베란다 문을 살짝 열어보니 빗소리가 차박차박 운치가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비냄새가 좋다
자글자글 전이 익어가자 아이가 씻고 나와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주방을 기웃거린다
"김치전인데, 이따 한번 먹어봐요 안 매운 부분으로 아빠가 파전하려고 그랬는데 재료가 없어서 오늘은 김치전이에요."
"네."
"근대 밥 먹고 왔는데 또 먹을 수 있어요?"
"한번 먹어볼게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세장을 붙여 거실에 나와 앉는다 공주도 금세 옷을 갈아입고 나와 상 앞에 앉는다, 김치가 적게 들어있고 얇게 부쳐진 부분을 잘라서 앞접시 위에 올려준다 생각보다 맵지는 않은지 보들보들한 전을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다
나도 막걸리 한잔을 따라서 전과 함께 한입 한다 톡 쏘는 듯한 막걸리의 맛과 부드럽지만 살짝은 매콤한 전의 맛이 입안을 맴돈다, 다시 한 번 더 전을 큼직하게 뜯어 간장을 푹 찍고 입안에 넣는다 이런 게 소확행이지, 그래도 술은 너무 많이 마시진 말아야지 딱 한잔만 더하고 그만 마셔야지
아이를 쳐다보며 웃는다 공주도 맛있는지 엄지를 척하고 보여주며 맛있게 먹는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넘어갔음에 감사하며 나는 막걸리잔으로 공주는 사이다 잔으로 짠 하고 잔을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