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씨가 기가 막히다, 집안에만 있기에는 날이 너무 좋다 공주님은 어제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다 주무셨는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혼자 아침을 먹기도 그래서 아이가 사놓은 포켓몬 빵을 하나 뜯어먹는다 좋아하는 띠부씰은 나중에 일어나면 까보라고 한쪽에 잘 챙겨둔다
겨울 빨래들을 돌린 것들을 개어 일부분 정리를 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경우가 있어서 다 정리하기가 좀 그런다, 대신 이불들은 어제 대충 전기장판은 접어서 정리하고 두꺼운 이불만 한번 빨아서 넣어둘 예정이다 어제 건조기에 돌렸던 빨래들을 꺼내 개고 있으니 공주님이 일어나 안긴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공주님도 잘 잤어요? 약 먹어야 하니까 다시 자지 말고 얼른 세수하고 와요."
"저 첵스 먹을래요."
"알겠어요 준비해 둘게요."
공주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 동안 얼른 잠자리를 정리한다,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좀 시킨다
아이가 씻고 나와 아침을 대충 먹기 시작한다 옆에서 빨래를 개며 넌지시 물어본다
"공주님 오늘 동물원 갈까요? 돗자리랑 가지고 가서 과자랑도 먹고, 햄버거도 사 먹고?"
"그럴까요? 대신 킥보드도 가져갈래요."
"그래요 얼른 먹고 약 먹고 이 닦고 출발합시다, 늦게 가면 사람 많아서 주차하기 힘들 거예요."
서둘러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온다, 오랜만에 회사차가 아닌 내 차로 운전을 해 간다 집 근처 가까운 곳에 놀이공원과 함께 동물원이 있다, 그 가는 길에 벚꽃이 얼마나 예쁘게 피었는지 매년 이맘때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모르겠다
주차장은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 차있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결국 마지막 주차장까지 가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돗자리와 먹을 것을 담아 온 아이스 박스를 들고 공주님은 킥보드를 타고 동물원을 향해 천천히 가기 시작한다
아직 완벽하게 만개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제법 활짝 핀 벚꽃 길이 우리를 반겨준다, 많은 사람들이 웃음 가득히 손을 잡고 연인과 혹은 가족들과 같이 꽃길을 걷는다 우리도 천천히 출발한다 작년에는 이럴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별거가 시작되었고 내가 실직했었던 시기였어서 여서였지만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단 심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다행이지 싶다
동물원에 도착하기 전에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간단하게 먹는다, 나는 포장을 해서 동물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먹고 싶었는데 공주는 먹고 가고 싶단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매장에 앉아서 먹고 동물원으로 입장을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핀다, 문제는 돗자리가 이렇게 큰지를 몰랐다 아이랑 내가 누워서 뒹굴어도 남을 만큼 큰 돗자리였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신발과 킥보드를 한쪽 모서리에 잘 올려둔다 그리고는 집에서 싸 온 과자와 음료수를 같이 나눠 먹는다
"공주 오랜만에 동물원 오니까 좋지요?"
"네 오늘도 동물들 보고 갈 거예요?"
"천천히 쉬고 앉아있다가 호랑이도 보고, 그럴까요?"
"저는 펭귄이 보고 싶어요."
"이따가 그쪽도 가서 봐요."
시원한 바람이 분다, 요즘 회사 일로 머리가 좀 아픈데 이곳에 와서 머리를 좀 식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아이스 박스를 베개 삼아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도 별로 없는 맑고 청량한 하늘이 가슴을 뻥 시원하게 뚫어준다, 아이도 내 옆에 누워서 같이 하늘을 바라본다 계속 이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살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든다 누워있는 아이 옆구리를 쿡 찔러보니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동물원에 울려 퍼진다
한 시간 정도를 그렇게 돗자리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동물원 구경에 나선다, 사자와 호랑이도 보고 공주가 보고 싶었던 펭귄도 보고 토끼와 공작새, 앵무새들도 보고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할 무렵쯤 다시 둘이 손잡고 동물원 밖으로 나선다
"공주님 다음번에도 같이 오게요."
"그래요 아빠."
"오늘 재미있었어요?"
"네 많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고작 집까지 돌아오는 1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잠들어 버린 공주님을 바라본다, 많이 걷고 뛰어서인지 금세 잠들어 버렸다, 어느새 앞머리가 또 눈까지 내려왔다, 이런 바람 심하게 부는 날에는 눈을 찔릴 거 같아 걱정이다 머리를 쓸어 올려 옆으로 밀어준다 저녁에는 같이 씻으면서 앞머리도 잘라줘야겠다
아이의 볼을 살짝 만져본다 간지러운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리는 공주님의 모습에 피식 한번 웃고 다시 운전대에 손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