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56)

마지막이 보이긴 하나 봅니다

by 시우

우리 집에는 차가 두 대가 있다, 내가 부자라서가 아니라 결혼하면서 샀던 15년식 경차 한대와 회사에서 쓰라고 주신 차 이렇게 두대 내 본차가 작다 보니 일할 때 쓰라고 주신 차이긴 하지만 나는 왠지 원래 있던 내 차가 정이 더 많이 간다 살 때 돈 좀 더 보태서 중형차로 올리라고 했던 어머니에게 돈 좀 보태주시면 사겠다니까 입을 똑 다물고 계셨지만 15년도부터 지금까지 공주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녔던 자동차이다 아내가 결혼 전에 계약금을 내줬고 초 저리 할부로 60개월로 계약했는데 열심히 모아서 2년도 안돼서 전부 갚아 온전히 우리 차가 되었다


살 때에는 에콩이라는 별명도 지어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유치 찬란한 이름인가 벌써 8여 년 차 이제는 낡아가는 중고차가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도 잔고장 없이 가끔 마실 나갈 때 우리의 발이 되어준다


엔진오일 갈아줘야 할 때가 일정이 조금 지나 버렸다, 평일은 회사 때문에 안되고 주말은 가게가 열지 않아서 인데 토요일 아침에 가려다가 아내가 면접 교섭 한다고 그랬어서 예약을 취소했었다(앞선 화에 말했듯이 아침에 오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었다) 결국은 대체 공휴일 아침에 일찍 오지 않으면 못 할 수도 있다는 상담원의 말에 8시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 근처 정비소로 차를 옮겼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공주가 차 정비가 끝나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자고 있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는 집은 쓸쓸할 테니까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다 정비는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날 것 같았다 정비사님은 말없이 정비를 하시고 나는 정비소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주인 없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어제 문자가 왔다, 사문서 위조건 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말이 좀 어이가 없었다, 고소 안 하려고 그간 몇 개월을 연락했을 때는 본인 잘못이 없는 사람처럼 연락도 씹고 그러더니 판결이 확정되고 OOO 만원의 벌금 형이 선고되었고 이제 OOO만원의 민사 소송이 걸려있으니 이제 와서 그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답장을 보낼까 말까 하다가 답장을 보낸다


'고소 안 하려고 당신 아버지한테도 연락하고 당신한테도 연락했어 사문서 위조는 친고죄가 아니라 고소 들어가면 내가 취하한다고 해도 진행된다고 그때는 당신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행동한 거 아니야? 집 살 때에는 돈 한 푼 안 보태놓고 이혼할 때는 집 절반을 내놓으라는 사람에게 내가 왜 그렇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네. 본인이 옳다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끝까지 가봐, 나는 마지막까지 당신 편이었고 이혼은 하는 거지만 당신이 더 유리하게 양보했어 근대 문서 조작까지 해서 낸 건 당신이지 내 탓이라고 하지 마.'

(아내가 유리하게 양보한 내용은 소송이 끝난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내의 답장이 구질구질해진다, 네가 적게 벌어서 그 돈으로 생활하기가 쉬운 줄 아냐 나는 나가서 돈 안 벌었냐 별의별 이야기가 날아온다 조곤조곤 답장을 해준다


'결혼하기 전부터 맞벌이하기로 한건 너였고, 내가 그렇게 많이 벌지 못하는 거 몰랐었냐? 그동안은 누가 번돈으로 그럼 생활했냐?'


'보통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퇴직금을 받아봐야 일을 했다고 하는 거다. 하루 한 달 다니고 관두는걸 누가 일 했다고 이야기하냐 당신은 결혼 전부터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한 적도 없지 않냐'


'젊은 시절 좋은 일자리 구할 수 있게 거처 구해주고, 집세 걱정 안 하게 해 준 게 누구냐? 자아 실현 하겠다고 해서 그거 기다려주고 밀어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냐?"


'하지도 않은 시집 살이 당신 엄마한테 가스라이팅 당해서 모시지도 않는 시어머니가 자기한테 연락해서 괴롭힌다고 거짓말하고 나는 당신 말 믿고 어머니랑 싸워서 명절에도 왔다 갔다 힘들게 만들고 당신은 수시로 처가 다니면서 당신이 번돈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당신 부모 여행 보내주고 그게 정상이냐?'


'내가 버는 돈이 적었다고 생각했으면 당신도 나가서 일했으면 되었고 본인 입으로 약속했던 것들 못 지켰으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똑같은 실수 반복 안 하게 노력했으면 되었다 당신 입으로 사과도 제대로 못했지만 사과라고 해놓고 매번 똑같지 않았냐, 하겠다고 한다고 입으로만 수십 번 말하면 뭐 하나 결과로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그때마다 그랬지 날 그 정도밖에 안 사랑 하냐고 그럼 반대로 내가 당신처럼 행동했으면 당신은 나랑 살았을 거냐? 그거 가능하면 지금이라도 이혼소송 취하 할 테니 집으로 돌아와라 당신 나가 일하고 나는 이제 집에서 좀 쉬어가면서 집안일하고 공주 돌보고 하겠다.'


아내는 답장이 없다


내가 바라는 게 많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만 혼자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내가 뭔가 잘못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내 탓이라고 말하는 아내 때문에 나는 또 혼란스럽다 옆에서 또 아내의 엄마가 부추기는 것 아닌가? 이 와중에도 아내 머릿속으로 생각해 내뱉는 말이 아니길 바란다


1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도 아직도 자기를 돌아보지 못하고 내 탓이라고 하는 아내에게 마지막 답장을 보낸다


'1년이 지났는대도 여전히 네 잘못은 없구나, 한때는 너도 좀 깨닫고 정신 차리기를 바랐는데 계속 그렇게 살아 얼마나 좋아 내가 인생에서 바닥을 찍는 이유가 나 자신이 아니라 남 탓이라고 하면 마음은 편하겠지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되니까, 그럼 현실이 바뀌나? 이 말도 이해가 안 되면 나도 더 할 말이 없네 OO이 관련된 일 아니면 연락 자제하시고 면접교섭 똑바로 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뒤로 몇 번의 문자가 더 왔지만 읽지 않았다 감정소모가 너무 심하고 피곤했기 때문이다 아내랑 살면서 가장 충격적인 말이 착한 척한다는 말이었다, 아내 말대로 내가 착한 척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연애 3년 결혼생활 6년 동안 착한 척 연기를 한 나는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칸에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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