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55)
공주님과 문자
작년 12월쯤 아이에게 키즈 폰을 사줬었는데 매일 붙어있다 보니 서로에게 전화도 잘 안 하고 그랬었다, 공주님 생일 때 아이들이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나도 종종 아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나, 학교가 끝나고 태권도에 가고 있는 중에 보내는데 핸드폰을 잘 안 보는 편이라 답장받기가 무지 힘들다
그래도 가족끼리는 문자랑 전화가 무료라 돌아오지 않을 문자여도 꾸준히 보내고 있다, 놀다가 가끔 생각이 나서 답장을 보내줘도 그게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언제 그렇게 문자 쓰는 법을 배웠는지 이모티콘까지 써서 보내는 것을 보면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구나라고 느낀다
아이가 핸드폰으로 최근부터 엄마랑도 문자를 하기 시작했다, 양육자를 위해 연락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엄마와 연락하는 것에 대해서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아내에게도 말했지만 아이가 공부하거나, 식사하거나 해야 할 것이 있는 상황에서는 연락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통화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나눠서 써야 하는 법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녀와서 중요한 일은 가방을 정리하고 씻고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숙제 같은 쉽게 말하면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되고 이런 것이 반복되면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 와서 공주님께 항상 이야기하는 것은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생각해 보고 차례대로 해보라였다, 지금은 내가 일의 순서를 지정해 주지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말하는 것보단 본인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한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선생님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페널티는 본인이 다 지고 가게 되기 때문이다 막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내가
"공주님, 집에 왔으니 가방부터 정리하고 손발 씻으세요."
"공주님 씻고 나오면 잠옷으로 갈아입고 오늘 학교에서 내주신 숙제 아빠 보여주세요."
"오늘 같이 공부 할거 아빠랑 같이 해봐요."
"이제 시간이 늦었어요 잘 시간이니까 이 닦고 잘 준비합시다."
"내일 학교 갈 가방 챙겼어요?"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루틴을 만들어 주는 게 내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공주 입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이야기 하는 아빠가 이상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익숙해져야 자기가 할 일을 잊어버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 흘러가듯 살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인데 최선을 다해서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일단 그렇게 생각한다
오후 4시 33분에 보낸 문자를 자기전에 답장해 주시는 공주님
세월이 지나고 언젠가는 문자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가 우리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돼서도 우리 부녀 사이에 서로 끈끈한 정과 사랑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나는 별일이 없으면 부모님께 연락도 잘 안 하는 아들이지만 이기적 이게도 우리 공주에게는 자주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이 애정이 집착이 아니라 사랑으로 유지되면 좋겠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항해 속에서 나의 기준을 잡고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삶이 아니라 무탈하게 큰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싶다 공주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본인의 삶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들은 사람마다 각자 다를 테니 공주님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피해 주는 것만 아니라면 아빠는 공주님의 의지를 더 중요하게 여겨줄 것이다, 존중받고 사랑받는 삶은 어른이 돼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안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보다 할머니랑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서 여서 인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 기억 덕분에 지금 내 공주에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 문자를 하나 보내본다, 아이의 답장이 빨리 오지는 않을 테지만 문자를 확인하고 아빠에게 보낼 이모티콘을 심사숙고해서 고를 아이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버텨본다 행복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있지는 않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