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 (154)
공주님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집 공주에게
엄마 없이 지내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서툰 아빠와 같이 사느라 네가 참 고생이 많구나 이제는 제법 초보 아빠티를 벗어난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네 앞에만 있으면 아빠는 부족하고 어려운 아빠가 되어 버린다 얼마 전에 가사조사를 마치고 법원에서 나오면서 조사관님이 이제는 엄마 아빠의 헤어짐을 말해줘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어 너에게 말을 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 말이야
아빠도 어린 시절 너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게 얼마나 집에서 사람을 눈치 보게 만드는지, 얼마나 기죽게 만들고 사는지 알기 때문에 네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못해준 것처럼 하기 싫어서 그동안 네 옆에 더 붙어있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주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거란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못해주셨거든 아빠에게.
그게 지금 아빠 나이가 40이 다 돼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단다. 가장 힘들 때 내편이 내 옆에 누군가 없다는 게 참 가슴 아프다는 걸 알았거든
아빠는 지금 삶에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야, 일과, 생활과, 너와, 중심을 잘 잡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말이야 지금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네가 좀 더 크고 엄마가 되면 알게 될지도 모를 거야 근대 차라리 네가 행복하게 크고 모자람 없이 커서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 삶의 그늘이 내 자식에게만은 가지 않게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 나는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너를 위해 그렇게 기도 한다
앞으로 날이 지금보다 더 좋을지 어쩔지 아빠는 잘 몰라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아빠가 네 손을 놓는 일은 없을 거야 항상 네 곁에서 너를 지켜줄 거니까 네가 커서 이제 아빠 품에서 벗어날 때까지 준비를 단단히 해서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아빠가 해준 밥이 반찬이 종종 물리고 지겨울 텐데도 '아빠 요리가 최고야.'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저녁에 따로 자다가도 아빠 옆에 허전할까 봐 베개 들고 옆에 와서 누워서 손잡아줘서 고마워
공부 안 한다고, 책상 정리 안 한다고 잔소리해서 삐졌다가도 금방 다시 아빠한테 와서 안겨줘서 고마워
삶이 피곤하고 절여져 기운이 없는데도 언제나 아빠 옆에서 기운 나게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가장 고마운 건 아빠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너는 나중에 크면 아빠 딸로 안태어 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빠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네 아빠였으면 좋겠다 우리 항상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 보자!
공주님 진짜 진짜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