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77)

번 아웃

by 시우


회사 생활이 녹녹지가 않다, 한 직장에서 6여년의 회사 생활 끝에 이직하고 다시 1년 6개월 정도를 버티고 다니고 있지만 이게 나를 위한 일인지 어쩐지 모를 때가 있다, 직장생활 1년 넘는 동안 아래 들어온 직원들이 3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관두는 와중에도 힘을 내고 버텼던 건 그나마 공주님과 그저 평범한 생활이라도 하고 싶어서였는데, 그게 참 힘이든다


삶의 의욕이란 동기부여이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나의 의지와, 육아를 하고 있는 싱글대디로서의 삶, 그리고 내 자아실현을 위한 어떤 것들과, 취미나 만남 같은 삶의 즐거움 이런 복합적인 것들이 나를 계속 움직 일수 있게 만들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라테는 말이야...'



예전부터 들어온 직장 내에서의 가스라이팅, 이런 것들은 나이가 40이 돼 갈수록 점점 더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피 고용인의 입장에서 참 답답하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직장 생활하면서 자기 성격대로 사는 사람이 어딨겠냐며 다 참고하는 거지 하면서 술 한잔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살기 싫었는데 어느새 비슷한 모습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오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구직사이트로 들어가 본다, 이곳에 입사하기 전에 적었던 이력서들을 조금씩 수정해 본다, 추가할 것은 추가해 보고 불필요한 말들은 걷어내며 혹시 모를 다음을 준비한다 무작정 관두기에도 이제는 애매한 나이다, 천사 같은 공주님이 내 곁에 있다, 육아를 위한 출퇴근 시간 정도는 확보되는 일을 해야 한다 유동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게 좋다


그런 걸 다 따지면 어떻게 일하냐는 누군가의 잔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나 자신이 중요하고, 내 아이가 더 중요하다 올곧은 마음으로 똑바로 정신 차려서 일을 해야지 시작부터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고용주와 삐그덕 대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고용주도 처음 했던 말이랑 다르면 안 되겠지만)


내가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인가 싶다, 묵묵히 몇십 년을 한 직장에서 일해오신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품에 안겨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공주님의 목소리가 들리듯 안 들리듯 하다가 나를 꽉 안는 그 느낌에 정신을 번쩍 차려본다



"아빠 제 말 안 듣고 있었죠?"


"아 아빠가 피곤해서 잘 못 들었어요. 뭐라고 그랬어요?"


"칭찬 스티커 다 모으면 이거 사주세요."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나오던 어떤 장난감 하나를 보여준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환하게 웃는 공주님의 모습에 또 하루치 힘겨움이 샤르륵 녹아내린다 아이의 보들보들한 볼에 뽀뽀를 한가득 해본다 꺄르륵 웃는 모습에 나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직까진 그래도 버틸 만 한가보다 그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