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78)

공주님과 편의점 데이트

by 시우

지금까지 공주님에게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게 한 적은 없었지만(심지어 삼각김밥도 한 번도 안 먹여봤다) 유튜브에서 보이는 편의점 음식들은 아이에게는 매우 신기한 것이었나 보다 컵라면이야 같이 밖에 나가거나 집에서 입이 심심할 때 종종 먹어봤지만 삼각김밥은 사실 나도 잘 안 먹는 음식 중 하나이고, 굳이 아이가 먹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 싶어 편의점 와서도 조금 꺼려했던 게 사실이다



"아빠 편의점에 삼각 김밥이라는 게 있는데요, 참치 들어간 게 참 맛있데요."



모처럼 쉬는 날 아이는 태블릿을 내게 들고 와 보여준다, 여자 유튜버가 책상 위에 편의점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먹방을 하고 있었다 매콤해 보이는 라면과 삼각김밥, 만두와 음료수 소시지를 쌓아두고 천천히 먹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아이도 흥미가 생겼나 보다



"그럼 점심은 편의점 음식으로 한번 먹어 볼래요? 아빠는 그냥 밥 해 주려고 했는데. 삼각 김밥 먹어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삼각김밥도 먹고 싶고, 소시지도 먹고 싶어요."


"그래요 그럼 자주는 안되고, 아마 먹어보면 또 집에서 해주는 게 더 맛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이 손을 잡고 집 앞 편의점으로 간다, 먹어 보고 싶다던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와, 쌀국수 한 개 핫바 한 개 음료수 한 개를 고른다 나도 매콤한 게 먹고 싶어 불닭삼각김밥 하나와 매운 라면 하나 음료수를 하나 고른다 휴일이라 그런지 한가로운 편의점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같이 웃으면서 라면 껍질을 까고 젓가락을 반으로 쪼갠다


"나중에 더 크면 친구들이랑 자주 와서 먹을 텐데, 벌써부터 이래도 되나 몰라요."


"??"


"나중에 되면 아빠가 먹지 말라고 해도 많이 먹을 거라고요"


그러고는 아이에게 핫바 하나를 뜯어 건네어준다 아직 좀 뜨거운 거 같아서 휴지를 막대기에 말아서 건네어준다, 호호 불면서 맛있게도 먹는다 나야 간편식으로 때우면 몸도 편하고 시간도 많이 생기지만 왠지 모르게 죄책감 같은 것도 몰려온다 아마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입장이라면 누구든 그럴 것이다 며칠 전 변론기일을 다시 한번 맞추고 다음 기일에는 판사님 직권으로 조정을 해보자고 하신다, 서로 원하는 게 다른데 과연 잘 될까? 변호사님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양보 가능한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시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양보해야 할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면접 교섭을 안 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종종 둘이 있으면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해 준다, 아이를 위해 남겨둔 엄마 사진을 보여주면서 예전 이야기를 해준다 그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아이가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니니. 나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인터넷에 가입한 카페에서 4살 때 헤어진 아이를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찾는다는 엄마의 글을 본다, 자기가 형편이 안돼서 남편에게 아이를 보내고 연락 안 하는 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 채 그렇게 일도 시작하고 자기가 안정적인 상황이 되자 그제야 연락해 보고 싶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보고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참 이기적이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게 가족이라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저 사람은 자신의 경제적 무능이 아이가 힘들어질까 봐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종종 면접하면서 아이를 볼 수도 잇었을 텐데 중학생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만나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다시 만나려는 이유는 뭘까? 싶었다


공주에게 그런 상처는 좀 없었으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서로의 길을 걷게 되겠지만, 나를 낳아준 엄마와 아빠는 존재하기에 의지하고 싶을 때 만이라도 의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엄마도 이 글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는 한 번 생각하고 잘 결정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한 행동 때문에 나중에 자신이 미움받아도 그걸 내 탓이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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