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6)

아이 밥 어떻게 먹여요??

by 시우

1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다, 자취 짬밥도 4~5년 정도는 되었고 요리하는 게 귀찮아서 잘 안 했던 것뿐이지,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이론, 실기 같이 한 달 좀 넘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렀는데 둘 다 두 번만에 붙었다(참고로 한식 조리사 자격증 합격률은 30퍼센트 대이다)


이혼 준비하면서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게 남자가 애 밥 해먹이기도 힘든데 괜찮겠냐 였는데, 집에 오실 때 몇 번 밥 해드리니까 그런 말은 쏙 들어가셨다, 이제 그 대신에 여자아이라 엄마가 키우는 게 낫지 않겠냐로 노선을 바꾸시긴 했지만


주물럭 만들기
떡국 만들기


나는 레시피 정량을 준수하는 사람이라 아내가 집을 나간 후에는 계량 저울을 구입해서 요리를 했다, 급할 때는 그냥 대충 눈짐작으로 때려넣긴 하지만 아직까지 폭망이라고 할만한 음식은 딱 한번 있었다, 소고기죽 해주려다가 소고기가 없어서 다른 걸 넣었더니 기상천외한 맛이 나는 죽이 완성되었었지...


요즘은 그냥 무난하게 하려고 한다, 두 명이서 먹어야 할 양이니 많이 할 필요가 없는데 하다 보면 꼭 조금씩 남아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된다, 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1인분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먹고 남으면 다음날 잘 안 먹으니까 버리게 돼서 요즘은 적게 만드는 법을 연구를 한다


양파는 사면 씻고 껍질을 벗겨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밖에 내놨더니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금방 상해버리더라, 일부러 작은망껄 사서 한 달 안에 다 먹으려고 노력한다, 대파 같은 경우에는 흙을 털어내고 겉 껍질을 벗기고 썰어서 냉동실에 얼린다, 다진 파가 필요하면 아침에 출근할 때 냉장고에 넣어두고 퇴근해서 녹은 파를 다져 사용하고, 육수를 내야 할 때는 그냥 얼어있는 파를 육수 팩에 멸치와 북어 같은 것과 같이 넣고 육수를 낸다 한번 낼 때 2리터 정도 내놓고 식혀서 냉장실에 넣어두면 그것도 한 1~2주는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김치는 내가 능력이 안돼서. 집에서 얻어먹는다 나는 나이가 먹었어도 생김치를 좋아해서 최대한 안 익게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다, 아이한테는 매울 수도 있지만 어렸을 적부터 김치 먹는 게 익숙한 아이라 너무 매우면 생수에 좀 씻어서 주거나, 보통은 그냥 밥 위에 올려서 야무지게 먹는다


"공주님 반찬 잘 안 먹으면 식판에 줄 거예요."


"잘 먹을게요."


우리 집은 밥 먹으면서 티브이를 보는데 아이는 만화에 푹 빠져서 밥을 너무 천천히 먹는다, 원래는 반찬을 덜어서 같이 먹었는데, 반찬을 하도 안 집어 먹으니까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식판식으로 해서 골고루 꼭꼭 씹어 먹게 한다 티브이도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으면 끄고 밥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택했다



"아빠 다 먹었으면 가도 돼요 여기 안 있어도 돼요 혼자 먹을 수 있어요."


"공주 밥을 너무 늦게 먹어요, 천천히 먹는 게 좋긴 한대 밥 먹는 시간이 2시간이 돼가요."


두 시간은 좀 오버긴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먹는 건 사실이니까


다행히 해준 반찬은 잘 먹는다, 물론 마트에서 사 온 반찬도 잘 먹는 편이고, 하기 힘든 것들은 마트에서 좀 사도 좋은 것 같다, 주말에 시간 날 때 어묵 볶음이나, 두부조림, 같은 것 해놓고 매주 화요일에는 고기도 좀 사서 불고기 양념에 재워서 한 번씩 구워주면 아이도 질려하지 않고 나도 많이 힘들지는 않다(아침 점심은 다 유치원에서 먹으니 저녁만큼은 잘 챙겨주려고 한다) 천천히 먹는 거 빼고는 반찬 투정도 부리지 않고 잘 먹어주는 게 기쁘다 또래 아이들보단 키도 큰 편인데, 혹여 내가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 시켜줄까 봐 고민이 많다

그리고 아이위주 식단이다 보니 많이 매운 음식은 못해먹는게 나로서는 좀 힘들다... 가끔 매운 것도 먹으면서 스트레스 풀고 싶은데 그것 때문에 한번 더 만들어 먹는다는게 귀찮다고 해야 할까. 진짜 너무너무 먹고 싶은때가 있다


"공주 맛있어요?"


"네 아빠 최고예요 아빠가 해준 게 제일 맛있어요."


"거짓말, 치킨이 더 맛있잖아요."


"어.. 어... 치킨도 맛있는데 아빠가 해준 것도 맛있어요."


푸하하 웃으며 당황하는 딸을 꽉 안아준다


너무 예쁜 내 딸, 아빠가 힘 다하는 날까지 노력 많이 할게 같이 꼭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