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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un 21.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61)

아빠가 키우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로 재미없었나?



간혹 성별이 다른 아이를 혼자 키운다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 있다.



"지금은 어리니까 괜찮지 좀 더 커봐요 아빠가 여자애를 어떻게 키워?"


"그러게요 지금도 힘든데 나중에는 어떻게 키울까요? ㅎㅎ"



집에 와서 보신 분들은 생각 외로(?) 깔끔한 집안에 놀라시기도 하시지만 대부분은 걱정이 더 많으신 것 같다

나도 대충 이렇게 웃으면서 넘기지만 걱정을 미리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혼을 하였고 아이와 살기로 했고 그건 아이가 다 커서 독립하기 전까지는 쭉 계속되어야 할 일이다 내가 힘들고 어렵다고 피해 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분들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만 내 입장에선 그런 걱정 어린 말 보단



'차라리 걱정 대신 돈으로 주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나름 집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청소하고 산다, 아이가 구겨진 옷을 입지 않게 세탁도 잘하고 있고, 요리도 이 정도면 전업주부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제법 하고(한식 조리사 자격증 있는 엄마들이 얼마나 되려나?), 아이와 소통도 매일 꾸준히 잘하고 있다 그래도 부족해 보이는 걸까?



단발머리 하기 전에 학부모 참관 수업에 다녀왔었다



아이가 공부를 하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힘들고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할 때 아이를 안아주며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이런 상황들 때문에 공주 기분이 안 좋아서 눈물이 나는 거야 이건 네가 느끼는 감정이니까 잘 느껴봐 내 감정을 마주 봐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 그리고 울면서 다 흘려보내 다 흘려보내면 이제 천천히 생각해 봐 울어서 상황이 변해? 울면 일어났던 일들이 바뀌어? 그렇지 않지? 바뀌는 건 없는 거 알잖아 울고 네 감정 다 정리되면 이제는 상황을 바꾸려고 행동해 시험문제가 많이 틀려서 힘들었으면 책상에 앉아서 한 번 더 공부해, 친구들이랑 다투고 장난치다 마음이 아팠었으면 누구 잘못인지 생각해 봐 그 친구의 잘못이면 사과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고 공주 잘못이면 공주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도 있잖아 그래야 현실이 변해 울어서 상황이, 인생이 바뀌었으면 아빠도 수십 번 수백 번 울었을 거야."



아직 어린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미숙하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외면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감정을 잘 봐야 내가 왜 이러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는 말이 힘든 상황에서 나에게 하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직 철이 덜 든 아빠는 아이를 보고 성장하고 그런 아빠를 보며 아이도 성장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서로를 보고 배운다 아이를 보며 살고 있다 보니 아직도 내가 철 안 든 아홉 살 남자애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실제로도 공주랑 투닥거리면서 살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를 보며 나는 아이와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 그러고 있지 아니한가


엄마가 키운다고 아이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 어른이 키우냐에 따라 아이는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련다



"아빠가 키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나름 잘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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