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법 수업을 듣고
시작에 앞서 비폭력 대화법이란
마셜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erg)가 개발한 소통 방식으로 갈등을 줄이고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걸 목표로 하는 대화법
지난달부터, ‘비폭력 대화법’이라는 수업을 듣고 얼마 전에 마무리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의아했다 비폭력? 내가 누구를 때린 것도 아닌데 말을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나는 꽤 괜찮은 아빠라고 생각해 왔다 아이를 무작정 혼내는 일도 드물고 욕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말로 상처 준 적도 많이는 없을 거라고 믿었다
수업 첫 시간 강사님의 말씀
“비폭력 대화는 감정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내 안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연습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턱 막혔다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늦잠을 자는 아이에게
“또 안 일어나? 아빠가 몇 번 말했니.”
숙제를 미루는 아이에게
“왜 또 안 했어. 맨날 똑같아.”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게 수긍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받아들임이 아니라 포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감정’을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저 잔소리처럼 들리는 말들만 반복했다 내가 느끼는 걱정, 두려움, 기대 그런 건 말하지 않았고 아이의 감정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비폭력 대화는 이렇게 말하라고 했다
관찰 → 감정 → 욕구 → 요청.
무언가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내 감정을 말하는 것 그리고 그 감정 안에 숨은 진짜 바람을 알아차리고
마지막엔 조심스럽게 요청하는 것
예전 같았으면 “왜 숙제 안 했어”부터 튀어나왔겠지만 이젠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숙제 안 한 걸 보니까 좀 걱정돼 네가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내 마음이 있어서 그래.
지금부터 10분만 숙제해 볼래?”
이렇게 말한 날 아이는 처음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표정이 덜 닫혀 있었고 말끝도 부드러웠다 순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내 감정을 숨긴 채, 행동만 고치려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게 때로는 아이에게 ‘나는 충분하지 않구나’라는 메시지로 들렸을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괜찮은 아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에는 온도가 있었고 그 온도를 내가 조절하지 못한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돌이켜보니 마음이 조금 쓰렸다
말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평생 해온 말투와 표현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은 시간도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 아이와 더 잘 지내고 싶어서
그리고 아이가 커서도 “아빠는 내 마음을 들으려 했던 사람이야”라고 기억해줬으면 해서
내가 조금 늦게 배웠다면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해보려 한다 어색하고, 더디고, 가끔은 실패하겠지만 이제라도 그 다리를 놓는 말을 시작하고 싶다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기도 하고 서로를 멀어지게도 한다 나는 오늘도 그 다리를 놓는 법을 연습 중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애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