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한부모 가정이 마주한 불합리한 현실
조금 오래전에 작성된 것으로 기고용으로 작성 되었었는데 이제서야 올려봅니다
한부자 가정에 대하여도 독자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OO에서 열 살 딸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어렵게 이혼을 마무리하고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습니다
딸아이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조용하고 따뜻한 집을 마련했고 낯선 상황 속에서도 매일 아침을 차리고 머리를 묶어주고 학교에 데려다주며
“우리 둘만의 삶”
에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쉽게 품어주지는 않더군요 가장 힘든 시기에 제가 마주한 건, 냉정한 현실과 차별적인 제도였습니다
실직을 겪었습니다 전세 만기일도 다가오고 있었지만 당장 연장이 가능할 지 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면서도 머릿속에는 ‘이 다음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남성 한부모는 입소 대상이 아닙니다.”
설명을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아빠라서 안 된다”는 이 간단한 문장이 제게 얼마나 큰 절망감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보호받을 공간이 필요했습니다그게 왜 제 성별에 따라 거부당해야 하나요?
현행 ‘한부모가족지원법’에는 성별 구분이 없습니다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별한 후, 18세 미만의 자녀를 혼자 양육하고 있다면 엄마든 아빠든 모두 한부모 가정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제도는 여전히 “여성 중심적” 복지 구조로 고정돼 있습니다 복지시설 대부분이 ‘모자가정’(母子家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입소 요건도 대부분 여성을 기본 전제로 설정되어 있습니다(혹시 남성도 입소 가능한 지역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 지역에서는 입소가 불가능 합니다)
남성 한부모는 사각지대입니다 제가 문의한 시설의 담당자는
“부자 가정을 위한 입소 시설은 운영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복지라는 단어 자체가 저에겐 허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같은 한부모인데 왜 나는 보호받을 수 없을까?”
남성은 보호를 덜 필요로 한다는 오랜 사회적 인식 그리고 그에 따른 제도적 무관심이 이렇게 피부에 와닿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양육비 문제는 또 다른 고통입니다 이혼 후 매달 정해진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협의했지만 상대방은 지금까지도 전액을 성실히 지급한 적이 없습니다
가장 괴로운 점은 양육비가 밀릴 때마다 매번 법원에 ‘이행명령 신청’을 따로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행명령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지급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인데 이걸 밀릴 때마다 매번 신청해야 합니다
오늘 3개월 밀렸다고 신청하면 그 3개월만 인정됩니다 그 이후 또 밀리면, 또다시 이행명령을 신청해야만 합니다 서류를 모으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법원에 제출하고 매번 반복되는 과정은 정신적·시간적으로 큰 소모입니다
게다가 지연 이자도 받을 수 없습니다 가사법상으로는 양육비에는 지연이자가 붙지 않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도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양육비 문제를 상담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연락했지만 결국은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줄 테니 직접 접수하라”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이행관리원은 중개 역할만 하고 실제 법적 조치나 집행을 위해서는 제가 다시 법률기관을 찾아가 서류를 제출하고, 담당자 배정을 기다리고, 본인이 직접 진행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묻고 싶습니다 이건 정말로 ‘지원 기관’이 맞나요? 양육비를 미지급한 쪽은 아무 조치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지금처럼 고통받고 있는 사람만이 매번 법률기관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정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해주고, 나중에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언뜻 보면 정말 좋은 제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선지급제도는 비양육자가 단 1원이라도 송금하면 신청조차 불가능합니다 10만 원만 보내고 나머지를 미지급해도 ‘지급 의사 있음’으로 간주되어 제도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결국 의도적으로 적은 금액을 보내며 양육비를 회피하는 비양육자가 훨씬 유리한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래도 너는 아빠잖아. 덜 힘들겠지.”
“남자는 혼자 아이 키우는 것도 잘하더라.”
하지만 진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잘키우고 있더라도 언제 어려운 시기가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빠라는 이유로 주거 지원에서 배제되고 양육비 문제도 더디고 반복되는 절차로 지쳐야 하며 심지어 지금 이 제도 안에서는 보호받을 권리조차 제대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어려움에 아빠 엄마의 구분이 생긴다면 과연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부모의 불안정한 삶은 결국 아이의 일상에도 드리워지게 됩니다.
정부는 말합니다.
“한부모 가정의 자립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다양한 지원’은 남성 한부모 가정에게는 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남성 한부모도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고, 편식하는 반찬을 조율하고,학교 숙제를 봐주고, 밤마다 “아빠, 오늘도 같이 자자”는 말에 이불을 덮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닙니다 동등한 기회, 동등한 보호, 동등한 복지입니다
남성 한부모 가정은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는 이들을 예외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입소 시설 지원 기준, 법률 절차 등
모든 곳에 있는 이 성별 기반 차별 구조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복지의 문 앞에서 돌아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부모에게 제도가 함께 손을 내미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의 눈물과 외침이 외면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당시 기고문을 작성하고 다행히 구직하여 어려운 시기를 넘기긴 햇지만 여전히 위태위태한 현실이 매일을 가슴 졸이게 하고 있습니다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을 읽어주시고 한부모 가정이자 한부자 가정인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