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의 삼치구이
토요일 오전 공주의 언어 수업이 있어 밖에 나왔다 수업을 마친 뒤 근처 생선구이 맛집에 들르기로 했다 전처와 연애하던 시절 자주 갔던 집이다 지금은 자리도 옮기고 리모델링도 새로 해서 옛 모습은 찾기 어렵지만 맛만큼은 여전히 좋다.
가시 발라먹는 게 귀찮아서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와 달리 공주는 생선을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내 그릇 위에 조심스레 발라 올려주시던 생선살처럼 나도 이제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고 있다.
집에서 해준 것보다 훨씬 맛있다. 김치, 된장국, 생선 모처럼 내가 하지 않은 밥상에 꿀떡꿀떡 밥이 잘 넘어간다.
밖은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습한 하루, 외출이라도 하지 않으면 집 밖을 나올 일도 없기에 오히려 고맙다 싶은 하루다.
“아빠, 진짜 맛있어요.”
“아빠가 해준 것보다 맛있네, 아빠가 먹어봐도.”
“아니에요, 아빠가 해준 것도 맛있어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은 또 괜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밥을 먹으며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주, 요즘도 엄마랑 연락 잘 안돼? 엄마랑 연락하고 싶으면 해도 돼. 아빠 눈치 보지 말고. 알았지?”
“네. 그런데 전화하면 전화를 안 받아서… 이제 별로 안 하고 싶어요.”
“그래. 그러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이 생일이면 전화 한 통 선물 하나쯤은 하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 수가 없다 한때는 참 중요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그 사람의 삶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공주에게 상처가 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끝까지 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는 나에게 심연이다 도덕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우리가 닮지 않았기에 헤어졌던 거겠지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하루다.
밥을 싹싹 비운 공주와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다시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재빨리 주차장으로 뛰어가 시동을 건다 유리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운전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