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명령 기각
두 번째 양육비 이행명령이 기각되었다 1차 때와 비슷한 금액이라 당연히 처리될 줄 알았던 신청은, 결국 6~7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무하게 흘려보낸 결과로 돌아왔다
왜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지급해야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는 걸까 비양육자는 그저 양육자가 법적으로 무언가 ‘시도’한 뒤에 움직이면 된다 기다리면 되고, 버티면 되고, 아주 조금만 이라도 보내면 ‘지급 의사 있음’으로 해석된다
시간도, 정신도, 결국 더 많이 소모하는 쪽은 늘 양육자다 오히려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쪽이 수시로 지급 사실을 ‘입증’ 해야 한다면, 미지급률이 지금보다는 낮아지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답답한 마음에, 이혼 소송을 맡아줬던 변호사 사무실에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제가 몇 년 전에 소송 진행했었는데, 그와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미 계약이 끝난 케이스라 내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을 텐데도, 담당 변호사는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결론은 사실상 방법이 없단다 조금이라도 지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면, 재판부는 이를 ‘지급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본단다 선지급 제도를 교묘히 피해 가는 방식 역시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금액이 좀 더 커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신청하든지, 아니면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바꿔 새로 진행하든지 그뿐이었다
양육비 직접지급명령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상대의 부모는 지방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전처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지원이 끊기지 않는 이상 계속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배경을 알고 있으니 직접지급명령도 선뜻 답이 되지 못했다
가끔은 법이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혼하며 가져간 재산분할은 지연되면 이자가 차곡차곡 붙는데 양육비는 그렇지 않다 지연이자 계산 방식도 복잡하고, 실제로 받기는 더 어렵다
그럼 나는 여기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온몸에 무기력감이 내려앉는다
일도 잘 잡히지 않고 마음은 계속 가라앉는다 하지만 또 주말이 오면 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자료를 뒤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