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오늘은 모처럼 늦은 출근이 가능한 날이었다 덕분에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함께 태우고 학교까지 데려다줄 수 있었다
우리 집 차는 예전에 한번 공개한 적이 있듯 작은 스파크다 아이들이 한 명, 두 명씩 올라탈 때마다 좁은 공간은 금세 꽉 차고 예전에 함께 등교했던 아이들이 몸을 구기며 웃는다
“아저씨, 이 차… 전보다 더 작아진 거 같아요!”
그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차는 똑같아. 네가 더 큰 거지!”
아이들의 웃음이 차 안에 쫙 퍼진다 그 순간이 너무 귀여워 나는 덧붙였다
“아저씨가 돈 좀 더 많이 벌면, 큰 차로 바꿔서 태워줄게.”
순간 옆에서 공주가 말했다 나지막하지만 망설임 없는 목소리였다
“이 차도 좋은데요. 왜 바꿔요? 이대로 괜찮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콕 찔렀다 어른들에게 차의 크기는 능력의 크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차가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작은 차 안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아빠와 함께 등교하는 이 시간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회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차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뿐이여. 좀만 더 크면 그런 말 안 해.”
맞는 말이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세상의 기준을 하나씩 알아가고 비교와 욕심도 조금씩 생겨날 테니까
아직 세상의 기준을 모르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차의 크기보다 ‘함께 있는 즐거움’이 더 큰 가치일 것이다
이제 한 달 후면 우리 아이도 4학년이 된다 어느새 사춘기라는 단어가 멀지 않은 미래처럼 느껴진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에게도 작은 시험이 된다고들 한다
감정이 예민해지고 말수가 줄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그 시기 나도 두렵고 잘 지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특히 한부모 가정인 우리에게는 아이의 마음속에 설명되지 않는 빈자리 하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쳐 지나간다 엄마의 부재가 아이의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 빈자리를 아빠의 시간과 사랑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아이에게 세상의 기준에 쫓기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차의 크기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함께 웃었던 시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기를 무언가가 없어서 부족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지금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