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인간의 세계를 벗어나 자연과 공생하는 조나스의 평화의 정원.
조안 조나스(Joan Jonas)에게 가면은 남다른 특별함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비워내는 장치다. 요란한 인간의 세계를 벗어나 자연과 공생하는 조나스의 평화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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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자연의 정령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 방식일지도 모른다. 특히 나의 개들처럼 각별한 영혼을 지닌 동물들은 내 작업에서 동물 조력자로 등장한다.”
- 투영에 대한 성찰: 조안 조나스 인터뷰, 2019
1968년 뉴욕 롱아일랜드, 눈 덮인 해변에서 서로의 등을 맞댄 사람들. 이 낭만적인 흑백 필름은 조안 조나스의 비디오 실험작 <바람>이다. 퍼포머들은 서로의 몸에 의지한 채 바람의 움직임에 흔들린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인간은 환경파괴와 기술의 가속화가 야기한 불안함 속에 위태롭게 흔들린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는 50여 년 동안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해온 작가의 궤적을 되짚고 탐색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회다.
올해로 90살이 된 조나스는 비디오와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동시대 미술의 여러 영토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독보적인 세계관을 쌓아 올린 선구적 예술가다. 202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예로운 순간을 축적해온 그는 1936년 뉴욕에서 출생했다. 미술사와 조각을 공부한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 뉴욕은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거대한 허구가 민낯을 드러내던 시기. 1950년대까지 미국을 지탱해온 기성 질서에 대한 환멸을 바탕으로 신좌파가 주도한 청년 문화가 등장했고, 인종차별과 베트남전쟁 등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저항 운동이 물결치던 시대였다. 산산조각 난 아메리칸 드림의 잔해 속에서 젊은 예술가들은 기존의 권위주위를 타파할 것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남성 위주의 편협한 영웅주의, 미국이 평화를 수호한다는 거짓된 이상주의의 반대편에서 태동한 맹렬한 시대정신은 뉴욕을 정치적, 예술적 수도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조나스는 이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서 작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1964년 역시 뉴욕 소호로 거처를 옮긴 백남준과는 가까운 이웃이기도 했다. 어쩌면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끈 것 은 견고한 질서를 해체하고 무질서에 몸을 맡겨보고자 했던 이들 예술가가 지닌 잠재성과 꿈일지도 모른다.
그 무렵 영화 계에도 새로운 운동이 관측됐다. 할리우드 시스템이 지배하던 무료한 상업 영화에 저항한 언더그라운드 영화들이다. 이는 캠코더 보급이라는 기술적 변화와 맞물리며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1967년 소니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휴대용 카메라 포타팩(Portapak)이 그 주인공이다. 조나스를 비롯 백남준, 앤디 워홀, 리처드 세라, 브루스 나우먼 등의 작가는 비디오를 새로운 매체로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요나스 메카스, 마이클 스노와 같은 실험 영화 감독들도 필름의 물질성을 고수하는 한편 이를 영화적 실천의 새 변주로 받아들였다.
조나스는 초기작 <바람>을 16mm로 촬영한 후, 1970년 일본 여행에서 포타팩을 손에 넣고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나갔다. 작가는 비디오카메라와의 만남을 급진적인 순간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포착하는 관찰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백남준이 비디오카메라를 조각적 질료로 재배치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조나스는 이를 자신이 해오던 퍼포먼스의 청중으로 초대한다. 비디오카메라와 결합된 작가와 퍼포머의 몸은 더욱 자유롭게 표현됐고, 이는 이미지를 통한 여성 신체의 해방을 만들어냈다. “시, 조각, 영화, 댄스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는 여러 매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특정 매체에 귀속되지 않는 초월적 시선은 작가의 고유한 인장이 됐다.
writer 문주화 영화 평론가. 동시대 예술에서 비평이 수행하는 다양한 실천적 영역에 관심이 있다. 2025년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무관한 당신들에게>를 기획했으며, 현재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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