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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ULTURE

여름 고전 영화의 재구성 - 2020년대 이후 개봉

클래식 대신 컨템퍼러리, 익숙함보다 신선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들.

by Singles싱글즈

<500일의 썸머>, <콜미 바이 유어 네임>만으로는 부족한 당신에게.

2020년대 이후 개봉한, 클래식 대신 컨템퍼러리, 익숙함보다 신선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5편의 여름 영화. 전통적이지 않기에 더욱 깊게 파고드는 ‘지금의 여름’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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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전 영화의 재구성


1. <리벤지(REVENGE)>

1655212294_0618-1.jpg © Revenge


국내개봉 2020

감독 코랄리 파르자

출연 마틸다 루츠

OTT 왓챠, U+모바일tv


<서브스턴스>(2024)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똑똑하게 정신 나간 영화 중 하나였다. 스탠리 큐브릭과 데이비드 린치는 물론이고 온갖 호러 명작을 여성주의와 함께 믹서기에 집어넣고 갈아낸 듯한, 명백한 시네필의 영화기도 했다. <리벤지>는 그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공개 당시에는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쏟아져 나온 원우먼액션 팝콘물의 일종처럼 보였지만 <서브스턴스>후에 보니 의미가 남다르다. 주인공 젠(마틸다 루츠)은 돈 많은 유부남 애인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애인의 친구 두 명도 함께다. <이투마마>(2002)나 <챌린저스>(2024)처럼 여러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애정 다툼을 벌이다가 쓰리썸도 하고 여자한테 당하기도 하는 여름 영화는 많이 봤을 텐데, 이 영화는 그렇게 낙천적이지가 않다.


젠의 애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 1이 젠을 강간한다. 친구 2는 방조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애인은 “네가 너무 예뻐서 그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돈을 주고 젠의 입을 막으려 한다. 여기까지 모든 대사가 너무 익숙하고 역겨워서 개를 잃은 존 윅 같은 심정으로 젠을 응원하게 된다. 결국 세 남자에 의해 사막 절벽에 떨어졌다가 살아난 젠은 맹렬한 추격전을 시작한다. 젠의 사랑스러운 코발트 블루 티셔츠는 피, 모래, 땀에 절어 너저분해진다. 손바닥만 한 팬티와 맨발, 맨다리로 대낮 사막을 돌아다니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지만 젠은, 아니 감독은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키치한 핫핑크 별 귀고리와 하트 펜던트 목걸이도 <서브스턴스>에서 확인된 감독의 취향 그대로다. 현란한 음악, 약물중독자의 환각 같은 몽타주, 고어 장면들도 그렇다. 헬기로만 닿을 수 있는 사막 한가운데 럭셔리 풀빌라에서 시작한 영화는 그렇게 서바이벌 원우먼액션 보디호러 복수극으로 귀결된다. 소름끼치게 잔인한, 그래서 시원한 여름 영화다.




2.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


977344279_0618-2.jpg © Where the Crawdads Sing


국내개봉 2022

감독 올리비아 뉴먼

출연 데이지 에드가 존스

OTT 왓챠, 웨이브, 애플tv, 쿠팡플레이, U+모바일tv


1969년 미국 외딴 습지에서 청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습지에 혼자 사는 여성 클라크(데이지 에드가 존스)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은퇴한 변호사가 그를 도우려 하고, 이에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는다. 마을 사람들은 클라크를 ‘습지 소녀’라 부르며 배척했다. 변호사는 그 편견 때문에 모함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정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클라크의 습지 생활을 다룬다. 그의 생활은 오가닉, 미니멀 라이프의 이상향처럼 보인다. 습지의 여름 볕을 부드럽게 담아낸 시적인 영상, 1960년대 빈티지 의상 컬렉션,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청순함도 마음의 정화를 돕는다. 전원극이 주는 아늑하고 그리운 느낌을 좋아한다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미스터리 법정극이 아니라 여름마다 생각날 힐링 드라마다. 그런데 잠깐, 청년을 죽인 건 누구일까?





3.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222746601_0618-3.jpg © Triangle of Sadness


국내개봉 2023년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디킨슨, 찰비 딘 크릭

OTT 왓챠, 웨이브, 애플tv, 티빙,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U+모바일tv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의 <귀부인과 승무원>(1974)은 20세기 시네필의 여름영화 리스트에 자주 오르던 명작이다. 뱃놀이를 하다가 무인도로 떠내려간 귀부인과 승무원 사이에 계급 역전이 벌어지고, 현실에선 불가능한 성적 긴장이 싹튼다는 원작의 아이디어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또 한 편의 여름 고전 <태양은 가득히>(1960)가 원전보다 나은 리메이크작 <리플리> (2000) 덕에 지금까지 회고되는 데 반해, <귀부인과 승무원>은 마돈나 버전의 조악한 리메이크 <스웹트 어웨이>(2003)와 함께 망각의 섬으로 떠내려갔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은 <귀부인과 승무원>의 핵심 아이디어를 훨씬 복잡하고 현대적인 계급 구조 속에 집어넣고 증폭시킨 영화다. 호화 유람선이 좌초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권력 관계가 도치된다는 내용은 유사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적 이분법과 노골적 에로티시즘을 경계하고 자본, 연령, 젠더, 인종 등 다양한 계층화 도구를 포괄하는 현대 영화사의 흐름을 반영한다. 섬에서 최고 권력을 차지하는 건 섹시한 승무원이 아니라 그보다 낮은 존재였던 동양인 여성 청소부다. 그 결과, <슬픔의 삼각형>은 모델이자 인플루언서로 출연한 찰비 딘 크릭의 오렌지색 비키니를 제외하면 시각적으로는 그다지 섹시할 게 없는 영화다. 도입부에서 이미 “발렌시아가 표정! H&M 표정!”이라는 사진가의 주문에 맞춰 자판기처럼 감정을 뽑아내는 모델들을 보여주면서 패션계를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라는 건 패셔너블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하는 작품이 <슬픔의 삼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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