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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글로 배워도 될까?

연애 서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

by Singles싱글즈 Feb 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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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글로 배워도 될까?


2007년에 나온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은 일약 ‘건어물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극 중 ‘호타루’는 회사에선 깔끔한 차림에 세련된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에 돌아와 ‘오프’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180도 다른 사람이 되고 만다. 구겨진 맥주 캔 두어 개쯤은 널브러진 방에서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드러누운 아야세 하루카의 모습은 당시 건어물녀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하루빨리 대학에 진학해 연애할 궁리만 하던 고등학생인 나에게는 적어도 미디어가 주입한 건어물녀의 이미지가 일종의 판타지처럼 여겨졌다. 쏟아지는 데이트 신청을 튕겨내고 집에서 덕질만 일삼는 지나치게 ‘예쁜 집순이’는 모든 남성이 열망할 만한 존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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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0대가 된 내 주변엔 이제 호타루가 한 타래쯤은 쌓여 있다. 이들은 얼른 집에 가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맥주를 마시며 아껴둔 <더 글로리>를 볼 생각밖에 없다. 아니,연애를 하고 싶어 하긴 한다. 그러나 현실에 치이는 게 일상인 나머지 연애가 시작되는 과정을 지리멸렬한 소모전으로 느낀다. 그러면서 연애하고 싶단 말은 입에 달고 산다. 내가 아는 건어물녀들은 모두가 언행불일치의 표본이었다. 


연애로 향하는 최단거리를 찾기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준비운동처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연애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연애 서적을 뒤적거리는 것이다. 섣불리 연애에 뛰어들기 두렵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연애에 관한 최대한의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일 테다. 가장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건 역시 유튜브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명 중 8명(80.7%) 이 유튜브에서 연애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 콘텐츠를 시청하는 주된 이유는 ‘재미있어서’(31.6%), ‘연애에 참고할 수 있어서’(29.4%)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애 유튜버 중 명실상부 가장 유명한 채널은 뼈 때리는 조언으로 유명한 ‘김달’이다. 김달은 차분한 톤으로 연애 관련 질문에 조언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자극적인 ‘먹방’을 하지 않고, ‘제로투’를 추지 않아도 구독자 수는 80만 명을 가뿐히 넘긴다. 1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연애언어TV’는 남녀 사이의 언어, 소통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인기 동영상 중에는 ‘이성을 유혹하는 대화를 잘하는 방법’ ‘상대를 안달 나게 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완벽한 재회 전략’을 소개하는 영상은 ‘재회인강’이란 솔깃한 타이틀 아래 섹션이 따로 구분돼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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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유튜브 시청에서 조금 나아가면 책을 주문하는 상태에 이른다. 실제 많은 연애 유튜버가 책을 내고 있는 까닭이다. 유튜버 전메리는 <당신의 연애에 답한다>를 출간했고 ‘박코의 밝히는 연애’는 <리셋 더 로맨스: 재회 플랜>이란 e-북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김달은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를 비롯해 이미 세 권의 책을 베스트셀러에 올리면서 연애 유튜브와 연애 서적에 관한 요즘 세대의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게 되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리가?” 
책만 보고 연애했다가 망했어요.



궁금한 것은 이러한 연애 유튜버의 책이 연애에 실제로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패션 MD로 일하는 A는 한 연애유튜버의 열혈 구독자다. 물론 그가 쓴 책도 샀다. A는 얼마 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연애 서적의 조언을 실제로 참고한 바 있다. 긴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소개팅에 나온 남자는 A에게 그다지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A는 ‘남자는 자신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여자에게 없던 마음도 생긴다’는 연애 서적의 조언을 참고했다. A는 과거 연애사로 힘들어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충분히 공감해주었다. 남자는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다며 점점 A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에게서 “그동안 고마웠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썸종료 멘트’가 날아왔다. 황당했지만 A는 머지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몰래 찾아본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전 연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재회한 듯한 게시물을 발견한 것. A는 자신이 굳이 전 연인 이야기를 계속 들춰내 재회를 도운 것 같다며 한동안 허탈해했다. 


연애 서적의 조언이 잘못된 걸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없다. 해당 조언은 일부 남성에게는 분명 먹히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A도 잘못한 것은 없었다. 건축 회사에서 일하는 B는 올해야말로 연애를 해볼 요량으로 유명하다는 유튜버의 연애 서적을 여럿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하나같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한다. 다시 재회하는 법, 상대를 사로잡는 법, 상대의 진심을 아는 법 등 구미가 당기는 부제를 달고 있었지만 결국 모든 내용이 뻔하디뻔한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이어졌다는 게 이유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 는 가차 없이 중단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곁에 생기기 마련이라고.' 


그렇다면 A는 자신의 연애를 성사시키지 못한 유튜버의 책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구독을 취소했을까? 그렇지 않다. 연애 조언이 애초에 모든 관계와 사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A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A는 소개팅남과 성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 사람이 자신에게 매력을 못 느꼈을 뿐이라며 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뒤이어 A는 연애 서적을 연애의 성공률을 높이는 ‘실용서’로 인식하면 실망스러운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보다는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한 ‘교양 서적’이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자기계발서’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맞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연애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재인쇄를 거듭하는 건 A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B처럼 실망한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독자는 이러한 연애 서적을 통해 과거의 연애를 회상하고, 사랑은 애쓴다고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이미 충분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연애 유튜버는 연애를 성사시키는 전문가가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현명한 친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연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실용서가 아닌,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는 삶을 원하는 사람, 더 건강한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이들에게 연애 서적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사랑의 몸살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여성들에게 한 연애서적에 실린 글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번 연애의 실패를 축하해. 그런데 넌 조금 더 성장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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