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옷을 미련 없이 보낸다.
‘렌털’이라는 급진적 쇼핑 태도를 수용한 세대의 옷장에 기간제 옷이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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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패션계의 급진적 변화는 런웨이가 아닌 ‘옷장’에서 일어났다. 요즘 20~30대에게 패션은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피드를 채울 반질반질한 새로움이자 단 하루의 특별한 경험,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즐거운 놀이다. 이 거대한 지각 변동 속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패션 구독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혁신의 시작은 스티치 픽스, 트렁크 클럽이 주도한 ‘큐레이션-구매(Curation-to-Buy)’ 모델. AI와 스타일리스트가 당신이 소유할 옷을 골라주는 든든한 쇼핑 파트너 형태의 플랫폼이다. 진짜 혁명은 그다음이다. 뒤를 이어 ‘렌털-접근(Rental-Access)’ 모델이 등장했다. “소유하지 마라. 그저 경험하라”고 속삭이는 급진적 비전이다. 전자가 더 나은 구매를 위한 조력자에 머물렀다면 이 새로운 문화는 전통적인 쇼핑 방식에 안녕을 고하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 들고 있다.
물론 혁신의 과정은 늘 쉽지 않다. 개척자들에겐 특히 가혹하다. ‘렌털-접근’ 모델을 패션계의 주류 담론으로 끌어올린 상징적인 이름은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 이하 RTR). ‘클라우드 속 무한한 옷장’이라는 이들의 비전은 가히 혁명적이다. 수백만 원짜리 디자이너 드레스를 단 몇만 원에 빌려 입을 수 있다니! 특별한 날을 위한 경험을 소비한다는 개념은 많은 이를 열광시켰다. 이들은 하이 패션의 문턱을 극적으로 낮추며 수많은 여성에게 신데렐라의 경험을 선사한다. RTR은 특정 계층의 니즈에 주목했다. 결혼식 참석,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나 화려한 파티를 준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전문직 여성들이 그들의 타깃이다. 이들은 800개가 넘는 디자이너 브랜드 파트너십을 통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옷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강력한 가치를 판매한다.
그러나 꿈의 옷장을 계속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RTR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군비 경쟁에 가깝다. 안목 높은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RTR은 매 시즌 가장 트렌디하고 신선한 재고를 끊임없이 확보해야만 한다. 이들은 2025 회계연도 시작 당시 렌털 제품 확보에 역대 최대 규모인 7000만~7500만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막대한 고정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된다. 2025년 7월 RTR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10개 아이템 플랜의 월 구독료를 144달러에서 164달러로 인상하는 등 또 다시 가격을 올렸다. 높은 재고 비용에 따른 구독료 인상, 가격에 민감한 고객 이탈, 이탈 방지를 위한 더 많은 투자라는 위험한 성장의 쳇바퀴에 갇혀 있다는 방증이다. RTR은 여전히 렌털 시장의 선두 주자지만 지속적인 순손실 속에서 ‘수익성’이 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RTR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버티는 동안 이 치명적인 ‘수지 타산’의 벽을 넘지 못한 1세대 주자들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르 토트(Le Tote)는 업계의 대표적인 반면교사(反面敎師) 사례다. 2019년 이 유망한 기술 기반 렌털 스타트업은 몰락하던 백화점 체인 로드 & 테일러를 인수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이는 ‘젊은 테크 기업과 비대한 리테일 체인의 잘못된 결혼’이라 불린다. 르 토트는 자신이 감당할 수없는 거대 오프라인 매장의 고정 비용을 떠안았다. 결국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한 르 토트는 2024년 4월 웹사이트가 사라지며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또한 하이엔드 명품 렌털을 시도했던 아르마리움(Armarium)의 실패는 명품 렌털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다. 렌털 모델은 본질적으로 내구성이 강한 고품질 의류가 필요하지만 5000달러짜리 드레스의 세탁, 수선, 유지· 보수 비용은 렌털의 박한 마진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렌털 모델만의 문제는 아니다. ‘큐레이션-구매’ 모델의 선구자였던 트렁크 클럽(Trunk Club) 역시 2014년 노드스트롬에 3억5000만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됐다가 2022년 완전히 폐쇄됐다. 이유는 같았다. 스타일리스트 인건비와 값비싼 양방향 물류비로 인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던 것. 고객이 집에서 편안하게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구매한 뒤 나머지를 무료로 반품하는 구조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배송비와 재포장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비용과 수익성의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 은밀히 왕좌를 차지한 건 2019년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눌리(Nuuly)다. 눌리는 현재 RTR의 2배가 넘는 활성 구독자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업계 1위이며, 2025 회계연도에 1300만 달러의 영업 이익을 달성하며 렌털 시장 최초로 ‘수익성’을 증명해냈다. 이 수치는 렌털 비즈니스가 고질적인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임을 시장에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경쟁사들이 여전히 막대한 마케팅비와 재고 부담으로 적자 생존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된다. 눌리의 성공은 더 나은 앱이나 더 트렌디한 감각 때문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지극히 냉철한 ‘전략’의 승리다. 눌리는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앤트로폴로지 (Anthropologie), 프리 피플(Free People)을 소유한 거대 리테일 기업 어번 아웃 피터스(이하 URBN)의 자회사다. 눌리의 성공 방정식은 경쟁자들을 무너뜨린 핵 심 비용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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