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 미미짱과 사랑과 긍정의 주문을 외웠다.
마스카루노유아후루후루루!
미술작가 미미짱과 사랑과 긍정의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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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1법칙, 품위를 유지할 것. 공주의 2법칙, 타인을 배려할 것. 공주의 3법칙, 다 보여주지 말 것. 마지막 궁극의 법칙, 우리는 모두 공주라는 마음가짐을 품을 것. 미미는 공주다. 연분홍색, 작고 귀여운 것들 그리고 소맥을 좋아한다. 미미는 그림을 그린다. 미술작가 미미는 이미미, 미미짱 등의 닉네임으로 불린다. 드로잉에 기반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최근에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티셔츠 제작에 몰두 중이다. 패션 브랜드 나이스고스트클럽과 협업해 드로잉 티셔츠를 발매하고, 아일릿의 의상 제작에도 참여했다. 미미짱의 본체는 1993년생 남성, 이기영이다. 유치원 시절 빨간색과 흰색을 섞으면 분홍이 된다는 혼합 색의 원리를 깨치고 미술에 빠졌다. “이렇게 색깔을 만들 수 있구나 싶었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한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제가 분홍색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를 열렬히 지지한 어머니의 응원 속에서 예술 고등학교, 대학교 미술교육과를 거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2018년 12월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마치고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 생활의 물꼬를 텄다.
공주는 우선 말을 예쁘게 하는 게 너무나 중요해요. 품.위.유.지!
미미의 드로잉은 마치 음파 같다. 불규칙적으로 일정한 형태를 지닌 선들이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춘다. 미미는 소리에 대한 공포가 있다. 훈련소에 입소했을 무렵 총소리를 듣고 쓰러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로 영화관이나 콘서트 등 큰 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이어플러그를 착용한다. 그는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해당 지역의 모든 군인이 진료를 받는 병원의 특성상 대기 시간이 길어 이때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 정확히는 소리를 그렸다. “텔레비전의 잡음이나 진료실 문을 여닫는 소리 등 듣는 것에 몰두했어요. 또 훈련소 4주 훈련을 마치고 학교 행정실에서 복무했는데요, 이때는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나 키보드 타격음 등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그렸어요.” 트라우마는 미미의 손을 거쳐 작품으로 탈바꿈됐다. 미미는 추상화 기법을 토대로 마법 소녀, 자화상, 동물 등 다양한 형태를 그린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을 이루는 2가지는 분홍색과 공주다.
미미의 이모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다. 어느 날 가게가 문을 닫았고, 수많은 비디오테이프가 주인 잃은 신세가 됐다. 어린 미미는 비디오를 집어 들었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이었다. 테이프가 닳을 때까지 만화를 돌려봤다. 지구를 지키는 당차고 아름다운 용사들. 미미의 마음에 멋진 공주들이 싹텄다. 미미는 그렇게 오타쿠가 됐다. “유치원 때 알림장 쓰면서 <뮤직뱅크>를 봤어요. 1세대 아이돌들의 무대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죠.” 그의 최애 아이돌은 일본 걸그룹 AKB48다. AKB48는 매년 6월 싱글 선발 멤버를 뽑는 ‘총선거’를 진행한다. 가장 ‘사랑받은’ 멤버 16명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한 멤버가 소감을 전했다. “당신들이 있어야 내가 있다”고. 미미는 충격을 받았다. 자아, 자존이 스스로가 아닌 타자에게 있다고 말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 이기영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당찬 미소녀들이 실은 남성 오타쿠의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만다.
미미는 개인전을 통해 ‘악수회’를 진행했다. 일본 아이돌 팬 문화에서 비롯된 악수회는 악수하고 싶은 멤버의 응모권을 사면, 개수에 따라 손을 맞잡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이벤트다. 악수회를 대중화시킨 건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한 AKB48였다. 그들은 악수회를 통해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팔았다. 겉으로는 팬과 아티스트 간의 스킨십을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어린 소녀들을 이용한 어른들의 상술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미미는 과한 옷차림과 화장을 한 채 아이돌 소녀가 돼 개인전에 들르는 손님들에게 악수권을 판매했다. 오로지 악수권을 구매한 이들에게만 대화, 악수, 사인, 포옹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설정해 ‘악수회’를 풍자하는 의도를 담았다. 유쾌한 이벤트가 끝난 후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벗고, 화장을 지운 미미가 느꼈을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녹아 들어 있다.
미미의 첫 개인전 제목은 ‘고멘네 우니짱 우니짱 고멘네’다. 사탕 껍질 같은 옷을 입고 손님들에게 웃음과 애교를 전하는, 페티시의 대상화가 된 메이드 카페 서버 우니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차지한 공주들 역시 어쩐지 슬프다. 미미와 이기영 사이의 괴리감을 드러내듯 묘하게 어긋나 있다. 뽀얀 분홍색,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로 뭉개진 공주의 얼굴은 오묘한 마찰을 빚는다. “소녀들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 하는 남성 오타쿠를 보면서 죄책감을 품었어요. 저도 남자고, 이런 문화를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서요. 그래서 온전한 모습으로 그린 소녀가 별로 없어요. 똑바로 그리기 어려웠거든요.” 2년 만의 개인전 《마스카루노유아후루후루루》는 일본 가수 후루츠 지퍼(Fruits Zipper)의 노래 ‘거울(かがみ)’ 가사에서 비롯됐다. 거울 속의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내가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미미는 여기서 일본 걸그룹의 변화를 목도했다. 그래서 자존이 있는 공주를 그리기 시작했다. 우울하고 고름 찬 공주가 아닌 긍정적이고 자존감 넘치는, 그가 진심으로 동경했던 미소녀를 말이다. ‘마스카루노유아후루후루루’는 자존과 긍정의 주문이다. “요즘 티셔츠를 만들고 있어서 비슷한 소재를 새로운 캔버스로 활용하고 싶었어요. 틀에 보풀 난 기모 소재나 침대 시트 천을 걸고 작업을 시작했죠. 해당 소재는 캔버스와 달리 물감 흡수가 어렵기 때문에 에어브러시에서 차용한 미세 분사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렸어요.” 경쾌하게 휘두른 스트로크 질감은 소녀들의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표현한다. “이번에 소녀들의 얼굴을 작업하는 데 유난히 공을 들였어요. 저는 슬픈 감정보다 행복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긍정적으로 변한 공주의 표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기 위해 얼굴 부분은 붓으로 세밀히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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