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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Aug 15. 2024

광복절(光復節)

언제쯤 빛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어려서는 신나는 소설이나 무협지를 좋아했다. 20대부터는  김규항 작가님의 <B급좌파> 같이 세상의 부조리를 찾는 주제를 즐기거나, 생각이 담긴 에세이를 좋아했다. 권선징악을 좋아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이 컸다. 조중래 작가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시리즈는 백미였다.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 는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픽션과 팩트를 교묘하게 섞은 펙션 장르의 대가인 김진명 작가님의 책도 즐겼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팩트인지가 알 수 없게 만들어 별도의 공부를 하게 만든 작가님이다. 도서관에 가서 예전 자료와 신문을 찾아보던 열정이 있던 시기다. 그런데 조금씩 작가의 사고가 바뀌는 듯하더니 가장 최근에 읽은 <직지>에서는 완전하게 전향한 느낌이다. 그의 책을 읽는 건 <직지>가 마지막이 될 거 같다.


국사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중심을 잡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다. 학교에서 배운 국사 교과서의 편향된 내용을 알고부터다.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를 쓴 이인직이가 친일 반민족행위자라는 것과 그 책이 사실은 청일전쟁의 일본을 위한 노래라는 것은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쿠데타의 성공과 중국에게 받은 국호로 시작된 조선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모로 이미징 되고, 뮤지컬과 노래로 포장된 명성황후에 들어 그 배신감은 절정에 달했다.


역사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건을 두고 저마다의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판단이니까. 그런데 제국주의는 다르다. 일본은 다르다. 연쇄살인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왔다고 해서 그냥 잘 지내야 하는 것일까? 사과도 반성도 없는 범죄자가 여전히 추가 살인을 꿈꾸고 있는데도?


세계 2차 대전의 전범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다. 일본은 아직 1945년 8월 14일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던 1945년 8월 14일 직전의 야망에서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우리는 여전히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의 역사조작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그를 용서하잖다.


광복절이 되면 늘 그분이 생각난다. 독립투사도 아니고, 그 시절의 위인도 아니다. 그런데 그가 생각난다. 책과 기사, TV로만 보았지. 일면식도 없는 그가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술 한잔 후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글을 쓰다가도 문득, 요즘 통 재미없는 기사들을 보다가도 문득. 그냥 문득문득.


광복절이나 3.1절이 되면 그 그리움이 더하다. 그를 좋아하는 건 그가 가진 저항정신과 돈키호테 같은 성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선은 그가 큰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말을 무척 잘한다. 신념이 강하고, 추진력이 강하다. 국제관계라는 핑계로 가해자에게 큰소리 한 번 치지 못했던 그간의 지도자와 다른 단호함이 있다.  


 독도문제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과 역사인식,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어 나가겠습니다.
 물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세계 여론과 일본 국민에게 일본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끊임없이 고발해 나갈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때까지 국가적 역량과 외교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4월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  -노무현 대통령-


최근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가 출간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기억이 오래 바란 거 같아 다시금 책을 구했다. 10주년 에디션이라고 표지가 새롭게 바뀌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예전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도자에 환멸을 느끼는 건 그때도 별 다를 것이 없었는데.


세계 2차 대전의 종식은 대한민국에 광복을 선사했다. 더 이상 제국주의에 맞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그 명예와 실익은 여전히 친일파들이 독식하고 있다. 언제쯤 우린 제대로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쯤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IT의 성장으로 세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일본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수 없는 국제관계 또한 이해한다. 동맹국과 적대국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일본이 내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본에 대해서 한마디 꼭 충고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흔히 지각없는 국민이 하더라도, 흔히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국민이, 우리 정부가 절제할 수 있게 일본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 이상의 말씀은 더 드리지 않겠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 중에서 노무현대통령의 3.1절 기념행사 담화문


사진출처 : 월드피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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