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활용하자

by 새로


어제는 분명 술도 마시지 않았고, 잠도 일찍 잤는데 이상하게 피곤합니다. 출근했거든요.


시간에 몸을 맞기는 상태로 사무실에서 힘이 날 리가 없습니다. 의도적인 노력을 더합니다. 오늘도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야죠.


L 상사에서 퇴사하고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배가 있습니다.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협업이 필요할 때가 있어 함께 몇 번 업무를 한 적이 있어요. 업무가 좀 많아 보이는 후배였는데, 하루는 우연히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업무 얘기로 대화가 흘렀어요. 친한 사이도 아니고, 서먹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가벼운 대화가 오갔습니다.


“부서는 어때요?”

“선배들은 잘해줘요?”

“집은 어디예요? 출퇴근은 괜찮아요??”


스몰 토크로 시작한 권태로운 대화들에 걸맞은 편안한 웃음은 기본입니다. 무난한 대화를 이어 나가는데, 조금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여기 너무 좋아요. 제가 하는 업무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줘요."


"월급이 많다고요?"


"네. 하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제가 하는 업무에 비하면 진짜 월급 많이 주는 거죠. 개꿀이에요. “


단순 긍정적인 태도를 넘어서는 마인드입니다. 현실직시와 판단이 대단히 냉철합니다. 후배는 맡은 업무들을 다른 직원에게 적절하게 잘 패씽하고 있었어요. 현명한 시각과 대처가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개꿀을 개꿀이라고 말할 수 있다니요. 업무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그 스탠스를 유지해 나가는 그의 업무적인 너그러움과 자신감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MZ세대, 알파세대, 잘파세대(z+알파)등 세대를 칭하는 표현들이 많은데 세대의 특성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개인에게도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의 특징이 아니라 개인의 특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들의 언행이 나의 경험칙과 다르다고, MZ세대의 젊음과 사고를 가볍다 비꼴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세대나 각각의 개성이 있는 것이고, 회사에는 여전히 자리에서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MZ세대 후배들도 존재합니다. 그들의 속 마음이 어떨지를 내가 가늠할 수는 없어요. 일부 언론과 방송에서 MZ 세대를 너무 편협한 세대로 표현하는 것은 좀 불편합니다. 나와 다르다고 편협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들의 사고에서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오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말이에요.

근로자는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습니다. 유상성 쌍무계약으로 양측의 동등한 계약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직장인 대부분이 을의 입장에 있겠지만요. 그래서 직장인들은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꼭 ‘을’ 일 필요가 없어요. 주인의식을 갖는다던가, 일을 더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는 A4 용지 말고도 뽑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회사가 우리에게 그러하듯, 우리도 회사를 활용해 볼까요?


우선 회사를 통해 습득하는 지식이 있습니다. 직장인이 됐어요. 의무교육과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습니다. 영업, 기획, 유통, 마케팅, 영업 관리 등 많은 종류의 부서에서 익히게 되는 업무들은 학생들을 전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큰 거름이 됩니다. 개인이 회사로부터 급여와 지식 모두를 가져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예요. 처음 익힐 때 아주 정확하게 익혀야 합니다.


회사는 학원이 아닙니다. 성과를 만드는 곳이죠. 그러나 입사 초기 때만은 예외입니다. 그때만큼은 많은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포식자가 되어 많이 배우기를 바랍니다. 향후 회사를 떠나 ‘딴’ 생각을 하게 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적극적이며 유연한 마인드와 열정은 아무래도 입사 초기 때가 가장 강합니다. 가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때가 있는데, 자체 발광하는 그들의 눈동자를 볼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합니다. 제가 신입사원이었던 시절 강사님께 들었던 “열정이 너무 부담돼요.”라는 농담을 이제 제가 하고 있더군요. 확실히 습득력이 좋을 때입니다. 이때 흡수한 업무는 회사생활의 대부분을 지탱해요.


둘째로 회사의 관계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내에 동호회가 존재한다면 동호회 가입은 적극 추천합니다. 보통 사내 동호회는 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지원을 받아요. 개인적으로 가입하는 동호회보다 적은 비용으로 취미를 즐길 수 있겠지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동호회 활동은 타 부서 사람들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게다가 공통된 관심이나 재미거리에서 시작한 관계는 보다 유연합니다. 유대감이 있어요. 업무를 매개체로 맺은 부서 사람들과는 분명히 달라요.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에 업무를 나누는 동료로 만났을 때 빛을 발할 거예요. 언제 가는 같은 부서의 동료가 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셋째로 사내 복지제도를 활용합니다. 복지제도는 정확하게 인지해야 해요. 돈으로 받는 것만 급여가 아닙니다. 자기 계발비든 휴가지원금이든, 회사의 복지제도모두 급여예요. 선택형 급여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지제도의 특성상 당첨 경쟁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복지제도를 잘 활용하는 직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지금 당장 회사의 복지제도를 확인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혜택이 있을 겁니다. 선택하고 참여하는 사람은 누릴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취득 등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넷째. 월급루팡도 실력입니다. 회사의 에이스가 되는 것은 참 멋진 일이에요. 남들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업무포식자가 되어 에이스로 인정받는 모습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뇌섹남이 된 것도 같고요. 나의 커리어에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 다만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오늘의 상실이 계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그 상실감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젊음과 한 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소모한 하루는 언제고 제 몸집을 키워 아쉬운 과거 앞에 나타날 거예요.

월급루팡은 실력입니다. 다만 책임감은 전제조건이 돼야겠지요. 어차피 결과가 없는 월급루팡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나고 말아요. 과거의 행태처럼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주어진 시간에서 각자가 맡은 업무의 퍼포먼스는 스스로의 몫이에요. 월급루팡과 퍼포먼스를 모두 가져간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꼰대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 회사는 아직도 조기 출근과 늦은 퇴근을 부지런한 직원의 덕목으로 여깁니다. 이런 아둔한 선배들과 그룹장이 존재하는 회사라면 더욱이 월급루팡은 선택이 아닌 필수 능력이 돼야 해요. 부지런함이라는 구습으로 저의 ‘오늘’에 계속 흠집을 내기 때문에 루팡과 OT수당을 잘 섞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특정 사람에게 일이 몰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서의 어려운 일을 몰아서 받았던 특정사람으로 10여 년을 살아봤는데, 돌이켜 보니 장점이 거의 없어요.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꼴입니다. 내 일을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굳이 다른 사람의 일을 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도 문제예요. 남은 시간은 내 시간입니다. 남을 위해 쓰지 마세요. 월급루팡도 실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