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영혼

by 최백규

열린 창으로 여름 영혼이 실려 온다

야근을 마치고 온 너는
작업복을 벗어 땀을 말리고 있다

저린 팔다리를 주무르며 휴대전화를 열어도
스팸 문자 하나 없다

냉면을 먹으며 종영한 드라마를 보다가
겨자를 씹어 울음이 난다

지난해 여름휴가 캠핑에서는 라면을 끓였지
그때도 스프를 많이 넣었다

글러브를 끼고 공을 주고받은 순간들
처음으로 혼자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의 환호성

함께 웃어주던

너는 철거 예정 아파트에서 나를 기다리다 잠들어 있다

사실 여름과 영혼 둘 다 잘 모르겠다고
중얼대다가 눈을 뜨면

초여름이고 대낮이고
무궁화호가 영등포역을 지나 한강을 건너는 중이다 어둡고 넓은 물을 배경으로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한다

그 아래 너무 외로운 빛들이 눈앞에 번져서

뒤늦게 걸음을 떼는 파도와 우리는 누구보다 많이 닮았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햇살에 깊이 베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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