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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gular Han 싱귤러한 Aug 07. 2018

난 어른일까요?

wish to be wise and thoughtful

오래간만에, 

1년 만에 생일을 맞았어요. 누구나 그렇듯이요. 


그런데 이번 생일은 생일 같지 않은, 

일상이라고 해도 


싫은 날이었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일이라는 것이 

전혀 특별해지지 않는데, 

그래도 

괜한 핑계가 생기잖아요. 


오늘 내 생일인데~! 

라는.. 


부모님 댁에 갔어요.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여서 부모님하고 먹으려고요. 


결과적으로는 아침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요. 

엄마가 제가 한 말에 화가 났거든요. 


그게 화가 날 일인가?

아직도 제 의문에 해결이 안되요. 

제 집에 돌아왔는데, 

일 때문에 한국에 있는 미국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위급한 가족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예요. 


위급한 가족 문제?

부모님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 했어요. 


그런데, 

환갑이 넘은 부모님이 아닌, 

11살짜리 아들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거예요. 


세상 무엇보다도 가장 끔찍한 이야기예요. 

11살짜리가 무엇때문에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하고 그런 끔찍한 일을 하려고 했을까.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나?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잖아요. 

무엇이 그 어린아이를 그런 심각한 결심을 하게 한 것일까. 


오늘 내 생일인데... 

왜 이런 무거운 일들이 

또 나를 이렇게 무겁게 만드는 것인지. 


내가 어른이었으면, 엄마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까?

엄마가 어른이었으면, 감정 조절을 잘 했을까?

그 아이가 어른이었으면, 그런 어마무시한 일을 자기한테 저질렀을까?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어른은 특정 나이가 되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신적으로 어떤 경지에 오르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전 어려서부터 저희 부모님을 보면서, 

선생님을 보면서, 

주변 어른들을 보면서, 

이 질문을 참 많이 했어요. 


"어른이 왜 그래요?"


그리고 20살이 넘어서면서 

저에게 질문을 던졌죠. 


"난 어른일까?"

어른들은 나보다 현명해야 하는 거잖아. 

나보다 살아온 날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으니까 

현명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전 이렇게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잠에서 깬 원효처럼 유레카를 외친 거죠.  


어른은 어른이지, 성인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야. 

그러니까 배울 의지가 없고, 아집에 사로잡혀 산다면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지, 

그래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거야. 

그래야 배우지. 


하지만, 

살아온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실수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성인은 안되더라도, 

현명한 어른은 되겠지. 


그 아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통을 겪다가 잘못된 길에 발을 삐끗한 것이고, 

그 아픔으로 

성숙된 어른이 되길 바라고, 


나도 

말을 아끼고, 

남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봐도 현명한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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