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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두들 Mar 13. 2024

테마파크 디자인에서 찾는 정치적 올바름

영화산업의 연장선인 테마파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PC주의 사례들

* 본 글은 글쓴이 개인의 정치적, 사회적 성향과는 무관하며, 사례만을 소개해드리는 글입니다.

할리 베일리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된 디즈니랜드의 에리얼 그리팅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의 실사판 <인어공주>가 개봉하고, 당연하게도(?) 새로운 흑인 버전의 아리엘 캐릭터가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의 잇츠 어 스몰월드(It's A Small World) 옆에 새 인어공주를 위해 새로이 마련된 세트 위에서 손님들과 그리팅을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디즈니 영화에서 불어오는 PC주의.. 영화의 확장판 개념인 테마파크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데, 정치적 올바름이 바꾼 테마파크들의 몇몇 사례를 소개해볼까 한다. 이런 것도 바로 일반적인 놀이공원에서 볼 수 없는 테마파크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드웨인 존슨 주연의 실사 영화화까지 된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는 월트 디즈니의 기획으로 1955년 디즈니랜드 개장때부터 있었던 오리지널 클래식 어트랙션으로, 스키퍼와 함께 보트를 타고 숲과 움직이는 동물들이 인위적으로 재현된 전 세계의 정글을 탐험한다는 내용이다.


이 어트랙션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무시무시한 코뿔소에게 쫓겨 다 쓰러져가는 나무에 올라탄 탐험대장 1명과 그를 따르며 짐을 나르는 흑인 원주민들을 재현한 것인데, 그 광경을 하이에나들이 익살스럽게 웃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세로 떠오르자 디즈니는 어트랙션이 개장한지 60여년이 지나서야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 매직킹덤의 정글 크루즈에 설치된 나무 위에 매달린 사람들을 원주민들이 아닌 타지의 탐험가들로 교체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적용하여 관점을 바꿔버린 것이다.


* 도쿄, 홍콩 디즈니랜드의 정글 크루즈는 원래 문제의 해당 장면이 없었다.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역시 월트 디즈니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세계 최초의 워터 스루 다크라이드로, 우리나라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의 조상격 쯤 되는 어트랙션이다. 보트를 타고 해적이 습격한 마을을 구경하고 있으면 좌측 한 가운데에 무려 '신부용 처녀를 데려가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충격적인 경매장이 등장했었다. 이 어트랙션이 개장한 1967년에는 탑승객들이 웃으며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시대이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점 많은 탑승객들은 인신매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해당 장면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이 인신매매가 연상되는 장면을 삭제하고, 줄에 묶여 있던 처녀 중 한명인 'Redd'라는 캐릭터를 진취적인 해적 캐릭터로 바꾸고, 럼주를 들고 닭과 전리품 경매를 익살스럽게 진행하는 애니매트로닉스로 공간 연출하였다.(애너하임, 매직킹덤, 파리 디즈니랜드 버전 모두 적용) 실제로 D23 엑스포에서는 이 장면의 리뉴얼 계획이 전해지자 디즈니랜드의 전통을 중시하는 관람객들은 야유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 참고로 도쿄 디즈니랜드 버전은 아직도 처녀 경매 장면이 존재한다.






테마파크에서의 정치적 올바름 사례 중 가장 요즘 뜨거운 감자일 것이다. 1946년 개봉한 영화 남부의 노래가 흑인 인종차별 문제로 대두되자, 디즈니는 남부의 노래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해버렸고, 디즈니랜드와 매직킹덤의 스플래쉬 마운틴을 2009년 개봉한 공주와 개구리 테마로 리뉴얼하겠다고 한 것. 좀 뜬금없어 보이긴 해도 미국 남부지역의 늪지 강을 배경으로 하는 지리적 위치는 거의 흡사하긴 하다..


2024년 티아나의 바이유 어드벤처(Tiana's Bayou Adventure)이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 도쿄 디즈니랜드 버전은 아직 그대로 ^^(미국과는 다른 문화기도 하고, 디즈니 직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그런 듯)






상대적으로는 좀 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즈니랜드의 최고의 걸작 다크라이드라고 생각하는 로저 래빗의 카 툰 스핀(Roger Rabbit's Car Toon Spin).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영화를 배경으로 택시를 타고 족제비 빌런의 나쁜 짓을 피해다니는 설정의 어트랙션이다.


이 어트랙션이 독특한 이유는 디즈니 영화 치고는 지나치게 관능적이고 노출이 심하게 묘사된 영화 속 인물 제시카 래빗(Jessica Rabbit)이 쇼 세트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라이드 중간에는 제시카 래빗이 족제비 악당에 의해 포박당하여 택시 트렁크에 가둬버리는 장면으로 공간 연출이 되었었는데, 시간이 지나 해당 장면이 문제의 소지가 있어 결국 제시카 래빗 대신 DIP 배럴 통이 담겨 있는 모습으로 최근 수정되었다.





라이드 후반부에 등장하는 제시카 래빗 역시 특정 신체가 부각되는 관능적인 모습이 아닌, 노란 탐정 옷을 입고 망치를 들고 족제비 악당을 직접 제압하는 툰타운의 사립탐정이라는 설정으로 재탄생되었다.






마지막은 디즈니 테마파크가 아닌 네덜란드의 테마파크 에프텔링(Efteling)의 사례이다. 에프텔링에서 가장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 카니발 페스티벌 바로 앞에 무슈 카니발(Monsieur Cannibale)이라는 어트랙션이 개장했었다. 문제는 사진처럼 냄비 안에 탑승자들이 끓고 있는 듯한 형태로 멀쩡한 이름과는 다르게 식인종을 익살스럽게 재현한 공포스러운 설정이었다. 결국 어느 한 기자에 의해 이 어트랙션의 디자인에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수 년간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2022년 이 어트랙션은 식인종이 연상되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모두 철거하고 아라비안 나이트의 신밧드의 항해 이야기를 다룬 시로코(Sirocco)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공간 연출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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