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실수를 덮어준 CEO
1968년 포항에 설립된 포스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희망이었다. 국내 최초로 철 생산에 성공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철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사용처가 다양한 자원이었지만, 포스코가 설립되기 전까지 국내의 모든 기업들은 해외에서 철을 수입해 사용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기대도 남달랐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성공 여부는 포스코에 달렸다고 생각하여 포스코의 매출을 따로 보고 받을 정도였다.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포스코의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일했고,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포스코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포스코에도 위기가 닥쳤다. 1977년 4월 24일 포스코 제1 제강공장에서 일하던 크레인 운전사가 운반도중 100톤이나 되는 쇳물을 공장 바닥에 쏟아버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공장 내 전선 70%가 불타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다. 사고가 깜빡 졸은 운전자의 실수로 발생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회사의 직원들은 박태준 회장이 진노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예상과 달리 사고를 보고받은 박태준 회장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빨리 공장을 수습할 것을 지시하며 사고를 일으킨 직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 일은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보고할 테니 당신은 예전처럼 열심히 일해 주십시오." 크레인 운전사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쉬는 날에도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박태준 회장이 직원의 실수를 감싸주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평소 박태준 회장은 직원들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불같이 화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격하기만 했던 회장이 직원의 실수를 감싸는 모습에 직원들이 느낀 감동은 더욱 컸다. 박태준 전 회장의 모습은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포스코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참고 기사] 마음 따뜻했던 '현장의 선비'… 그립습니다(2012.12.14), 신은진,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