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스튜디오
지금까지 사진일을 좀 해오면서 내 사진들은 대부분 자연채광의 매우 일상적인 사진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물론 그도 그럴것이 나 스스로가 너무 실제와 다른 비현실적인 느낌을 거부하는 것도 있고, 그대로이고 자연스러운 것 만큼 늘 간직하고, 담아내고 싶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라고 생각해 왔으나- 결혼사진만큼은 좀 비현실적이게 찍고 싶었다. 평생에 단 한번 뿐인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이 어떤 꿈의 영역으로 기록되길 바랬기 때문에 이 때 만큼은 가상인물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ㅎ 그렇게 선택하게 된 아우라 스튜디오.
첫 결혼준비의 시작으로 결혼박람회에 갔다. 스튜디오 셀렉도 그때 하게 된 거다. 그땐 결혼준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렇게 시작했던 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성향이나 지금의 코로나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 때 '웨딩업체 만큼은 가지 않았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대충 결혼을 위해 필요한 것은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와 웨딩홀 딱 요 두가지다. 첨부터 알았다면 웨딩홀 위치부터 알아봤을 텐데.. 뭣모르고 한큐에 해결하자는 마음에 웨딩플래너를 끼고 결혼준비를 했지만 우리에겐 스드메보다는 웨딩홀이 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웨딩관련 업체는 강남에 있었고, 그 이동동선의 피로감이 우리에겐 무척 고된 일이 되었다. 심지어 추천 웨딩홀도 모두 강남만을 보여주셨는데, 결국 우리가 마포를 원해서 겨우 찾아낸 곳에서 계약을 하게 됐다. 이럴줄 알았다면 맡기지 않고, 그냥 스스로 찾아보는 거였는데.. 웨딩 홀 뿐만아니라 스드메도 모두 근거리인 마포에서 찾아봤을 것 같다.
그 핵심적인 이유를 추가로 항목을 분석해 봤을때 우리에겐 정말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스/드/메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218만원 정도가 소요됐다.
원본과 보정본을 받는 것으로 내야하는 비용이 44만원 추가되었다. 심지어 액자도 엄청 꾸진 기본 액자여서 제대로 집에 놓을 만한 액자로 교체한다면 무려 30만원이라는 비용을 또 추가로 들게 했다. 우리가 돈도 안내고 서비스로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식으로 뭔가를 자꾸 추가하고 업그레이드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면 애초부터 묶여있는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뭐 원본까진 그렇다치고 액자에서 빡침... 부들...
제공되는 것은 20P의 앨범과 정말 꾸진 액자1
일단 드레스의 브랜드에 대해서 1도 모르기 때문에 어찌어찌 대충 급하게 골랐다. 우리가 살고있는 마포에서 웨딩타운인 아현도 가까운데 브랜드에 대해 1도 모르는 내가 굳이 강남까지 왔다갔다 순회하며 드레스나 고르고 앉아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대부분 모든 결혼식이 강남에서 진행되다 보니 이 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은 알겠다만 우리처럼 취향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단 근거리에 자주 왕래가 가능한 곳이 훨씬 더 좋은 시스템을 이뤄냈을 것 같다. 강남만 한번 다녀오면 기가 빨려서... 촬영용과 본식, 두번이나 드레스샵을 사전에 왔다갔다 해야한다니 그것도 일이다. 반대로 남편의 예복은 위치기반으로 찾은 곳이 합정의 <포튼가먼트>였다. 요가원이랑도 엄청 가까워서 부담없이 편하게 다녀왔다.
218만원 중 메이크업에 얼마가 들어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진짜 메이크업은 돈이 아까웠다. 마찬가지로 당연히 강남이었고, 우리커플은 일단 나부터 머리-숏컷, 외꺼풀, 피부좋음. 이로 인해 화장과 머리손질 모두 1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머리 무척이나 짧음. 딱히 손볼 것 없음. 둘다 뭔가 이것저것 하려하면 더 이상해짐. 무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메이크업 샵에 둘다 손보는데 1시간도 안 걸려서 두시간이나 대기하고 기다렸다. 다른 커플들은 옆에서 시간 꽉꽉 채워서 머리손질이며 화장이며 마지막까지 하는데 우리는 괜히 아침부터 일찍나와서 피곤하고, 할것도 없이 앉아있고.. 그냥 집근처 미용실 가서 대충 손보고 와도 그게 그거 일듯했다.
정확히 5-7월 정도 조금 완화되는 시기였던 것 같다. 당연히 남일 인줄만 알았던 상황이 내게 지금 드리닥치고 있는 중이다. 실내인원 50명 제한이라니... 사실 결혼식을 하는 우리들의 가장 큰 이유는 확실히 가족들 때문이다. 아가가 생기고 급히 준비하는 결혼식이기에 형식만 좀 갖추고 빨리 끝내버리고 가족으로 살아가자.. 라는 마음인건데..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결혼업체에 맡겨가며 식을 올리는 건데.. 가족들끼리 모여서 할거면 뭐하러 이런 것들을 다 준비해왔냐고ㅠㅜ 그냥 동네 근처 가게 하나 대관해서 하면 될 것을ㄷㄷㄷ 아님 요가원에서 하등가!!!
현재의 상황은 아무튼 이렇다ㅠㅜ 아직 하루이틀 더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대략 70%는 코로나가 사라지고 하자는 쪽에 기울여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은 모두 체결된 상태라 이게 어떤 방식으로 흐르냐에 따라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청첩장 만들려면 최대한 빨리 받아야 했던 웨딩사진은 나왔다. 다른것 다 제쳐두고 사진만큼은 그래도 맘에 드는 편이다.
아우라 스튜디오의 원본(33만원)/ 원본+수정본(44만원)의 추가는 좀 짜증스럽긴 했다. 수정본까지 추가시키지 않으면 1차 보정에서 다른수정 받지 않고, 앨범으로 나온다고.. 수정본을 추가해야 앨범 나오기 전에 한번 더 컨펌을 받을 수 있다고.. 이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 금액분류야 그렇다치고, 컨펌의 기회만큼은 똑같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건 뭐 전문지식이 없는 모르는 사람 놓고 말장난 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액자와 앨범의 구성이라면 그 두 상품만큼은 제대로 된 컨펌하에 출력본으로 나와야 하는게 당연한건데 수정본을 추가시키지 않으면 컨펌의 기회까지 잃어버린다니?
사실 웬만한 사진보정 편집의 일에 능숙한 나는 원본만 받아도 상관이 없었지만 고작 11만원 가지고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모른척 넘어갔다. 웨딩이라는 산업은 정말 생애 단 한번이라는 이유로 그 거품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만 실감하는 과정들이다. 뭐 이런 상황들이 단지 한 곳만의 문제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이 업계의 모든 업체들이 대부분 다 그렇겠지. 뭐 돈이란 것이 본디 이럴때 쓰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련의 이런 과정들에 불쾌감을 느끼고 불만을 품게 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거라는 생각도 든다.
화나는 건 화나는 거고.. 그래도 우리가 선택한 <아우라 스튜디오>의 사진느낌은 다른 곳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다른 곳은 찍어본 적이 없기때문에 비교하기엔 애매하지만... 예로 보여준 웨딩북들 중 가장 클래식하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사진스타일을 보면 찍는 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너무 과보정 되거나, 인물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지나친 색보정으로 보기 매우 불편한 사진들도 많은데 이 곳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듯했다. 이후에 아우라 스튜디오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니 <인물위주의 촬영이 부담스러운 커플을 위한 웨딩사진>이란 홍보용문구도 확인할 수 있었다ㅎㅎ 사진찍을 때 잘 웃지 못하는 편인데 이 곳은 내게 너무나 과한 웃음을 강요하지 않아서 나도 불편함 없이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욱이는 이 사진을 보고 매우 올드한 사진이라고 했다, 난 나쁘지 않은데ㅎㅎ 아우라 스튜디오는 지하에 있어서 자연광이 아닌 모두 조명을 사용해서 촬영을 한다. 조명사진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못해 사실 굉장히 신기했다. 조명인데, 자연광 느낌이 나기도 하고.. 모든 공간이 메뉴얼에 맞춰져 각각의 포인트가 되는 위치에서 촬영이 진행된다. 이 곳의 사진작가들은 매번 똑같은 공간에 똑같은 느낌으로 인물만 바뀌어 기계로 찍어낸 듯 한 똑같은 분위기의 사진을 만드는거다. 이런 것들이 소소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인위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리 싫진 않았다. 딱딱 맞춰진 방식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너무 갈팡질팡 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쓸만한 많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도 어색해지고, 얼어붙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일을 빨리빨리 끝낼 수 있는 좋은 시스템, 이 시스템 안에서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인물과 관계없이 평균적으로 좋은 사진을 뽑아낼 수 있고, 너무 예쁘고 아름답지 않아도 누구나 아름다워보일 수 있는 사진이 기록되는 것일 테니까-
총 원본파일은 2개의 폴더에 거쳐서 1072장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사진작가님도 최선을 다해 모든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해주셨다. 아침 일찍부터 메이크업 받는다고 나와서 촬영 2-3시쯤 되니까 엄청 졸렸다. 사진찍으면서 잠이 오기는 또 처음.. 마지막엔 옥상으로 올라가서 야외씬을 좀 찍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그건 취소됐다. 몸도 너무 피곤하고 해서 막상 옥상사진을 못찍었다고 해서 억울하거나 아쉽진 않았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빨리 쉬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도 하나 더 찍으려고 노력하는 커플도 있던데, 우린 둘다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하는 마음에 서둘러 정리했다.
촬영중 스튜디오에는 몇군데의 스팟이 존재한다. 우리가 촬영했던 날은 운 좋게 단독으로 우리만 있었다. 몰랐는데 원래 2-3팀이 그 스팟을 나눠 돌면서 함께 촬영을 하기도 한다고...기분상 왠지 그랬으면 더 피곤했을 것 같은데, 다행이 둘이서 조용히 편하게 찍었다. 촬영해주신 사진작가님께도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았는데 아가가 생기고 나서는 음식섭취량이 부쩍 늘었다. 배가 엄청 고프다기 보다는 입덧이 함께 공존하면서 빈속이 되면 속쓰림이 너무 심해서.. 뭐가 먹고싶은게 아니라 속이 너무 아픈걸 가라앉힐려면 뭐라도 조금씩 먹어야 한다ㅠㅜ
그래서 이 날도 촬영중에 계속 김밥을 먹었다.. 준비간식으로 김밥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이 지워지지 않을 아담한 사이즈의 음식을 준비하는게 좋다고 했는데.. 군것질거리는 하나도 안땡기기 때문에 고민끝에 그냥 김밥을 준비했다. 초콜릿이나 과자같은 다른 간식들도 좀 챙기긴 했지만 그런건 역시 하나도 안먹고 김밥만 먹었다. 나중엔 졸린상태에서 김밥 안먹으면 체력 딸려서 서있기도 힘들고.. 배는 계속 부푸는 것 같지만 사진은 찍어야 하고-_-a
요즘은 그렇게나 김치찌개를 찾아먹는다. 제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회덮밥도 종종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임신 중 회는 안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거부하려고 노력중이다. 다이어트는 하나도 못하고 포토샵만 믿고 엄청 먹으면서 찍은 웨딩촬영.
이제 이번주부터 임신 13주차가 되었다! 다음 병원 방문 일정은 10월 5일! 아직 5주나 남았다. 16주부터 배가 나온다고 하던데.. 결혼예정일은 19주차이다(그날 못하게 될 확률이 높지만ㅠㅜ) 뭔가 요즘 팔뚝이나 등.. 옆구리.. 허벅지.. 전체적으로 군살이 붙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다.. 뭐 임신초기라 예전만큼 요가를 할 수 없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님 원래 있던 근력들이 물컹해지면서 오는 부담인 것 같기도 하고.. 지난주까지는 체중변화가 크게는 없었다.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는 양수가 좀 부족해서 12주차가 다 되어서도 아직 안정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가 어찌되었든 아가만 건강하다면! 코로나라는 상황속에서도 아가가 생긴 것은 아주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일. 코로나19로 모든 국민, 뿐만아니라 전세계 인구가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왜 하필 이 시기에~ 라는 생각은 정말 조금도 들지 않는다.
험난한 시기의 결혼준비지만, 내 몸도 아가의 건강도 걱정되는 시기이지만,
그래도 내게 온 한 생명의 존재로 2020년은 나에게 무척 의미있고, 감사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