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새로운 트레이너 선생님과의 첫 수업이었다.
지난주 간단한 상담이 있긴 했지만 나의 현재 상태나 고민 부위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여자 선생님인 만큼 나는 그동안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내 팔과 어깨 경계에 자리 잡힌 주름과 허벅지 안쪽 살 제거 방법 및 가장 궁금했던 엉덩이 모양의 타고남과 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사실상 하체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태생이 탐미주의자인 나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눈을 감기가 어렵다. 나는 나름대로 하체라인 문제에 대해 엉터리 연구를 했다. 일단 키가 작은 사람은 다리 길이가 짧다. 키에 대비한 길이를 이야기하며 비율을 논하기도 하지만 키가 작은 사람 중 비율이 훌륭한 사람조차도 물리적으로 짧은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람이 키가 자란다는 것은 하체의 길이가 연장되는 것이지 상체가 연장되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가령 똑같이 155cm인 초등학생 친구 두 명이 있다고 하자. 이 중 한 사람은 이 상태에 멈추고 다른 한 사람은 170cm까지 자란다고 한다면 과연 후자가 상체가 눈에 띄게 연장될까? 비율을 맞춰가며 함께 자라겠지만 대게 하체가 더 많이(어쩌면 대부분) 자란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하체라인에 살이 덜 붙고 보기 좋은 라인을 갖게 된다. 생각해 봐라 이쑤시개에 밀가루 덩어리 3kg을 붙이는 것과 나무젓가락에 붙이는 것과 결과가 같을까? 분명 후자가 더 마르고 예쁜 라인으로 붙여진다. 내 주변인들을 관찰해 본 결과 이런 사람들은 하체가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체가 짧다. 그렇다 보니 이쑤시개 논리처럼 이들은 상체에 더 살이 붙어 보여서 상체비만에 하체마름인 사람이 많다. 반대로 키가 작은 사람은 다리 길이가 짧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체가 긴 경우가 많고 하체에 살이 더 붙어 보여 하체비만에 상체마름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체형으로 굳어진다. 물론 내 친구 h처럼 키가 작은데도 하체가 길고 태생적으로 하체에 살이 전혀 붙지를 않아 키가 큰 사람의 체형인 상체비만에 하체마름인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특이한 경우이고 이런 사람조차 어쨌든 하체길이가 키가 170cm인 사람처럼 길 수는 없다. 이것이 물론 생활에 불편함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옷을 좋아하고 스타일과 핏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아무리 체형을 고려해 잘 골라 입어도 짧고 굵어 보이는 옷 스타일이 있다. 체형에 맞춰 옷을 입으라고 하겠지만 그것은 우리 언니처럼 옷이란 몸을 가리는 용도라는 사람에게나 맞는 말이다. 너무 예쁜데 너무 입고 싶은데 내 몸에 예쁘지 않다? 이것만큼 비극은 없다. 하지만 키보다 더한 비극이 있으니 그것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엉덩이의 모양과 위치이다. 내 관찰에 의하면 사람의 엉덩이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이 있다. 당연히 직사각형은 엉덩이 세로 길이가 짧으니 외국인처럼 엉덩이가 올라가 보이고 직사각형 안에 살이 모이다 보니 납작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정사각형은 엉덩이가 더 아래로 내려온 느낌을 주고 볼륨감마저 내 눈에는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유튜브의 수많은 운동 중독자들의 영상을 찾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이러한 체형은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 보였다. 다리 길이가 짧은데 엉덩이마저 정사각형이다? 그것은 내 기준 최악이고 그것은 바로 나다. 나는 한국인 평균보다 키가 작은 만큼 하체비만에 상체마름을 가지고 있는데 엉덩이 모양도 너무나 정사각형이다. 오늘은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쏟아내며 정사각형 엉덩이 모양도 운동한다고 달라지는지 물었다. 물론 나를 운동의 세계로 어떻게든 유혹해야 하니 달라진다고 하셨지만 그렇게 되려면 운동을 정말로 직업 운동선수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식사량 체크로 대화는 끝이 나고 오늘은 수업 첫 날인만큼 맨몸 스쿼트와 바벨 스쿼트 맨몸 데드리프트를 통해 내 운동 능력을 체크했다. 끝나고는 바로 레그컬이었는데 레그컬은 이제 개인 운동에서도 15kg을 소화하고 햄스트링 자극도 잘 느끼는 운동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15kg이 너무 무거웠다. 선생님은 일단 5kg으로 진행했다. 낮은 무게인데도 꽤나 무거웠고 그래서인지 햄스트링 자극은 나의 레그컬 역사상 최고였다.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자극을 오랜만에 느꼈다. 마지막으로 박스 위에 올라서 한쪽씩 다리를 뒤로 밀며 내려오는 엉덩이 옆에 자극이 오는 운동이었다. 처음으로 한 운동이라 그런지 자세는 매우 어설펐다. 첫날이라 조심스레 진행해서 그런지 근육통도 전혀 없다. 나는 원래 운동 당시는 매우 아프지만 집에 돌아가면 전혀 아프지 않고 다음날도 아프지 않은 희한한 유형이었는데 두 달의 휴식을 갖고 돌아온 후로는 횟수와 무게가 늘어서 며칠은 근육통이 왔다. 근육통이 있어야 내 몸이 탄탄해질 것 같은 느낌이라 나쁘지 않았는데 다시 처음이 된 것 같다. 이래서 선생님이 바뀌는 것이 걱정되기는 했다. 물론 선생님마다 지도 방법이 다르고 운동도 창의력의 영역이라 내 몸과 잘 맞을 가능성도 있어 한 번씩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이제 수업이 많이 남지는 않았고 어렵게 어렵게 올린 무게와 세트당 횟수를 생각하면 조급해지기도 한다. 아직은 첫날이다. 힘이 조금 세졌으니 무게도 올리고 알아서 잘해주실 거라 믿는다. 그녀는 전문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