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일지 2) 마음 지식 4가지를 접하다
상담 시작 전, 상담사님께서는 카카오톡 배송하기로 한 권의 책을 보내주셨다. 바로 김정호 교수님의 '마음 챙김 긍정심리 훈련 워크북'. 단순히 상담만 받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마음을 공부하고 마음을 다루는 힘을 기르기를 바라셨던 듯하다.
이 책은 크게 '마음지식'과 '마음기술' 2가지를 설명한다. 솔직히 당시에는 마음기술은 잘 이해되거나 체감되지 않았는데, 마음지식은 적지 않은 영감과 통찰을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마음을 다루는 데에도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마음을 다루는 데에 무슨 지식이나 전문성이 필요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 착각과 오해 속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가 있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상담을 받고, 심리학을 나름대로 공부해 보면서 내린 중간적 결론은, 마음의 문제도 정확한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는 과정의 시작이었다.
MPPT의 정의와 목적
MPPT(Mindfulness&Positive Psychology Training) 즉, 마음 챙김 긍정심리 훈련은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지식과 마음기술을 소개하고, 실질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마음기술 부분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마음기술은 상당히 유용했다. 이때 배운 마음지식이 상담을 하면서 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저자는 '당장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는 힐링의 방식'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식'이 있는데 MPPT는 후자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지식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마음지식 4가지와 각 지식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소개하려 한다.
마음지식 4가지
1. 동기상태이론
동기상태이론이란 쉽게 말해 언제 스트레스를, 언제 행복감(웰빙)을 느끼는지를 '동기'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리의 경험은 부정적 경험인 '스트레스'와 긍정적 경험인 '웰빙'으로 나눌 수 있다. 스트레스와 웰빙은 동기에 의해 좌우된다. 쉽게 말해, 동기가 좌절되거나, 좌절될 것이라 예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동기가 충족되거나, 충족될 것이라 예상되면 웰빙을 겪는다.
시험에서 80점을 맞았다고 해보자. 80점이라는 점수 자체가 나를 기쁘거나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목표 점수가 몇 점이었느냐가 더 중요하다. 목표가 60점이었다면, 20점만큼 웰빙을 느낄 것이다. 목표가 100점이었다면 20점만큼 스트레스를 느낄 것이다.
동기상태이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동기가 없으면 웰빙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동기를 전략적으로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동기를 잘 조절하면 최소한 2차 스트레스는 많이 줄일 수 있다.
총 스트레스 = 1차 스트레스 + 2차 스트레스
이 공식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2가지로 나뉜다. 사건 자체에 의해서 발생하는 1차 스트레스와 내 마음이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2차 스트레스이다. 동기를 잘 활용하면 2차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는 받아들이되, 즉시 동기를 낮춰 마음이 나를 공격하는 2차적인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부처가 말한 '2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방법이다.
2. 구성주의
위 그림을 보자. 누군가는 토끼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림 그 자체가 토끼인지, 오리인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식의 틀이 그림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저자는 구성주의라고 한다.
구성주의는 우리의 경험이 구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즉, 구성주의는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것이 일방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여해서 만드는 것으로 본다. 그림이라는 밖조건은 그를 해석하는 나의 안조건에 의해 해석되어 경험을 구성해 낸다. 스트레스 혹은 웰빙이라는 경험은 내 안의 특성이 관여해서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은 일방적으로 밖조건의 특징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안 조건 즉 우리 자신의 사전 지식이나 기대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즉,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이미 내 안의 특성이 관여해서 구성된다. 정보처리 용어를 사용하면 우리의 경험은 외부환경, 즉 밖조건의 특성을 반영하는 ‘아래-위로의 처리’와 우리 자신, 즉 안조건의 특성을 반영하는 ‘위-아래로의 처리’의 결과로 구성되는 것이다.
동일한 밖조건이라도 그것으로 내가 어떤 경험을 구성하는가는 나에게 달려있다. 즉 동일한 밖조건도 그것을 내가 어떻게 표상 혹은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마음공부를 통해 나의 내면이 변화하면, 즉 나의 정보처리방식이 달라지면 나와 세상에 대한 경험이 달라진다. 내 인식의 틀을 수정하면 부정적이었던 세상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3. 정보처리용량의 제한성
인간이 한 번에 동원할 수 있는 정신자원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다.
253
79386
4036107
870369451
61384276143
첫 번째 줄의 숫자는 쉽게 기억할 것이다. 두 번째 줄도 나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만 되어도 기억하기 매우 어렵다. 네 번째 줄과 다섯 번째 줄에 이르러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의 가용한 정신자원의 용량은 한정적이다.
주변의 외부환경은 많은 자극을 포함하고 있지만 주의를 보낸 일부만이 선택되어 정보의 구성에 사용된다. 또한 나 자신, 즉 내부환경에도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지만, 그중 일부만이 선택되어 정보의 구성에 이용된다. 정서의 경우에도 기억이 떠오를 때 현재의 기분과 일치하는 내용의 기억이 잘 떠오르는데 이를 기분일치성 효과라고 한다.
정보처리용량 제한성은 인간 정보처리의 부정편향성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행복보다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따라서 정보처리용량 제한성을 감안할 때 생존에 위협이 도리 수 있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보내는 부정편향성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동기좌절이나 동기좌절예상을 일으키는 정보에 더 민감하게 된다.
정보처리용량의 제한성을 이해하면, 부정적인 생각에 함몰될 여지가 줄어든다. 내 기분이나 생각이 부정적인 것은 사건 자체가 부정적이기보다는 나의 원래 기분이 부정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내가 지금 부정적이고 지쳐있으면 외부의 정보를 부정적으로 구성하고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4. 마음사회이론
마음사회이론은 4가지 마음지식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식이다. 유익한 통찰력을 전달하고, 인식의 틀을 변화시키는데 큰 기여 하였다.
마음 사회이론은 마음을 여러 ‘나’들로 이루어진 사회로 설명한다. 내 마음은 사회와 같아 그 안에 많은 ‘나’들이 구성원으로 산다. 각각의 ‘나’들은 내 마음의 다양한 욕구-생각들을 반영한다.
마음사회이론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마음의 건강에 기여한다. 무엇보다 마음사회이론을 갖게 되면 나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나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커진다. 마음사회이론을 이해하면 내 안의 부정적인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워진다. 마음은 여러 나들이 사는 사회이므로 부정적인 욕구나 생각이 올라와도 크게 놀라 억누를 필요가 없다. 이성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욕구나 생각이 올라와도 여러 나들 중의 하나, 즉 1/n일 뿐이다. 그것이 나 전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부정하거나 억압할 필요가 없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나를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면 결과적으로 자존감의 저하에 빠진다. 그러나 마음사회이론은 부정적인 모습도 잘 수용할 수 있으므로 자존감 문제에서 자유롭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안 좋은 점을 보아도 그 모습은 그 사람의 1/n임을 알고 타인 수용성과 이해도도 증가한다.
마음 사회이론은 마음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필요에 따라 여러 나들을 잘 이해하고 조화롭게 조율해 가면서 심리적 유연성이 높아진다. 내 안에는 게으른 나, 열정적인 나, 이기적인 나, 이타적인 나, 부정적인 나, 긍정적인 나 등 다양한 모습이 있다. 휴가나 여행에서는 게으른 나, 무기력한 나, 놀기 좋아하는 나를 호출한다. 중요한 업무나 공부를 해야 할 때에는 열정적인 나, 끈기 있는 나, 긍정적인 나, 고독한 나 등을 호출한다. 내가 내 마음을 지휘 관리하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adhd는 흔히 극단적인 생각, 행동을 하곤 한다. 이 때문에 종종 내가 쓰레기인가, 위선자이고 겉과 속이 다른 놈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마음사회이론을 알고 나니 그 모습은 겨우 나의 1/n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니 나에 대한 수용성과 자존감이 높아졌다.
마음 챙김 긍정심리 훈련 워크북은 심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여기서 소개하진 않았지만 마음기술에 대한 소개도 명상을 처음 접할 때 개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상담은 이런 마음지식과 기술에 대해 이해를 먼저 시킨 뒤 진행되었다.
상담을 시작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벌써 4년 전이다. 지금은 4년 전보다 더 많이 공부해 보고 실천하면서 더 안정적이고 성숙해졌다고 자부하는데, 그 시작은 이 책과 함께였다.
참고 : 마음 챙김 긍정심리 훈련(MPPT) 워크북, 김정호
※상담소 관련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