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ADHD 서울대생 Paramita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ADHD답게 머리가 어지러워 생각도 정리 안되고 있는데 문득 글을 쓰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들어 에이앱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년 간에 걸쳐 ADHD 약물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처음 ADHD 진단을 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나버렸네요.
1년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지만 처음 약물의 효과를 체감했을 때 기대했던 것만큼 ADHD가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ADHD로 20년 넘게 살아와 그 후유증이 대뇌피질부터 척수까지, 심장부터 발끝까지, 나 자신부터 주변 인간관계까지 뻗지 않은 곳이 없으니까요.
1년 만에 깨달은 사실은 ADHD 치료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발달기에 발견된 것이 아닌 성인 ADHD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과거부터 뿌리 깊게 삶을 갉아먹은 ADHD에 관해 깊이 이해하여야 합니다. ADHD가 어떤 방식으로 몸과 마음에 악영향을 미쳐왔는지, 상처받은 마음은 또 어떻게 ADHD 증상을 악화시키고, 내 인생을 망쳐왔는지. 약물 치료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약물이 나에게 맞는지, 약물 부작용을 다루기 위해 또 어떤 약물(ex. 항불안제, 신경안정제...)을 처방받아야 할 지, 정신과 의사와 심리 상담사가 내 adhd 증상 개선을 위해 각각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생각의 구조는 어떻게 재구조화해야 하는지, adhd 증상 개선을 위해 습관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할 지....
세세히 고려와 끝없는 고민은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하면 할 수록 'adhd가 이렇게 깊숙한 영역에까지 침투해왔단 말이야?' '이 정도만 지속하면 치료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등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마구 생겨납니다. 이는 지금껏 내 삶을 눈치채지 못하게 지배해온 ADHD의 특징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개 학생일 뿐이지만...
또 아직 1년밖에 치료받지 않은 새내기일 뿐이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1년 동안 ADHD 증상 개선에 명확한 효과를 드러낸 방법입니다.
1. 공부
공부라고 함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보통 한국에서 공부라고 한다면 입시, 학점, 취업을 위한 시험 공부를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삶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한 공부를 말합니다. ADHD가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면 ADHD에 대해서 '공부'하십시오.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요즘 책이 유일한 정보처는 아니지요. 유튜브에서 영상 'ADHD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에 관한 28분간의 설명', 유튜브 채널 'How to ADHD', 정신의학채널 종일TV의 성인ADHD 시리즈 등 유튜브를 통해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책으로는 '실수 투성이 당신 성인 ADHD', '우울할 땐 뇌과학', '리틀 몬스터',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 등이 있습니다.
약물을 처방받는 다면 약의 작용 기전이 무엇이고 부작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찾아보며 나에게 맞는 약물 복용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저의 경우 ADHD 답게 부족한 자기 의견을 세우기 위해 노자 철학 등을 공부하기도 하고, 저의 심리에 도움이 되도록 불교 철학과 상담 심리학 관련 공부도 했습니다. 내가 평소 읽고 듣는 내용이 나의 언어와 행동과 사고를 만든다고 제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정보를 얻기 위한 공부의 과정이야 말로 ADHD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2. 약물치료
대부분의 사람들이 ADHD 치료하면 먼저 떠오르는 방법입니다. ADHD 치료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치료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도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을 복용하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약물 치료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약물에 쉬이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약물을 먹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약물이 없으면 약물이 있었을 때 능히 해냈을 일을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복용한다고 늘 집중력과 끈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며 약물 없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을 사용하되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 없이도, 혹은 약물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뒤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약물은 부작용도 심합니다. 약물의 좋은 점이 7이라면 마이너스 요인이 3이라고 누가 그랬었던 것 같은데 어쩔 때는 나쁜 점이 6,7처럼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별 수 있나요. 바쁜 지식 정보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ADHD 중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ADHD 약물의 부작용은 다른 약물로 이겨냅니다. 메디키넷의 부작용으로 불안과 자살 충동이 들 때를 대비해서 항불안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습니다. 메디키넷 효과가 떨어질 때쯤 올라오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늘 항불안제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ADHD 약물은 본인에게 그나마 맞는 것을 찾는 과정도 다사다난하지만 부작용을 다루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를 뛰어 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운동
ADHD 치료는 종국적으로 ADHD를 어떻게 나의 장점과 힘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일단 운동 그 자체가 우울증, 불안 등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ADHD들은 정적인 활동을 싫어해서 활발한 활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운동에서 정말 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유명한 ADHD이며, ADHD로 의심되는 미국 전 대통령 조지 부시는 마라톤, 서핑 등을 즐겨했죠. 운동에서 비교적 남들보다 좋은 성과를 내면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덤입니다. 사람과 관계 맺기 어려워 하는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고도의 지적인 대화없이도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입니다.
4. 정신상담
약물은 ADHD의 신경 작용을 조절해 많은 이로움을 줍니다. 하지만 성인 ADHD 환자들이 그동안 절망, 좌절, 우울, 강박에 시달려 살아온 수십 년의 세월이 남긴 흔적은 단순한 약물 치료로는 치료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정적, 강박적, 충동적인 ADHD 사고의 틀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 등을 통한 노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실력있는 심리상담가의 힘을 빌립시다. 저는 오직 한 분의 심리상담가 분과 9개월 간 상담을 진행해 왔을 분 다른 심리상담가와의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분과의 만남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했을 정도로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고가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긍정'은 화장실 안에 핀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창문을 내는 일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곰팡이 제거제를 쓰는 것은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내 마음의 작용에 손을 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생각 이상으로 비쌉니다. 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분명 그 정도 값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5. 명상
약물 치료, 정신 상담과 함께 ADH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중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아침 저녁으로 1시간 씩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책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명상 예찬론자입니다. 불교의 창시자 부처는 인간의 고통의 근원을 짚고 그 해결을 위한 수행법 중의 하나로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은 현존하는 비약물적 치료 중 가장 효과가 명확하고 과학적이며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앞에서 언급한 심리 상담사님께 명상을 배웠습니다. 명상의 필요성을 본과 생활 중에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고요. 그 결과 1학기 시험기간 때 늘 들고 다닌 두통도 사라졌고-정확히는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고, 저의 강박적이고 조증인 행동도 상당부분 개선이 되었습니다. 그 전과 달리 매우 차분해지고 객관적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여튼 명상의 효과와 중요성은 여러분들께 몇 번이고 추천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혹시 요청이 있거나 기회가 된다면 저의 명상 경험을 에이앱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이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를 말씀드리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블로그 글 내용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이 '왜' 그런지 분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닌 (그 해결책이 비록 틀렸을 지라도 말입니다)
신세 한탄, 위로, 일기장 등의 내용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글도 많고, 제가 분명 큰 도움을 받은 글도 일부 있지만요.
저는 여러분들이 현실적이고 냉철하길 바랍니다.
의지로 어쩌할 수 없었던 지치고 상처 받은 내면을 위로할 때는 무한히 자비하고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러나 ADHD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라면,
'위로'가 아닌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사이트를 방문해주신 사람들이라면, 현실적이고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주저앉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뭐같은 ADHD 증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경험만큼의 조언을 해주는 지인보다는 professionality를 가진 전문가를 찾아가고
흔한 힐링보다는 과학적 정보를 탐색하여
진정으로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의도치 않게 진지한 글을 쓰게 되어 민망할 따름입니다. 다들 파이팅입니다!!
*본 글은 2022년 10월 1일에 ADHD 커뮤니티 에이앱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