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유를 찾아서
안녕하세요?
신사동 마케터입니다.
최근에 tv 매체에서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 중에 어머니와 1시간씩 통화한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 발언을 하는 사람 (혹은 그 발언을 하라고 지시한 방송작가)은 그 말이 주는 implication(암시)을 잘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 가득한 집에서 자랐고 그래서 나눠줄 것이 많은,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하게 전달하고 싶었을 거예요.
저는 어머니랑 통화를 1시간씩 하지는 못합니다.
엄청나게 살가운 딸이 아니기도 하고 저는 엄마랑 15분 이상 대화하면 꼭 싸울 일이 생기더라고요?! (저만 그런가요?) 물론 저희 어머니는 저를 너무나 사랑하시지만 보통의 엄마와 딸의 관계처럼 만나면 싸우고 뒤돌아서면 미안해하는 그런 관계입니다. 가끔은 그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그것이 간섭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어이없는 요구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저와 동생을 위해 (100% 알지는 못하지만) 희생을 많이 하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니가 수능 100일 전 매일 절에 가서 100일 기도를 하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그런 줄도 몰랐다가 십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거죠. 저는 지금까지 제가 잘나서 원하는 대학에 간 줄 알았어요. 저는 이런 어머니를 가진 행운아입니다.
한 번은 주말 오전에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와있었습니다.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유사 동물의 울음소리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더군요. 저는 그때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단장지애)이라는 단어가 뭔지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가 보이스 피싱으로 전화를 걸어 딸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고 했나 봅니다. 엄마는 제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민망했는지 전화 제때제때 받으라고 시크하게 말하고 끊었지만 그 이후 저는 엄마가 저에게 아무리 서운할 말을 해도 그때 그 비명을 떠올립니다. 그녀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요.
대신 아버지랑은 10분 정도 통화합니다.
아버지는 은퇴하시고 나서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 건지 조잘조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잔소리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기 자신을 낮춰 남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족이 모이면 아빠는 항상 좀 모자란 듯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우리들을 웃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아버지는 꽤 똑똑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항상 같이 여행을 가는 아빠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른이 돼서 알고 보니 대학마다 있는 수석 입학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저씨들이 수석 입학자라는 사실에 2번 놀랐습니다.) 저는 대학을 거의 하위 10%로 졸업했거든요. 아버지가 좀 달리 보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놀리다가도 실존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상만사에 대해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두고 기묘하면서도 미묘한 성격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아버지가 사실은 똑똑한 사람이지만 그런 태를 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성격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말이 없고 시크한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곰살맞은 구성원은 외할머니입니다. 외할머니는 애교가 너무 많아서 할머니랑 통화를 하고 나면 나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는 매직이 있습니다. 제 이름 세 음절 중 한 글자는 저희 외할머니가 지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외할머니처럼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을 저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문장을 쓰는데도 눈물이 줄줄 나네요. 외할머니는 저의 1 호팬이고 시쳇말로 제가 바지에 x을 싸도 잘했다고 말해줄 사람입니다.
글을 쓰고 보니 저도 방송에서 자기 브랜딩 하는 연예인처럼 가족 자랑을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희 가족은 평범한 가족입니다. 만나면 싸우고 ‘쟤는 도대체 왜 저러냐~’며 서로를 탓합니다. 과거 어느 시절에는 가족이 주는 사랑과 안정감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처럼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나를 너무 좋아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가족에게도 잘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10년 가까이하고 사람을 겪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니 세상에 가족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없더라구요. '도대체 나는 왜 이 집에서 태어난 것인가' 생각이 들만큼 원망스러웠던 순간도 있지만 저의 이기적인 영혼을 다 알면서도 저를 품어줄 사람들은 가족밖에 없었습니다.
나만의 완급조절하는 방법이라고 해놓고 가족 얘기만 실컷 했는데 이제 그 이유가 나옵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저는 할머니랑 통화를 합니다. 절대적인 시간으로 치면 몇 분 안 되는 그 짧은 통화에서 저는 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습니다. 저는 사실 앞으로 제 인생이 잘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주식 차트를 일 단위로 보면 매일매일 등락을 (답답하게) 반복하지만 시계열을 넓혀서 3년, 5년, 10년 차트를 보면 우상향 하는 것처럼 제 인생도 지금은 잘 안 풀려도 3년, 5년, 10년 뒤에는 스카이 로켓을 탈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 오직 할머니 때문입니다. 저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올바르게 그리고 잘살고 싶습니다.
여러분만의 이유를 찾으셨나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그로스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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