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고

by 신사진

자식들 다 떠나고

손안에 흰머리 뽑히면,

돈도 없고 제멋 없이

어느 날 본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처럼

길바닥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쓰레기를 주웠으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그저 정성의 습관으로

곁이 맑고 밝아지도록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으면,

매일 조심스러운 손을 펼치는 것

먼저 나서서 말은 못 해도

젊은 사람의 인사를 받고

선뜻 답례해 줄 수 있으면,

나이를 먹고 그렇듯

마음과 행동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하수구 철망에 낀 쓰레기를 정성스레 줍는 어느 경비원의 손길처럼, 그 마음과 행동이 전부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나한테도 올까요. 나이를 먹으면, 눈에 보이는 것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것의 진정성을 새삼스레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그 어떤 것보다도 경비원 아저씨에게 마음을 빼앗긴 날이었습니다.



경비원 아저씨.jpeg 사진 출처 - 블로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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