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쪼가리(2)
휴직한 그해, 내가 쓴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유독 2월에 쓴 글만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작은 메모라도 해 놓았겠거니 했는데…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뒤져 봐도 없었다.
2022년 2월은 내가 휴직을 시작한 달이었다. 그 무렵 아내가 코로나 19에 걸렸고, 아이들은 겨울 방학 기간이라 가족을 돌보느라 시간이 없었던 걸까. 그렇더라도…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내가 아무것도 쓰지 않은 이유를. 특별한 사정은 없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움’에 탄생과 성장 과정이 있다면, 갓 태어난 무렵은 어떤 상태일까. 2월은 내게 휴직기의 신생아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미숙했다. 몸을 뒤집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직은 일어설 수 없었는지도. 그러니 발을 성큼성큼 내디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아이도 망설임 없이 걷는 법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주저하기 마련이니까.
봄이 시작될 것 같은 계절, 나는 휴직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가 덜 된 탓일까 그때 나는 은근히 ‘망설임’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당시엔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니 그 무렵 내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것 같다. ‘자신만만하던 내가 망설였다니….’ 어른이 자신의 어릴 적-어설프고 앳된-사진을 보고 웃음 짓는 것처럼, 그저 나는 헛웃음이 나온다.